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박사 칼럼] 신묘년을 맞이하며!

시민 옴부즈맨 공동체 대표 김형오박사가 바라보는 신묘년의 새해

김형오 칼럼 | 기사입력 2011/01/21 [13:10]

[김형오박사 칼럼] 신묘년을 맞이하며!

시민 옴부즈맨 공동체 대표 김형오박사가 바라보는 신묘년의 새해

김형오 칼럼 | 입력 : 2011/01/21 [13:10]
호랑이 포효는 사라지고 이제는 토끼의 지혜가 필요할 때...

다사다난했던 경인년을 보내고 희망찬 신묘년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해는 참으로 시끄럽고, 무서웠다. 이른 봄 고요하기만 한 서해 백령도 에서 우리 함정이 침몰되어 우리의 젊은 아들 46명이 수장되는 아픔을 겪었고, 민선 제5기 지자체 선거로 집권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일어나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여당이 참패를 하는 정치적 지각변동이 있었으며, 6.25민족상잔 이후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뜻하지 않는 연평도 북침을 받아 무모한 양민과 건아들이 유명을 달리하여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어 세밑을 맞이하는 국민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정치는 정치대로 세종시와 4대강, 무상급식 그리고 날치기 국회 문제로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한 G20정상회의라든지 원정 16강을 이룬 월드컵 축구라든지 세계를 경악시킨 우리 낭자들의 축구와 골프, 11월을 불끈 달군 아시안게임의 승전보 등 스포츠만이 연일 상종가를 치는 한해였다. 

이제 우리는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는 국난극복의 첨병으로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세수를 마치고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방아를 찧고 있는 신출기묘한 토끼를 맞이하고 있다.

토끼는 예로부터 장수의 상징이거나 달의 정령(精靈)으로 여성을 대표하는 산신 또는 산신령으로 불리어 왔다. 

우리는 흔히 토끼하면 이솝우화에서 여유 만만한 토끼와 느리고 굼뜬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패배한 토끼를 연상시키며 많은 교훈을 익혀 왔고, 별주부전에서는 토끼의 간을 구해오라는 용왕의 명을 받은 거북이에게 속아 용궁으로 들어가 간을 내놓을 처지가 되자 “간을 뭍에다 두고 왔다”는 지략을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를 구전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빠르고 느림을 가늠하는 경주에서는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는 거북이가 이겼지만 백척간두의 위험 앞에서 지혜를 발휘하는 데는 번뜩이는 기지를 가진 토끼가 승리를 한 것이다. 

옛말에 “어스렁 토끼 재를 넘는다”는 말이 있고, 외국 속담에도 궁지에 몰려 해법을 찾고자할 때 “모자 안에서 토끼를 끄집어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딱히 우리 문화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고 동서고금에서 통용되는 교훈 같다. 이렇듯 토끼는 우리 인간에게 다음과 같이 많은 가르침과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토끼의 귀를 닮아보자

토끼는 작은 체구에 비해 긴 귀를 갖고 있는데, 이는 주변의 육식동물로부터 위험에 처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통신기다. 즉 위험을 감지하는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세한 소리까지 감지하는 귀 덕분에 짧은 앞발로는 땅을 딛고 긴 뒷다리로는 껑충껑충 뛰어 금새 도망을 가 위기를 모면한다. 또 귀 안에는 빨간 실핏줄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데, 이는 체온을 조절해 주는 “온도계” 역할을 한다. 몸에 열이 나면 귀 속 혈관에서 열을 방출해 적정 체온을 유지해 준다. 토끼가 지혜의 동물이라는 것은 아마도 이 긴 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물의 귀 중에는 당나귀 귀가 있다. 이 귀는 겉치레나 과유불급의 귀로 흔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로 우리에게 낯익혀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국정의 목표로 “소통”이라는 국민통합을 주창하고 나섰다. 소통은 들어야 되고, 막히지 않고 잘 통해야 되며, 오해가 없어야 한다. 

