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석방과 거리먼 역할론과 반미론 싸움

미국 역할론에 맞추어 한목소리 내는게 인질석방에 유리하다

김환태 | 기사입력 2007/08/08 [13:38]

인질석방과 거리먼 역할론과 반미론 싸움

미국 역할론에 맞추어 한목소리 내는게 인질석방에 유리하다

김환태 | 입력 : 2007/08/08 [13:38]
테러조직과 협상불가 대원칙 고수하는 미국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간의 8월6일 캠프데이비스 정상 회담에서도 한국인 피랍자문제가 전혀 진전을 보지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양국 정상은 인질 석방 협상에 있어 그 어떤 보상도 있어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였을 뿐만 아니라"탈레반은 죄없는 민간인을 죽이는 냉혹한 살인자"라고 맹비난 함으로써 강경대응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현시점에서 피랍자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쥐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처럼 문제해결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테러조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고수하면서 문제해결이 벽에 부닥치고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은 피랍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점에서 결코 좋은일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백종천 대통령특사까지 파견해 가면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을 상대로 인질 석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지만 탈레반측이 요구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1:1맞교환 제의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거부하고 미국 또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흘리면서 탈레반과 협상은 없다며 강경론을 견지하는 바람에 나머지 21명의 인질에 대한 살해시한을 연장하는 시간벌기외에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우리정부와 국민들은 아프카니스탄 정부가 지난 5월 피랍되었던 이탈리아 기자 석방 조건으로 탈레반이 요구한 탈레반 수감자 5명을 풀어줌으로써 인질이 석방된 전례가 있어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인질 맞교환 성사에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탈레반 수감자와 이탈리아 기자 맞교환후 부시 대통령이 직접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자 미국의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으로서도 더이상 독단적으로 맞교환을 추진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마저 미국의 입김앞에 운신을 제약받고 있는 상태에서 사실상 인질사태의 해결여부는 미국의 손에 달렸다는게 국내외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같은 현실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한 인질사태 해결이 난망하다고 인식한 정치권과 언론,시민단체가 심성민씨가 두번째로 살해당한 7월31일을 전후하여 미국의 역할론을 추궁하고 나섰다.

미국의 역할론과 반미 경계론으로 인한 적전분열

  조선일보는 7월27일자 '남은 22명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아프가니스탄과 미국등 관련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관철하는 것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미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7월28일에도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국 정부들에 바란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상반되는 요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있는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정부가 보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한국정부를 지원해주기 바란다"며 미국의 역할이 사태해결의 관건임을 재차 강조 하였다.

  한겨레신문도 8월1일자 '미국은 인질사태 해결에 적극 협력해야'의 사설에서 "사태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은 한국정부가 국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에 협력해온 점을 고려해 이번 인질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한다"며 미국이 사태해결의 전면에 나설것을 강력 촉구하였다. 중앙일보도 8월3일자 '인질사태,미국의 역할을 기대한다"의 사설을 통해 "한국인들의 처지를 헤아려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는 말로 미국의 역할을 주문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8월2일 부시 미국대통령과 하미드 자르카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테러분자들의 만행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규탄한다"면서 "미국과 아프간 두나라의 협력으로 이문제가 해결돼 피랍자 가족과 우리국민이 안도하길 바란다"고 하였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부시 대통령에게 "지금이야말로 한미동맹의 우방으로서 피랍된 한국인의 석방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이야말로 우리국민들로 하여금 미국과 각하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깊어지게 하고 우리의 동맹관계를 강화할 계기가 될것이다"는말로 미국이 적극 나서주길 간곡하고 정중하게 호소하였다.

