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실패작 용산사업 대해부

코레일, 벼랑 끝 전술 ‘디폴트’로 주도권은 잡았는데…?

김종도 기자 | 기사입력 2013/03/18 [11:00]

단군 이래 최대 실패작 용산사업 대해부

코레일, 벼랑 끝 전술 ‘디폴트’로 주도권은 잡았는데…?

김종도 기자 | 입력 : 2013/03/18 [11:00]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벼랑 끝 전술’ 끝에 주도권을 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출자사들은 부도 이전보다 반발 강도를 낮추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가적인 시한폭탄으로 전락한 용산개발사업에 관여했다는 원죄로 자칫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또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협상안을 놓고 손익을 따져 한 푼이라도 건질 수 있는 쪽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들로서는 코레일의 제안이 썩 달갑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선 쉽게 내칠 형편도 못된다. 코레일의 승부수가 주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까닭이다. 한때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렸다가 단군 이래 최대의 실패작으로 끝날 공산이 큰 용산사업의 전모를 뉴민주신문이 파헤쳐봤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최악의 부도사태를 맞이할수도 있다                            ©뉴민주신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최악의 부도사태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돌아오는 금융이자와 원금 등 할 총 2천600억 원가량을 막아야 한다. 일부 금융이자 등을 결제하고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만기를 연장(차환발행)하면 부도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코레일은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대신 사업 주도권을 쥐고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마디로 '자금 줄께, 기득권 내놔라'라는 식이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은 우리가 전액 부담하되 투자자들을 상대로 금융비용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회사가 파산해 손실을 보는 것보다 금리를 낮춰주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신 출자사인 삼성물산[000830]에 1조4천억 원 규모의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총 10조원 규모 공사 물량에 대한 출자 건설사 배정비율을 당초 전액에서 20%로 낮추고 나머지 80%는 공개 입찰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자금을 댈 여력이 있는 새로운 건설사를 영입해 사업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이사회 이사 10명 중 5명을, 용산역세권개발㈜ 이사 7명 중 4명을 자사 임원으로 교체해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업계획도 변경하기로 했다. 111층 랜드마크 빌딩 등 초고층 빌딩 층수를 80층 이하로 낮춰 건축비를 절감하고 과잉공급 상태인 오피스와 상업시설 비중을 낮추는 대신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이 오는 22일까지 이런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 파산 절차를 밟은 뒤 당초 계획대로 용산차량기지 중심의 역세권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민간 출자사들을 압박했다.
 
몸 낮춘 출자사들 신중히 검토, ‘한 푼이라도 건져야’…손익계산 분주
 
이에 민간 출자사들은 당장은 동의 의사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안 내용과 세세한 항목들을 보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측도 같은 입장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시공권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공식 제안해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이번 사태 직전까지 반응보다 다소 누그러워졌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내놓으면서 출자지분 외에 추가로 투자한 전환사채(CB) 688억 원은 돌려준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시공권은 드림허브로부터 경쟁을 통해 수주한 것으로 최대주주인 코레일의 제안에 따라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공권 반납 등을 포함한 정상화 방안이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돼 추진되는지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자사들은 일단 사업계획 변경과 주주협약서 변경안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33만평에 이르는 상업시설 부지는 70%가 지하 1, 2층이어서 이를 변경해봐야 주차장밖에 들어설 게 없어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출자사들이 포기하기를 원하는 기득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자사들이 코레일 제안을 수용해 사업계획서와 주주협약 변경에 동의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드림허브 이사회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는 등 절차가 남아 있다.
 
코레일이 은행 차입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위해선 자본금의 2배로 제한된 사채발행한도를 확대해야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사채발행한도를 자본금의 4배까지 확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초대형 사업들, 줄줄이 좌초, 상암 랜드마크빌딩에 이어 ‘용산’까지
 
코레일이 새 판을 짜는 사이 ‘용산참사’의 여파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서울과 인천의 초대형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고, 용산은 물론 서울 전체 아파트 값이 바닥을 치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상암 DMC에 133층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는 프로젝트에 이어 소위 '단군이래 최대 규모'라는 용산 개발사업도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용산개발 사업은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지난 12일 자정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 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채권자들과 상환 기한을 3개월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6월12일까지 이자는 물론 ABCP 원금 1조1천억 원을 반납해야 해 사실상 회생이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상암 랜드마크 빌딩 건립 사업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 4월 용지 매매계약 이후 3년여 간 추진됐으나 2008년 사업자 공모 후 4년 만인 지난해 6월 사업이 취소됐다. 서울시로부터 용지를 받은 서울라이트타워㈜ 측이 토지 대금을 미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서울시와 시행사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자사들은 서울시에 땅값(3천600억 원) 가운데 총 1천965억 원을 냈지만 1천239억 원만 돌려받아 이달 내 토지대반환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청구소송 금액은 1천억 원 내외에 달할 전망이다.
 
