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의 한, 천정배와 추미애의 컷 오프

<공희준 칼럼> 국민대선후보로 출마하라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7/09/07 [18:55]

천추의 한, 천정배와 추미애의 컷 오프

<공희준 칼럼> 국민대선후보로 출마하라

뉴민주닷컴 | 입력 : 2007/09/07 [18:55]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상한 대로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이 본선에 진출할 5명의 후보자로 뽑혔다. 정확한 득표순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방금 열거된 순서라는 걸. 어라! 한명숙이 유시민을 이겼다네. 어이쿠! 정식으로 집계를 마치니 유시민이 도로 4위래. 유시민과 한명숙의 엎치락뒤치락, ‘누나의 꿈’ 현영과 ‘불후의 명곡’ 김성은이 가창력의 우열을 다투는 형국이구나.

 

선출된 다섯 명의 이름을 접하고 딱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가관’이다. 정말 가관이지 않은가? 면면을 둘러보시라. 한나라당에서 도망쳐온 탈영병 하나, 이미지장사로 출세한 전직 앵커맨 1인, 노무현 곁에서 갖은 아부를 일삼으며 참여정부를 말아먹은 간신배 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얼굴마담 스타일의 아주머니 한 분. 원조 불임정당 한나라당을 뒤이을 짝퉁 불임정당의 탄생이다. 문제는 불임정당들의 대항마가 되어야 할 민주노동당은 출산의지가 아예 없는 피임정당이란 점이다. 그러기에 연로하신 권영길옹께서 당내경선 과반득표를 향해 거침없이 승승장구하고 계시지.

 

국민원로는 처음부터 천정배와 추미애의 신당참여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추미애 진영과는 의사소통경로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에 이러한 견해를 전달할 길이 없었다. 다만 천정배 캠프와는 가느다란 연결통로가 있었다. 따라서 기회가 닿을 적마다 도로열린당에 절대 가지 말 것을 강력히 종용해온 터였다. 그럴 때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이란 답변뿐이었다. 천정배의 무한도전을 효과적으로 말릴 수도, 본격적으로 도울 수도 없는 모순된 처지로서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사실은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었다. 까놓고 이야기하겠다. 내가 천정배 돕는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면 그에게 오히려 해만 끼칠 따름이다. 안 도와주는 게 차라리 돕는 것인 인간들은 멀리서 구경만 하는 것이 낫다. 도와주지 않는 편이 도움이 될 족속들이 돕는답시고 설치는 바람에 똥물 뒤집어쓴 정치인들이 이미 여럿이기 때문이다.

 

천정배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음에도 할 말은 하고 넘어가련다. 천정배를 국민들 눈에 하찮게 만든 근본이유는 도로열린당 입당이다. 나를 빗대어 설명하겠다. 요새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웹사이트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을 응원하는 정치웹진들을 제압하려는 목적에서 내가 서역국 통치자들과 재차 손잡고 새로운 매체를 출범시킨다고 가정해보시라. 아무리 좋은 취지를 내세운들 네티즌들한테서 손가락질 받기 알맞다. 천정배가 이와 똑같은 짓을 한 셈이다. 한번 나왔으면 그걸로 끝이다. 백(Back)은 없다. 천정배의 결정적 오판이었다.

 

천정배의 오판은 현실적 선택에 관한 그릇된 개념설정에서 비롯되었다. 10프로의 지지율을 20퍼센트로 끌어올리고자 고개를 숙이면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 선택으로 인식돼 변명이 가능하다. 허나 1퍼센트의 지지율을 2프로로 늘리기 위해 소신을 접는 행위는 현실적 선택이 아니다. 그냥 닭짓이다. 게도 구럭도 전부 놓치기 십상이다. 도로열린당의 컷오프 행사는 분명 야바위 성격이 짙었다. 야바위임을 뻔히 알고서도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돈을 날렸다면 본인을 순진한 피해자라 주장하기 어렵다.

 

이제 천정배는 무엇을 할 것인가? “What is to be done?”은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어 쓴맛을 본 경우 꼭 되새김질해야 하는 의문이다. 천정배는 대중적 서사에 좀 더, 아니 많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천정배가 최근 내놓은 대담집 제목이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춤추어라’다. 나는 천정배가 차병직 변호사와 안드로메다에서 담소를 나누고 돌아온 줄 알았다. 대한민국 국민들 가운데 로도스가 뭔지를, 더 나가 로도스에서 춤추라고 외친 이가 헤겔이며, 헤겔이 어떤 의도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를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진심으로 충고하겠다. 학회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아니라면 다시는 요런 표현 쓰지 마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중적 서사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방법은 재미있으면서도 단순하다. 시청률 20퍼센트 넘어가는 텔레비전 연속극들을 닥치는 대로 챙겨보시라. 정치일정이 빡빡하면 기준선을 30퍼센트로 높일 수도 있다. 국민의 30프로가 선호하는 연속극이면 비록 유치한 스토리일지언정 폭넓은 대중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킬 흥행코드가 반드시 숨어있기 마련이다.

