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평등하다’지껄이는판사님 정신차려!

재임용 못한 서기호판사를 두둔하는 집단행동은 집단 이가주의 표상

강성태 기자 | 기사입력 2012/02/15 [11:35]

‘법이 평등하다’지껄이는판사님 정신차려!

재임용 못한 서기호판사를 두둔하는 집단행동은 집단 이가주의 표상

강성태 기자 | 입력 : 2012/02/15 [11:35]
▲ 강성태 기자                   © 뉴민주.com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또 왜 그래야하는지는 잘 모르면서도 항상 법정에 서게 되면 재판장을 향해 존경의 예로 이 같이 표한다. 검사나 변호사, 그리고 피의자 등 재판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재판장을 향한 첫 마디는 무조건 ‘존경하는’이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일종의 공식이다.
 
그런데 이 존경하시는 분들이 떼거지로 몰려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떼거지로 몰린다니 분명 존경스런 일들을 준비하는 것은 틀림없다 싶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조금은 실망스럽다. 덧붙여 이 같은 내용을 대서특필하고 있는 언론들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된 15일자 국내 주요 신문들의 보도내용을 간추려보면 사법연수원 29기 출신의 서기호 판사가 대법원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심사배경이 의심스럽고, 또 심사결과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일선 판사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근무평정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판사 개개인의 연임 문제와 결부되면서 평판사들의 집단행동이 과거 사법파동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증폭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판사회의를 열기로 한 곳은 전국 법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법을 포함, 서울 남ㆍ서부지법과 수원지법 등 총 4곳이다. 여기에 서울북부지법도 일정을 조율 중이고, 수도권 일부 법원과 지방에서도 회의 소집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경하는 판사들이 떼거리로 몰려 불합리한 임용제도에 맞선다고 하는데 어찌 영 존경스럽지만은 않아 보인다. 판사들이 집단행동을 모의하던 14일, 이날 오전 한 인터넷매체는 최근 22년간 국내 10대 재벌총수들의 법정판결내용을 발표했는데, 충격적이다.
 
이 기간 동안 재벌총수들은 모두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가운데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고, 이마저도 정확히 9개월 안에는 모두 사면됐다고 한다. 반면 지난해 형사사건으로 법정에선 일반인들 10명중 7~8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니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지껄이는 존경스런 판사님들의 일을 확 찢어 놓고 싶을 따름이다.
 
한일 병합 조약에 따라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1910년 8월 29일이 국치(國恥)가 맞는다면 2012년 2월 14일은 분명 법치(法恥)가 맞는데, 존경스런 재판장님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법치(法恥)로 기록돼야할 날, 이 존경스런 재판장님들은 자신들의 치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판사의 임용문제가 잘못됐다며 집단행동을 결의하고, 이제 실력행사에 들어갈 준비까지 마쳤다고 하니 말이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법이 평등하지 않은 게 이들만의 잘못이냐고. 그리고 이들에게만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법정에서만큼은 그 누구라도 예외 없는 존경을 받아 온 그들이라면 돌을 맞아야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도배방지 이미지

서기호판사,판사,근무평점,임용문제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