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의 열린당 탈당이 특별한 이유

노 대통령과 특별한 정치적 인연 소신이 분명한 정치인

정인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7/01/28 [01:12]

천정배의 열린당 탈당이 특별한 이유

노 대통령과 특별한 정치적 인연 소신이 분명한 정치인

정인대 칼럼니스트 | 입력 : 2007/01/28 [01:12]
 
▲ 2005년 법무부장관 임명장을 받는 천정배 의원 
천정배 의원이 28일 탈당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서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 천정배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갈라서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통합신당으로 가야한다는 탈당파와 같이 해석하고 취급하기에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천정배 의원의 탈당과 염동연 의원의 탈당은 그 본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천 의원은 탈당에 대한 질문에 "침몰하는 타이타닉에선 뛰어내려야 한다. 뛰어내리는 게 사는 길이다"면서 "이는 개인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당 창당에 대한 명분으로 "히말라야 고봉을 오를 때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정상 정복에 나선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산악인이라면 정상정복을 코앞에 두고서도 기상이변으로 상황이 어려워지면 일단 베이스캠프로 내려온다"고 했다.

천 의원은 "악천후를 무릅쓰고 고봉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자는 것이 (열린우리당 사수파가 주장하는) 사수다"라고 말하면서 "지금 우리 상태는 베이스캠프로 내려와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지금 우리당은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천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오랜기간 우정을 포기하면서 탈당을 결행하는 이유가 단지 열린우리당의 혁명적 변화를 주도하고자 함이라 할 수 있을까?

천정배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의원들 중 가장 먼저 '노무현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인사이다. 그리고 당내 비판을 감수하면서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데 주역을 다했고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했던 일등 공신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의 일등공신으로 '천·신·정' 이라는 용어마저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했던 천정배 의원이 28일 탈당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도덕적 치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민주평통 발언에서 고건 전 총리와 김근태 의장 그리고 정동영 전 의장을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천 의원은 평소 "노대통령이 나에게 빚을 졌으면 졌지, 내가 노 대통령에게 빚진 건 없다"는 말 그대로 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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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천 의원은 목포 출신으로 경기도 안산에서 3선을 하고 있는 중진 의원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는 천 의원이 일방적으로 짝사랑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여유가 있는 자가 가진 것 없는 자에 대한 배려와 동정을 포함하여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한 경우라 하겠다. 이같이 자신의 판단으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 정치를 해 온 터이기에 그의 탈당은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사례라 하겠다.

천정배 의원은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 당내에서 제일 먼저 지지를 선언했고, 노 대통령의 야인 시절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는 노 대통령의 후광이나 그의 정치적 성공 이후에 대한 보답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천 의원은 노 대통령이 갖고있는 지역타파라는 정체성을 크게 존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호남출신 천정배가 영남출신 노무현을 짝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자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연정 발언이 나오면서 천 의원은 깊은 고심에 빠지게 되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은 또 다른 지역주의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천 의원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에 대해 "영남 비주류의 영남 주류에 대한 러브콜에 다름 아니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후 노 대통령의 청와대 측근들 사이에서도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신지역주의 발언이 무성하였다.

자연히 노 대통령에 대한 짝사랑은 식어가면서 천 의원은 마음속으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상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고 있는 통합신당파의 탈당과 그들이 주장하는 당의 해체와는 시각이 달랐다.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의 회동은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열린우리당과 자신들의 지지율 하락에서 기인한 정략적 모임으로 보였고 자신들의 대선 출마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염동연 의원이 주창하는 탈당의 변은 반한나라 라는 목적하에 제3의 세력을 끌어들여서 정계개편의 중심축으로 가용하자는 내용이며,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다소 불가능한 제안을 제기한 경우이다. 이에 반해 천 의원의 탈당은 개념이 다른 내용이라 할 것이다. 천 의원은 탈당해서 신당을 만드는 목적으로 지역구도 타파라는 정체성 확립을 구축하기 위함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 3의 후보를 옹립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이라는 엄포를 울리면서 실제로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필자의 예측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제1의 대주주로서 정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노 대통령이 구정을 전후해서 탈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더욱 정 전 의장의 당내 입지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탈당 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천 의원과 정 전 의장은 기득권 유무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천 의원은 정 전 의장의 대권 욕심을 비판하고 김근태 의장의 우유부단한 지도력을 비웃으면서 신기남 의원의 당 사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탈당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행은 천정배 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천정배 의원을, 외견상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과 달리 강인하고 고집과 소신이 빛나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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