 

천정배는 문국현과의 천문연대, 또는 문천동맹을 강조했다. 천정배의 예선탈락과 상관없이 이는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이자 살아있는 카드다. 불임정당에 잡탕정당인 도로열린당에 절망하고, 피임정당이며 마니아정당인 민주노동당에 실망한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문국현과 천정배가 공유하는 가치와 노선, 정책과 비전, 이념과 철학은 매력적 요소로 다가온다. 투 트랙? 정치에선 쓸모없다. 정답은 일로매진이다. 한 길만 죽어라 뛰는 것이다.

 

천정배는 시청률 30프로의 드라마에 자신을 실어야 한다. 지중해의 작은 섬 로도스 그만 가고, 광활한 요동벌판으로 진군하라. 대중설득의 요체는 대입과 각색, 풍자와 번안이다. 김대중은 연개소문이었다. 당나라와 잘 싸우다가 후계자 선택에서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노무현은 남생이고 남건이며 남산이다. 덕분에 진보개혁세력은 쫄딱 망했다. 망해버린 진보개혁세력을 재건ㆍ부흥시키는 과제야말로 천정배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다. 당연히 훼방꾼이 따른다. 이해고 이해찬과 신홍 유시민이다.

 

천정배는 대조영 역할로 캐스팅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배역의 비중이 아닌 성격이다. 12월 19일의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발해 건국의 분수령으로 기록된 천문령 전투로 생각해라. 천정배와 문국현이 짝을 이뤄, 이해고 이해찬과 신홍 유시민의 안내를 받으며 요동으로 쳐들어올 당나라군, 즉 한나라당을 물리칠 준비를 해라. 시간이 없다는 푸념은 핑계에 불과하다. 못하니까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거지, 시간이 모자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시급한 사안은 향후의 거취를 정하는 일이다. 백의종군은 필수다. 영주로 끌려간 고구려 유민의 일원으로 천정배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야 한다. 도로열린당은 당나라도 아니고 발해도 아니다. 그곳은 이해고와 신홍이 지배하는 거란영토다. 천정배의 임무는 홀로 요동으로 탈출하는 것이 아니다. 최후까지 영주땅에서 버티면서 흩어진 유민들을 규합해 힘을 기르고, 세를 모으며, 명분을 쌓는 데 있다. 또다른 탈당은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영주에서 이해고-신홍 일당을 끈질기게 괴롭힘으로써 그들이 대조영의 배후를 기습하는 사태를 막아라.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유민들을 치밀하고 단계적으로, 또한 티 안 나게 요동으로 이주시키는 거다. 본원로, 천정배를 영주의 고구려 유민촌장으로 임명하노라.

 

일부러 드라마에 비유해 서술했다. 지금 하는 얘기에 함축된 의미를 모른다면 천정배 캠프는 진짜 문제 있다. 대중적 서사에 완전 문외한이란 뜻이다. 추미애에 대해선 간단히 언급하겠다. 추미애는 공주병에서 어서 탈출해야 옳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자기를 삼고초려해 데려갈 것이란 허황된 환상에서.

 

신데렐라를 신데렐라로 만든 배경은 왕자님과 만나기 전의 불우한 생활사다.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받던 재투성이 시절 말이다. 추미애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받기를 꺼렸다. 재투성이가 되는 것도 마다했다. 그러면서 왕자님만 애타게 기다렸다. 나는 추미애가 귀국 직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온갖 폼 다 잡으면서 대학강단에 섰다. 강단에서 먹물과 유지들 상대로 동북아평화가 이렇고 한반도통일이 저렇고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해댔다. 내가 추미애였다면 그 시간에 앞치마 두르고 지역구에서 쓰레기 줍고 다녔을 게다. 그래야 왕자님 만나지. 국민이 왕자님이다. 백마 대신에 마을버스 타고 다니는.

 

대중적 서사에 취약한 천정배, 손에 물 묻히기 싫어하는 추미애. 2007년 여름의 끝에서 그들을 천추의 한으로 이끈 내재적 원인이다. 원인이 밝혀졌으니 즉각 해결노력에 착수해야 마땅하다. 덧붙여 말하면 천정배와 추미애는 율사기질을 얼른 떨쳐버려야 한다. 쓸데없이 만사를 깊이 파고드는. 예컨대, 무조건 파고든다고 하여 1+1이 3이 되지는 않는다. 대국을 읽는 안목은 율사기질과는 상극이다. 대국을 서투르게 읽은 탓으로 말미암아 당신들은 벼랑 아래로 굴러떨어질 운명인 도로열린당에 어리석게도 자발적으로 승차하지 않았나? 남들보다 차비까지 두 배로 내면서.

 

국민원로는 무수한 흠집에도 불구하고 천정배와 추미애가 이명박과 노무현, 이해찬과 유시민 따위와 비교해 100배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믿는다. 빨리 단점 고치고 약점 보완한다면. 고유의 장점과 강점은 물론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럼 5년 후에는 추미애와 천정배 모두가 오늘의 천추의 한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국민이 기꺼이 추천하는 대권후보로 거듭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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