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외치는 분들 입만 엄청 바쁘다”

정범구 전 의원, "‘통합' 보다는 '하겠다는 걸' 세우고 국민 동의 얻어야"

추광규 | 기사입력 2007/06/30 [16:16]

“통합 외치는 분들 입만 엄청 바쁘다”

정범구 전 의원, "‘통합' 보다는 '하겠다는 걸' 세우고 국민 동의 얻어야"

추광규 | 입력 : 2007/06/30 [16:16]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과 북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방황 끝에 제3국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소설속의 주인공 이명준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2004년 2월 15일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범구 전 민주당의원.

 
▲ 28일 인터뷰에 응한 정범구 전 의원, 2002년 2월 15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두 당 모두를 포기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날은 민주당이 그를 일산 지역구의 단수후보로 추천을 결정했던 날이기도 했다.
2004년 2월로부터 3년 2개월이 흐른, 지난 4월 19일 정 전 의원은 '새로운 정치 틀을 만드는 주춧돌을 놓겠다'는 기치를 내세우고, 정치포럼 '통합과 비전'의 상임대표(이하 : 정 대표)를 맡으면서 정치재개를 선언했었다.

2004년 2월 '열린우리당', '민주당' 그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정범구. 2007년 6월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가 돌아 갈 수 있는 조국(?)은 지금도 없는걸까?.

정 대표를 28일 오후, 그가 이끌고 있는 정치포럼 '통합과 비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성우BD 803호에서 만나 이런 생각을 들어 보았다. 그는 며칠 전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차나 한잔 하자면서 혼쾌히 인터뷰에 응했었다.

그는 본 기자가 올렸던 지난 기사들을 꼼꼼히 들여다 봤던 듯 하다. 사무실에 들어선 기자에게 “노트북 하나 없이 싸구려 디카 하나 들고 다니는 기자”라며, 말문을 열었으니 말이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정치를 떠나 있다보니, 정치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 하더라


-최열 대표가 이끄는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의 참여 인사로 정범구 대표 이름이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 이 시민세력모임에 동참 하는 것 인가.


"올 초에 그 모임이 생겼었다. 그간 그분들과 함께 논의에 참여해, 지난 6월 11일 창당선언 당시 명단에 까지 제 이름이 들어가기 까지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임에서 빠진 상태다. 그분들이 독자정치 세력화를 하겠다고 하시는데, 제가 몇 가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저는 손을 뗀 상황이다."

- 정치포럼 '통합과 비전'을 이끌고 계시는데, 포럼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고, 정치는 왜 다시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가.


"통합과 비전 포럼에는 현재 활동하는 회원이 60여분 남짓 되는데, 그분들 중에는 순수한 시민도 계시고, 전문가들도 있다. 이분들과 함께 그 동안 고민했던 부분은, 열린우리당은 지리멸렬 하고 있고, 한나라당 예비후보들간의 경쟁이 마치 본선 경쟁인 것 처럼 흘러가고 있는 대통령 선거 '판'에서. 이를 어떻게 해볼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특히나 통합논의가 정치공학적 연대로만 흘러가고 있고, 자신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눈길을 외면하는 통합에 대해, 국민들의 진실한 삶을 담아내는 연대를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겠는가를 고민해 왔다.

우리 포럼은, 국민들이 삶속에서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기 바라는 현안들에 대해 이를 어떻게 정치권에서 수용해 정책의지를 가지고 실천해 나갈것인가. 또 그 구체적인 정책적 목표에 대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게끔 어떻게 만들어 갈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정치재개와 관련해서는, 지난 2004년에는 제가 더 이상 정치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저 보다 더 잘할 자신 있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정치는 그분들이 하시라고 물러났었다. 하지만 정치를 떠난 지난 4년 남짓 바라만 보다 보니,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 되는데 하는 해결 방법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게 다른 분들에게 정치를 맡겨 놓지만 말자는 판단이 들었다, 냉소적이고 비판적으로만 정치를 바라보지만 말고, 나름대로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게 필요하지 않은가 해서 다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2000년 정치에 입문하기전, 그는 독일 마르부르크필립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후 활발한 방송 활동을 했었다. 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 합동 TV 토론의 사회를 맡으면서 저명한 정치평론가로서 이름을 날렸었다.
 
통합 하시겠다는 분들이, 바쁘기는 바쁜데, 입만 바쁜것 같다

- 정치권의 통합 움직임과, 현재 각 당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정치권이 통합을 하겠다고 무척이나 바쁜 것 같다. 하지만 바쁘기는 바쁜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바쁜지 저는 모르겠다. 한마디로 '자신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통합을 한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왜 통합을 하겠다고 하는지 조차 저는 모르겠다.

통합민주당의 경우에는 지역기반이 확실한 현찰이라고 보는 사람끼리 모인 것 같고, 대통합 하시겠다는 분들은 모여서 커피 먹고, 밥 먹고, 그림 나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한나라 당이 왜 안 되는지 청사진을 그려서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게 아닌가. 지난 2004년 민주당 분당 당시에도 그랬다. 열린우리당으로 가시던 분들이 저를 끌어 들이고자 했는데. 그분들께 제가 그랬다. 도대체 열린우리당을 왜 만드는 겁니까?, 민주당과 다른 게 뭡니까? 라고 물었지만 그분들이 하시는 대답은 지금과 똑 같았다.

‘바쁜데 지금 상황에서 무슨 정책 따위나 말씀하고 계십니까? 그런 것은 나중에 당을 만든 후에 천천히 하면 됩니다’는 답변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냐. 통합을 하자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통합세력을 만들자는 것이냐.