출자사들은 서울시가 땅값을 5년 동안 분납하도록 한 것을 한꺼번에 정산토록 바꿔줄 것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고려해 빌딩 층수를 낮추는 등 규모를 축소하고 주거비율을 높이는 등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계약 후 3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개발지연배상금을 내도록 하는 등 독소조항도 많았다고 지적한다.
 
사업 관계자는 "대다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해야 자금이 조달되는 형태"라며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컸고 사업성에도 의문성이 커져 벼랑 끝 전술로 대치하다가 사업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사업비가 4조원이 들어가는 이번 사업에는 총 25개 출자사가 2천420억 원을 냈다. 교직원공제회가 최대 출자사(20%)로 참여했고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024110], 하나은행, 농협 등 5개 은행도 재무적투자자(30%)로 출자했다.
 
인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천 용유·무의도 관광·문화·레저 복합도시 에잇시티(8city)도 자금난으로 사업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에잇시티는 용유·무의도 80㎢ 면적에 2030년까지 호텔복합리조트, 한류스타랜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용산개발 사업의 10배가 넘는 317조원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안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 사업도 최근 자금 조달을 위한 증자 지연으로 자금난에 빠져 사업시행예정자가 사업권을 따내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행예정자인 특수목적법인(SPC) ㈜에잇시티는 사업권을 얻기 위해 작년 말까지 500억 원을 증자할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한 푼도 모으지 못했다.
 
인천시가 오는 5월 10일까지 증자 기한을 연장해줬으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는 올해 1월 말 인천도시공사(100억 원), 에잇시티 최대주주 캠핀스키그룹(100억 원), 재무적 투자자인 영국 SDC그룹(100억 원), 이 사업 금융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200억 원) 등이 참여해 500억 원 조달하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부채비율 300%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도시공사가 100억 원의 돈을 대기란 쉽지 않고 나머지 기관들의 투자 의지도 불확실하다.
 
에잇시티는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초기 자본금 63억 원을 썼고 현재 금융권 대출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업계 안팎에선 사업 발표 이후 4개월이 넘도록 돈 한 푼 끌어오지 못하는 에잇시티의 사업 정상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워낙 커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며 "현재 에잇시티가 자체적으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용유·무의도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시가 에잇시티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이끌어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사업을 해제하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산개발 등 대규모 사업들은 추진해본 경험이 없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한 채 장밋빛 환상만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후유증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 또 다른 용산 참사로 번질수도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건                                        © 뉴민주신문

용산 아파트, 경매에 바로 낙찰된다고 해도 집주인 빚 평균 5억 원
 
이뿐만이 아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부도로 올해 경매장에 나온 용산구 이촌동 소재 아파트가 평균 15억9천여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부동산태인은 1∼3월 현재까지 법정경매에 부쳐진 이촌동 아파트 14건을 조사한 결과 1채당 평균 채권액이 15억9천302만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채권액은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가압류 등 권리가액과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모두 더한 금액으로 해당 물건이 지고 있는 전체 빚을 뜻한다.
 
반면 아파트당 평균 감정가는 10억6천964만원으로 채권액의 67% 수준에 그쳤다.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자마자 바로 낙찰된다고 해도 집주인이 갚지 못하는 빚이 평균 5억 원 셈이라고 업체는 설명했다.
 
동·서부 이촌동으로 나눠보면 서부 5건, 동부 9건 등 14건이 경매에 붙여져 서부 2건, 동부 4건 등 6건이 낙찰됐다.
 
서부 이촌동 아파트는 평균 감정가 8억1천500만원에 평균 낙찰가는 5억1천400만원으로 낙찰가율 75.6%를 기록했다.
 
평균 채권액은 6억7천948만원으로 아파트를 경매 처분해도 정리하지 못하는 빚이 1억 원을 웃돌았다.
 
동부 이촌동은 평균 감정가와 낙찰가가 각각 11억4천500만원, 7억8천212만원(낙찰가율 68.3%)으로 서부보다 높았지만 평균 채권액은 28억3천657만원으로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5배 수준이었다.
 
작년 한해 전체 이촌동 경매 아파트(28건)의 평균 낙찰가는 8억75만원으로 채권액 15억7천887만원의 절반(50.7%)은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용산사업 리스크가 커진 올해는 낙찰가가 6억9천274만원으로 줄고 채권액은 21억1천754만원으로 늘어 못 갚는 빚이 더 불어났다.
     
서울 아파트시장도 타격, 보합세 끝 4주 만에 약세로 돌아서
 
여기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악재로 서울 아파트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번 주 0.03% 하락, 보합세를 멈추고 4주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용산이 0.12% 떨어졌고 영등포(-0.11%) 마포(-0.10%) 구로(-0.09%) 금천(-0.08%) 중랑(-0.08%) 등 지역이 하락을 주도했다.
 
용산은 이촌동 대우와 한강맨션이 2천만∼2천500만원 떨어졌다. 용산개발 사업부도 소식으로 매도문의는 늘고 있으나 실제 매수세는 없어 급매물 거래도 어려운 실정이다.
 
