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체제 사형집행한 인혁당 무죄판결

인혁당 무죄판결,긴급조치 판사명단공개 사법정의 구현 계기 삼아야

김환태 | 기사입력 2007/02/09 [11:37]

유신체제 사형집행한 인혁당 무죄판결

인혁당 무죄판결,긴급조치 판사명단공개 사법정의 구현 계기 삼아야

김환태 | 입력 : 2007/02/09 [11:37]
32년만의 무죄선고 받은 인혁당 사건

  뉴라이트 제성호 교수가 인혁당은 실체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인혁당 사건과 관련하여 사법부가 스스로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을것 같다.그동안 사법사상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끊임없는 논란과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던 '인민혁명단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사건 재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법적,역사적으로 의미가 대단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문용선)는 1월23일 1975년 국가보안법,긴급조치,반공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사형확정 판결을 받은지 18시간만에 사형당했던 김용원,도예종,서도원,송상진,여정남,우홍선,이수병,하재완씨등 8명에 대한 재심선고 공판에서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문및 가혹행위를 받은것이 인정돼 수사기관 및 검찰에서 신빙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진술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인혁당 재건을 위한 반국가 단체구성,북한방송 청취 반공법위반 혐의등 주요 현안의 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인혁당 사건이 고문,강압수사등 수사과정의 불법성,재판의 위법성 및 오류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의 재심 무죄선고로 유신독재 정권시절 독재정권에 항거,민주화 운동을 하다 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의 희생양이 되었던 피고인들이 사형당한지 32년만인 오늘에 이르러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인혁당 사건은 잘 알려져 있는바와 같이 1973년 '민청학련'주도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유신 데모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자 이듬해인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가 민청학련을 배후 조종해 국가변란을 시도했다"며 관련자 270명을 검거하여 고문,협박등 불법 강압 수사로 혐의를 조작 구속기소 하자 당시 선포된 긴급조치 1,4호에 따라 설치된 비상군법회의가 구속기소된 24명 가운데 도예종씨등 8명에 대해 대통령 긴급조치 및 국가보안법 위반,내란예비,음모혐의를 인정 사형을 선고하였다.군사법정의 사형판결 결과를 대법원이 1975년 4월8일 그대로 인정,사형이 확정되었고 대법원 사형확정 판결 18시간만에 전격적으로 사형이 집행된게 인혁당 사건의 전모다.

유신권력과 사법부 합작 사법살인으로 결판난 인혁당 전모

  사법부의 인혁당사건 재심 무죄선고는 32년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의 아쉬움이 없진 않으나 이제나마 왜곡된 사법적 진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무죄판결로 유신독재 체제에 항거하여  벌인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모든 유신반대 행위를 단죄했던 법적근거인 긴급조치와 유신헌법의 정당성이 상실되었다.나아가 당시 독재권력의 하수인,시녀가 되어 법과 양심보다는 권력의 의중에 맞춰 위법적 판결을 일삼아 이땅의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스스로 짓밟았던 사법부의 과오를 바로잡아 사법정의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비록 독재권력의 폭압적 사법살인에 의해 반국가 사범의 누명을 쓰고 이세상을 하직해야 했던 고인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그동안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주위의 냉대와 기관의 감시로 심적 가정적,물질적 고통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살아야 했던 피고인 가족들에게 씌워졌던 멍에를 벗겨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무죄판결로 유신독재 정권은 반인간적,반민주적 정권이란 법적 사형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재심 무죄판결을 계기로"인혁당 사건은 유신정권의 불법조작 사건"이란 결론을 내려 재심의 길을 터 주었던 '의심사 진상규명 위원회'의 진상규명 노력과 사건의 실체적 진상규명과 피고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투쟁해온 인혁당사건 대책위등 관련인권,종교단체와 유족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비록 현 사법부가 당시 사형판결을 내렸던 당사자가 아니라 하나 사법부가 자행한 오욕의 역사를 인정하는 재심판결로 사법정의를 바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용기를 보여준점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낸다.

사법정의 구현,정치사법적 폭거 청산 출발점돼야

  이번 '인혁당 재건위'사건 무죄판결은 사법부가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과거 청산조치를 통해 사법정의에 입각한 법치주의 확립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따라서 1월 31일 과거사위원회가 1970년대 유신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된 589개 사건,1412건의 판결개요와 판결에 관여한 492명의 명단을 발표한 관련사건은 물론이고 지난날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자행된 모든 긴급조치 정치재판,인권유린에 의한 고문,협박,조작사건에 대한 사법적 진실찾기에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 임해야 하리라 본다.

 물론 오늘날 법적심판이 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양형기준과 동떨어진 정치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성과 바로잡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인혁당 사건의 경우 무죄판결이 난 상태에서 그냥 지나칠수 없는 것은 법적 심판대상이 되도록 사건을 조작한 당시 중앙정보부 관련자,군사법정의 재판오류와 위법적 판결에 대한 사실관계도 밝혀져야 한다는 점이다.

  공소시효상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더라도 사건의 정치적 배경,권력개입,수사과정의 고문,협박등 불법 강압수사,조작등에 대한 실체적 진실만큼은 역사적 교훈화 차원에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시 관련자들의 고해성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그리고 정부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은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법적명예 회복에 상응한 민주화 유공등 공로인정,물질적인 보상과 그동안 사회적 냉대와 기관의 감시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했던 유가족들에 대해 따뜻한 위로와 적절한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이번 '인혁당 사건' 무죄판결과 과거사위의 '긴급조치판결 판사 명단'공개를 계기로 다시는 이땅에서 국가권력과 검찰,사법경찰,사법부가 정치적 목적하에 사법정의를 짓밟아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반국가적,반민주적 정치사법적 폭거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권력과 사법부의 철저한 자기성찰과 함께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정치성 수사와 재판에 대한 국민적 감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김환태/뉴민주닷컴 대표
http://newmin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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