단순히 반한나라만 외치면 되는 것인가? 한나라당의 집권은 안된다는 이유를 뚜렷히 밝히고, 그것과 차별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해야 맞는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뭔가를 내 놓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가 집권해야 겠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야 맞는것이다.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다 똑 같은데. 뚜껑만 조금 다르게 해놓고 국민들에게 선택 하라고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감동을 얻어 낼 수 없을 것이다.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기준을 제시하고, 지금 이 사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를 국민들 앞에 먼저 내놓고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통합논의는 '정치공학적 연대'에 불과하다고 저는 본다. '국민의 삶을 진실하게 담아내는 정치적 투지'에 기반한 연대가 통합에 있어서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당의 기본이 되는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정책을 놓고 통합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지 못한채 자신들만의 리그로 통합 논의를 가져 간다면, 통합 논의는 대선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가져 갈수 도 있을 것이다."


 
▲ “진흙탕같은 한국정치에 한송이 연꽃을 피우겠다”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던 그는, 그로부터 4년 후 “망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사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현실 정치를 떠났었다
 
사회 양극화는 더 이상 내버려 둘수 없어

- 정 대표가 고민 하시는 우리사회의 문제는 무엇이고, 현실정치에서 뭘 구하겠다는 것인가?


"시대정신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저는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불안하지 않는 사회’를 꼽고 싶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사회에서 양극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언제쯤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주고, 아이를 학교에 사교육비 걱정하지 않고 보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이 살수 있게끔 하는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가 아닌가 한다.

현재 2:8 사회라고 하지만 1:9 사회라고 까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간다면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엷어 질 것이다. 우리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인데 이 소중한 자산이 훼손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어릴 때부터 유학 갔다온 학생이,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나 검사를 한다면, 그 사람이 과연 분신까지 하면서 항의하는 시위대의 사정을 이해 하겠냐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사회양극화가 계속 진행 된다면, 다른 두민족이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남북통합에 앞서 내부통합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저는 본다. 여기에서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저는 세 가지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해결 해야만 한다고 본다.

‘공교육정상화’, ‘부동산 문제’, ‘일자리 해결’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주제중 한 가지 문제만 집중해 설명 한다면, '공교육 정상화'다. 공교육 정상화가 우리사회의 양극화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 위해 가장 절실하지 않은가 한다.

소득은 늘었다지만, 맞벌이 하지 않고서는 아이들을 학교 보내기 힘들다. 사교육비 때문이다. 이것을 획기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교육부 몇몇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권이 논의해야만 할 사안이다.

물론 그동안 많은 논의는 있었다지만, 가장 중요한 정책의 실천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확고한 틀을 만들고 이걸 강력히 실천해 나가는 정책적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안으로는 국립대는 국민의 손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으로 하고, 각 국립대를 하나로 묶어 교원교류와 학점공유등을 통해 국립대를 하나로 묶는다면 심각한 대학서열화 문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초.중등학교의 학급정원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학급정원을 20명으로 만들어, 현재 사교육에서 담당하고 있는 미술이나 음악교육 에서까지 공교육이 이를 맡아줘야 한다. 실제 독일 교육의 경우,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가져가고 있다. 플루트를 교습 받고 싶어 한다면 시에서 이 비용을 지원한다.

공교육정상화와 관련해 예산문제는 자원재분배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이 같은 정책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실천의지가 없어서이지, 실현이 불가능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이 처럼, 제가 정치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를 하면서 제가 구하고자 하는 목표 이기도 하다."

정책적 기준을 가지고 국민에게 심판 받아야


-그러면 이 같은 과제에 대해 실천적으로 하고자 한다면, 정치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고.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건가?


"통합과 관련해서는 순서의 문제인 것 같다. 국민들 앞에 통합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내놓고 이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한미 FTA가 있다. 저는 이 문제에 있어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시기 국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미FTA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국민적 지지와 동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 이번 한미FTA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는 한미FTA 되어야 하는데,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이끌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세력이라고 한다면, 이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우리는 한미FTA에 대해 이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방법을 분명히 제시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개별 사안에 있어 자신들이 지향하는 노선이나 방향을 분명히 한 후 이를 기준으로 삼고 국민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지 않은가 한다.

막연히 민주세력이다 개혁세력이다는 명칭을 부여 하면서 세력을 나누고, 모호한 개념을 가지고 통합세력을 구분 짓고 있는데 이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는 깃발을 들기 전에, 먼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충분한 논의 속에 분명한 그림을 만든 후. 이걸 깃발에 새기고 그 깃발이라는 상품을 민심이라는 시장에 내놓고 국민이라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 '처음부터 끝까지', 그게 자신의 지난 의정생활의 정치 구호 였었단다. 어제 인터뷰에서 그에게서 독자 행보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현재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통합움직임과 관련해, 정범구 그가 앞으로 어떻게 행보할것인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7월부터 제가 진행할 '사회적 아젠다 논의'에 실제적으로 국민들이 어느 정도나 참여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우리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시민과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한데. 그 참여도가 관건이다.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떻게 하면 우리사회가 '행복한 사회' '웃는 사회'가 되겠는가에 대해서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 함께 그림을 그려 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7월 중순 부터 9월 까지 정책 아젠다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토론 작업을 시작 하겠다. 이 토론 작업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면서 고민 했으면 한다.

몇 가지의 주제가 있겠지만 형식적인 논의 보다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들을 엮어서 그것을 정리해 정책으로 만들고 그것으로 심판을 받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네이션코리아 / 추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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