  한나라당,열린당,민노당,국중당등 4당원내 대표들도 국회대표단을 꾸려 8월2일 미국을 방문 톰랜토스 미국하원 외교위원장과 번스 국무부차관을 만나 인질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의 협조를 요청하였다. 한편 피랍자 가족들은 8월1일 분당 샘물교회 관계자들과 함께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 윌리엄 스탠튼 부대사를 면담하고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고 호소문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목소리로 사태해결을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역할론 촉구 분위기가 8월2일 부터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동아일보 등이 갑자기 '반미 경계론'으로 시각과 논조를 바꾸면서 적전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범여권이 미국의 '역활론'을 주장하고 진보단체가 '책임론'을 내세우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심미선양 사건으로 인한 반미정서가 선거분위기에 악재로 작용한 전례때문인지 8월2일 김형오 원내대표가 "납치국민이 석방되는날까지 반미감정을 촉발하는 어떠한 행동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반미 경계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같은날 조선일보도 '이 비극마저 반미선동 소재로 써 먹겠다는건가'의 사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길어지고 인질2명이 살해되자 일부 세력들이 그책임을 미국에 돌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 질수록 이 비극을 반미선동 호재로 만들려는 세력의 준동은 더 심해질 것이다."며 반미 분위기 확산차단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8월3일자 에서도 3면에 '반미단체들 탈레반은 비판않고 피랍은 미국책임'이라는 기사를 통해 8월2일 있었던 '한국진보연대'회원들이 미국대사관 앞에서 "피랍시위를 벌인 사건과 민노당,범민련등의 조기철군,미국 책임론주장,촛불시위등을 강력 비판한데 이어 '아프간 비극앞에 반미좌판 벌이는 정치권' 이라는 사설로 정동영 대선주자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편지,여권의원 33명의 미국역할 촉구성명,국회대표단의 미국방문을 "아프가니스탄 비극앞에다 정치장사 좌판을 하나 벌여놓고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습이다"고 비판하였다.

  김민배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8월4~5일자 섹션면 '정가 포인트'란에 '대선의 계절,다시 고개드는 반미'라는 글을 통해 인질사태 해결 미국역할,책임론은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판하는 글을 싣기도 하였다. 동아일보도 8월2일자 "'정치권'인질 사태 가벼운 주문 자제해야"사설에서 "미국을 잘못 끌어들이게 되면 반미감정만 부추길수 있다"며 반미 경계론을 폈다. 중앙일보도 8월4일자 오피니언면에 노재현 논설위원이 '참으로 편리한 미제'라는 칼럼을 통해 "미제반대를 세상의 중심축에 놓는 사람들이 며칠전부터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반미 경계론에 가세하였다.

미국 역할론에 초점 맞추어 한목소리 내야,정부는 이슬람권에 대한 외교 총력전을

 '효순,미선'양 사태로 인한 반미정서 확산으로 크게 데인바 있는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으로서는 피랍자 사태가 반미정서로 흐르는 사태를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피랍자 사태는 추가 희생자가 나올경우 한국이 미국의 구출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반미정서의 확산은 '효순,미선'양 사태이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반미정서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정권교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보수진영으로서는 치명타가 아닐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현시점에서 한나라당과 조선,동아등 보수언론,보수단체가 보수세력의 정권장악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집착하여 미국의 역할을 반미론으로 공격하는것 또한 타당하지 않을뿐 아니라 국민적 지지를 받을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범여권과 진보단체가 미국의 역할을 강력 촉구한다 하여 미국이 "테러 조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철회할것 같지도 않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6명의 미국인이 인질로 잡혔을때에도 협상거부 원칙을 고수한 나머지 6명의 인질이 처형당하였고 그 이후에도 10명의 인질이 생사불명 인데도 요지부동이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와 협상불가 원칙이 무너지면 납치테러가 전세계에서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원칙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소모하고 수천명의 전사자를 내면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수십만명의 군대를 파병하여 대테러 전쟁을 치르고 있을만큼 테러 척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따라서 미국이 탈레반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국회대표단을 맞은 톰랜토스 미국하원 외교위원장이 8월3일 "내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한 말은 테러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말이 아닐수 없다. 번스 미국무부 차관도 국회대표단에게 "인질 석방을 위해 몸값 지불이나 죄수와 인질 맞교환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다. 이러한 미국의 협상불가 대원칙과 의지로 볼때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는건 무리일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있는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도록 정부와 정치권,언론,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촉구할수 밖에 없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고귀한 우리국민 21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미국 역할론을 반미로 몰아부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역할론 심하게 말해 책임론이 인질구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주장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보수진영이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반미론을 내세우는것도 문제지만 진보단체 또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책임론을 반미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있다. 모름지기 미국의 역할론에 초점을 맞추어 한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다.정부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역할외에도 탈레반에 영향력을 가진 부족장 설득과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를 요청하는 외교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8월9~11일 카불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부족장 회의인 '지르가'를 대비하여 특사를 재파견 하는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지르가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주요 부족원로 700여명은 물론 양국 대통령까지 참석하는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슬람국가들에도 특사를 파견 이슬람 국가들이 연대하여 인질석방을 압박하도록 이슬람권에 대한 외교총력전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인질석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비록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무슨짓이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정부의 총력전과 국민의 대동단결을 거듭 촉구한다.

 김환태/뉴민주닷컴 대표

[선진정치,남북통일.뉴민주닷컴 http://newmin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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