용산구 한강로3가와 이촌동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각각 3천131만원, 2천797만원에서 최근 2천922만원, 2천579만 원 선으로 떨어졌다.
 
공인중개사들은 용산 부도 사태 직후 매물은 나오는 데 반해 매수세가 얼어붙어 주택거래는 한동안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등포도 새 정부 부동산 활성화 대책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여의도동 진주, 삼익, 은하 등 아파트 호가가 1천500만∼3천만 원 내렸다.
 
반면 강동과 강남은 각각 0.06%, 0.04% 상승했다. 강동 둔촌주공4단지가 500만∼1천500만원 올랐고 강남은 개포주공단지가 강세를 보이면서 500만∼2천500만원 상승했다.
 
서울 재건축 가격은 0.14%의 상승률을 나타냈으나 상승폭은 둔화추세를 이어갔다.
 
신도시 아파트가격은 산본(-0.02%), 분당(-0.02%), 평촌(-0.01%) 일산(-0.01%) 등이 하락했다.
 
수도권도 인천(-0.05%), 양주(-0.02%), 하남(-0.02%), 수원(-0.02%), 남양주(-0.02%) 등 순으로 약세를 보였고 과천(0.02%), 광명(0.01%), 평택(0.01%) 등은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대문(0.18%), 구로(0.13%), 마포(0.13%), 성북(0.13%), 송파(0.09%), 영등포(0.09%), 광진(0.07%), 동대문(0.07%), 동작(0.07%) 등 순으로 올랐다. 반면 서초와 양천은 각각 0.05%, 0.01% 내렸다.
 
신도시는 신혼부부 수요로 분당(0.04%), 평촌(0.02%), 산본(0.01%) 등 중소형 면적이 올랐고 광명(0.04%), 안산(0.03%), 남양주(0.02%), 시흥(0.02%), 용인(0.02%) 등도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도 ‘벌벌’…용산사태로 투자심리 얼어붙을까 우려
 
금융투자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1조 원대 자본금에는 일부 자산운용사의 부동산펀드가 포함돼 있다. 2조7천억 원대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도 전액 부도 가능성이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3일 이 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전날 만기가 도래한 2천억 원 상당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 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드림허브 초기 자본금 1조 원 중 기관투자가 자금으로는 국민연금이 부동산펀드를 통해 투자한 1천250억 원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KB자산운용의 'KB웰리안NP사모부동산투자회사 1호'에 1천억 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사모투자회사 23호'에 250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용산개발에 투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490억 원 규모의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부동산사모투자회사 23호'에는 미래에셋그룹도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도로 두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사인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직접적인 금전적 손실은 없지만 해당 펀드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조 원대의 ABCP에 대해서는 자산관리 증권사들이 수습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9차에 걸쳐 진행된 ABCP의 자산관리를 담당해왔다.
 
문제는 이날 부도난 어음을 포함해 총 2조7천억 원 규모의 ABCP 전액이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산관리회사는 ABCP 등을 발행하는 페이퍼컴퍼니인 개별 유동화회사(SPC)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또 ABCP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지급보증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 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코레일 측에 상환을 요청하는 등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업계는 이번 부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지 않을지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소속 50여명은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의 조기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시위 중이다.
 
이들은 서울 서부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지난 6년간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진행되리라는 기대로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한 채 기다렸다"며 "서울시와 코레일은 사업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주민 보상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개발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는 데도 서울시와 코레일이 1년여 간 주민들을 설득해 추진했다"며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이제 와 서부이촌동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들은 또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개발사업이 엎어진다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라며 "주민 피해를 논하기 전에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용산주민 못지않게 서울시도 속이 타들어간다.
 
사업이 파산하면 SH공사의 지분 4.9%를 날리게 되는데다 일부 주민들이 ‘서울시의 책임’을 주장하며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사업이 민간 주도의 개발사업으로 직접 관여할 부분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모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용산개발사업과 관련, “무엇보다 주민들이 5∼6년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어렵기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행사 재정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투자자 간 이견이 커서 행정적인 조치는 후순위가 됐다”며 “투자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시가 함께할 수 있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이 사업이 민간사업자에 의한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없으며 현실적으로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시가 코레일과 연계해 설명회 같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주민들의 서울시에 대한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시는 2009년 오세훈 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수립하던 당시 이촌2동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 3곳을 개발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고심하다 결국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모두 철거한 뒤 통합개발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민들은 “시가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사업 좌초나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장밋빛 희망만 심어준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는 우선 주민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또한 용산사업이 파산하면 SH공사의 투자지분 490억 원을 날리게 되는 것도 서울시의 고민거리다.
 
SH공사는 채무감축을 ‘제1 과제’로 삼아 토지환매제 등 분양 활성화 방안, 아파트 건설 원가 절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허리끈을 졸라매는 상황이어서 이번 용산개발 파산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용산개발사업이 부도처리 되면 490억 원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처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인수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그저 통째로 날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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