전태일열사 어머님, 이소선 여사 별세

노동운동가의 아픔 어루만진 '노동의 어머니', 아들과의 약속 지키는데 여생 바쳐

이현재 기자 | 기사입력 2011/09/04 [19:08]

전태일열사 어머님, 이소선 여사 별세

노동운동가의 아픔 어루만진 '노동의 어머니', 아들과의 약속 지키는데 여생 바쳐

이현재 기자 | 입력 : 2011/09/04 [19:08]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향년 81 삶을 마감했다. 고인의 추모분위기 숙연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것이 있다. 언론에서 노동자의 어머니, 노동자를 위한 삶을 사신분 그 정도이다.

그러나 전태일이 분신하던 시기 그때 그시절 피에 사무친 노동자들의 절규를 감상적으로만 넘겨보내는 것이 영 개운치 않다.

왜 전태일이 분신했을까? 아니 전태일 뿐이었을까? 독재자 박정희 철권통치에 의해 수많은 서민과 노동자들이 희생당했던 시기이다.

오죽했으면 재봉틀 만지는 공돌이가 분신을 했을까? 그토록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이 척박하고 고통스럽고 처절했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군사정부는 중정을 동원해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여사를 수차례 감옥에 가두며 탄압하고 짓밣았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독재치하에서 죽어갔다.

이러한 사실을 도외시 하고 전태일의 정신을 이소선의 뜻을 고이 기리고 이어받을수 있을까?

▲ 이소선 여사의 부냥식에는 많은노동자들이 참배했다.

© 뉴민주.com
3일 별세한 이소선 여사는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한열사 전태일의 어머니 일뿐아니라 많은 노동운동가의 아픔을 어루만진 '노동의 어머니'였다

이 여사는 1970년 11월13일 아들 전태일이 분신했을 때만 해도 평범한 어머니였다. 그러나 판잣집에서 생계를 꾸리던 41살의 홀어머니였던 이씨는 아들의 죽음과 함께 최전선의 노동운동가로 변신, 아들과의 약속 을 지키는데 여생을 바쳤다.

이씨는 분신한 전태일의 주검을을 놓고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조합 결성 등 아들이요구했던 8가지 내용이 해결되기 전에는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으며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이씨는 정부로부터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닷새 만에 아들의 장례식을 치렀고, 곧바로 전태일의 친구들과 함께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에도 노사협의회가 열리지 않자 청와대로 찾아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고, 헌옷 장사 등을 하며 노조 활동가들을 지원했다. 1976년에는 청계노조 노동교실 실장을 맡아 직접 공원들을 가르쳤다.

이씨는 군사독재 시절 많은 수배자에게 숨을 곳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수배 중이던 조영래 변호사를 몰래 만나 인쇄물을 전달하려다 단속에 걸리자 연인 행세를 해 위기를 모면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씨 스스로도 여러 차례 수배를 받거나 옥고를 치렀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장기표씨의 재판정에서 검사에게 호통을 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1977년 구속돼 1년간 옥살이를 했다. 1980년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수배 끝에 구속됐고, 그 이듬해에도 청계노조 해산 명령에 반발하는 농성을 했다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던 자녀들의 목숨을 공권력에 빼앗긴 부모들과도 뜻을 함께 해 1986년에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창립하고 첫 회장을 맡았다.

유가협 회원들과 함께 1988년과 1998년 두 차례 의문사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요구하며 장기농성을 해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과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 기여했다. 유가협은 지난달 창립 25돐 행사를 했지만 투병 중이던 이씨는 참석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도 노구를 이끌고 집회 현장을 찾고 쟁의 중인 노동자들을 만나곤 했던 그는 지난 7월 쓰러지기 전에도 부산에서 열린 `희망버스'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닌 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야. 그리고 분신자살 했다고 하는데 어디 자살이냐. 항거지. 분신 항거라고 써야 해…

그래서 태일이를 열사니 투사니 하지 말고 그냥 동지라고 불러줬으면 해. 전태일 동지. 그게 맞지 않냐?. 태일이는 지금도 노동자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동지라고…"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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