귀라고 모두 귀가 아니다. 라틴제국의 격언에 “악인의 말에 귀를 제공하지 말라”했다. 대통령은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귀가 얇아서는 안된다. 겉치레나 하는 당나귀 귀나 당나귀를 가진 임금님 귀를 가져서는 안 된다. 지역, 세대, 계층 간에 소수가 신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라도 청와대에 토끼 귀의 안테나를 세워야 하고, 토끼 귀에 부착된 자동온도계를 작동하여 세상의 허튼 소리를 여과하면서 올바른소리만을 들어야 한다.

둘째, 토끼의 꾀를 배워보자

토끼는 꾀가 많기로 유명한 동물이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트릭스터(ickster, 책략가)로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우화에서 동물의 왕인 사자나 호랑이, 천적인 늑대나 여우, 매서운 발톱을가진 독수리 앞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재롱을 떨어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삶을 기경하고 있다. 

용왕이나 호랑이 사자가 권력자요 위정자라면, 토끼는 힘없고 돈 없는 서민이다. 

꾀는 지혜요 슬기다. 우리 속담에 “우렝이도 두렁 넘을 꾀가 있다.”란 말이 있다. 보잘 것 없고 느린 느릿한 사람도 지혜를 발휘하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교활한 토끼는 굴이 셋”이라는 토끼의 슬기로움을 빗댄 말이 있고,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 놓친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작은 것에 욕심 부리지 말라’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순간을 모면하려는 얕은 꾀나 간휼한 꾀보다는 약육강식의 모진세파에서 슬기롭게 살아남을 수 있는 토끼의 꾀를 터득해 보자. 

셋째, 토끼의 길을 따라가 보자

토끼에게도 길이 있다. 자신의 묘법으로 살아가는 길도 길이지만 우직스럽게도 평소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길만을 다닌다. 요즈음처럼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토끼가 다니는 길을 알아 그 길에 그물을 쳐 토끼몰이를 하면 영낙없이 걸려드는 어릴 적 시골에서의 경험이 떠오른다. 토끼가 다니는 길은 질서정연하다. 그리고 그 길은 수시로 바뀐다. 혹한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다른 동물로부터 방어하기 위하여 명석한 두뇌로 빠르고 안전한 새로운 길을 자기 안식처와 연결하여 개척한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 할 줄 아는 토끼의 신 도로법을 배워야 한다. 아울러 법과 질서를 지키는 토끼의 정도론을 익혀야 한다. 지금 우리는 무질서와 혼돈의 극치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힘과 돈이 난무하는 좁은 길에서 그들의 광기를 지켜보는 관객일 뿐이다. 더구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까지 이 유행은 유효하다.

마지막, 토끼의 관성을 지양하자

토끼는 앞만 보고 달리는 관성이 있다. 토끼의 조급함과 성급함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필경 망할 줄 알면서도 냅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토끼를 닮을 필요는 없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앞만 보고 전진하다 덫에 걸려 꼼짝을 못하고 뒤 늦게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불안하다. 오직 성장, 개발, 발전이 이런 기우를 불러오고 있다. 이런 조루현상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사에 상극만 양성하고 있다. 숨을 고르고 한 발짝 물러설 줄 아는 지혜를 토끼의 관성에서 배워보자.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치적만을 향해 질주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우리국토, 우리민족, 우리역사를 좀 더 길게 바라보는 토끼 같은 여유를 가져보자.

지난 경인년에는 곳곳에서 매서운 호랑이의 포효소리만 진동을 하였다. 서해에선 남북한 호랑이가 맞짱을 떴고, 국회에서 여야 호랑이가 혈투를 벌였고, 요즘엔 구제역 호랑이가 우리 소와 돼지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 60년만에 돌아온 백호의 맹위치고는 매섭기가 한이 없다. 이제는 호랑이의 포효를 모두 잠재우고 희망찬 신묘년을 맞이하여 토끼의 귀를 빌려 지혜를 배우고, 토끼의 길을 따르되 브레이크를 달아 평온하고 평화로운 푸른 초원을 향해 우리 모두 달려 나갑시다.

  
신묘년   월   일
시민옴부즈맨공동체 대표 행정학 박사 김 형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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