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등불 밝힌 박재영 판사의 사직서

<채수경 칼럼>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채수경 | 기사입력 2009/02/04 [06:04]

민주주의 등불 밝힌 박재영 판사의 사직서

<채수경 칼럼>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채수경 | 입력 : 2009/02/04 [06:04]
변호사(辯護士)에는 선비 사(士)가 붙지만 판사(判事)·검사(檢事)에는 일 사(事)가 붙는다. 선비 사(士)는 본디 남성의 생식기를 그린 것으로서 ‘남성’을 뜻했으나, 후에 지식인을 뜻하게 됐고 뜻 지(志)에서 보듯 어떤 생각이나 사상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게 됐던 바, 말로써 피고를 비호하는 변호사에 ‘사(士)’가 붙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반면 일 사(事)는 관공서에서 붓을 들고 맡은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서, 일처리를 할 때는 자기 생각 없이 주어진 룰에 따라 해야 하므로, 법에 따라 기소를 하고 판결을 내리는 검사(檢事)나 판사(判事)에는 ‘事’를 붙여야 한다.
 
한국서는 판사·검사·변호사를 법조3륜(法曹三輪)이라고 부르지만 기실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다툼을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므로 그들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
판(判)은 반 반(半)에 칼 도(刀)가 붙은 것으로서 칼로 공정하게 반을 가른다는 의미이고 영어 ‘judge’의 뿌리는 ‘옳은 것’ ‘법’을 뜻하는 라틴어 ‘jus’, 판사가 ‘옳은 법’의 칼로 정확하가 반으로 가르듯이 공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불의가 판치게 된다. 대부분의 법치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과 함께 판사의 신분을 법으로 보장해주는 것도 판사들로 하여금 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판결하게 하자는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러나 후진적 서열 및 승진체계로 판사들을 옭아매고 있는 한국에서의 신분보장은 그림의 떡, 권력이 승진이나 전보 등 테크니컬한 불이익으로 판사들을 쥐고 흔들어온 게 작금의 현실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관련자들의 재판을 맡아 주모자에게 보석을 허가하면서 집시법 10조 야간집회금지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여 ‘촛불판사’로 불렸던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지난달 중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판사는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촛불집회 이후 현 정부가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 이 정부와 함께 가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밝혔다. 최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됐을 때 지인들에게 “검찰이 정리한 ‘범죄사실’로는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등 구속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사법부의 한 구성원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던 박 판사는 “최근 검찰권이 계속 강화돼 법원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혼자만 도망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에 훌륭한 법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발독재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박 판사와 같은 양심과 소신이 살아 있어서 반갑다. 1968년 10월 4일생으로 서울 삼육고와 고려대를 나온 그가 학연을 내세워 고려대 선배 이명박 대통령 편에 섰더라면 승승장구할 수도 있으련만 그걸 마다하고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양심을 굽히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짜 판사’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1963년 5월 3일생으로 신일고와 서울대를 나와 박 판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면서 돈 주고 국회의원 배지를 산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어미니 김순애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학원가 관련자의 구속영장은 기각하는 한편 광고불매운동 참여 네티즌이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주저하지 않고 발부했던 김용상 부장판사와 극단적으로 대비되기도 한다. 사시 37회인 지법의 하위직 판사가 사시 27회인 부장 판사의 판단을 무시한 채 양심과 소신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을 터, 박 판사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을 지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등불은 그런 희생과 고통을 심지 삼아 타오르는 바, 박 판사의 이름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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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고뉴스 2009/02/05 [09:38] 수정 | 삭제
  • 신문고 뉴스 추광규 입니다. 이 기사를 저희 사이트에 가져와 배치했더니 한 독자분께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셔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였습니다. 꾸벅

    =======

    얼마전 인터넷에서 화제에 올랐던 김용상 부장 판사는 1963년 5월 3일생으로 신일고와 서울대를 나와 박 판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였다. 그런데 김 부장판사는 돈 주고 국회의원 배지를 산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어머니 김순애 구속 영장은 기각하였다.

    또 그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학원가 관련자 구속 영장도 기각하였다. 계속해서 영장을 기각하던 김 부장판사는 광고불매운동 참여 네티즌이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주저하지 않고 발부했다. 법의 잣대가 과연 공정한지 의아할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박 판사와는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 독자 지적 사항===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문장은 짧게. 지푸라기 09/02/05 [00:21]
    박 판사가 왜 훌륭한 분인지 잘 알겠습니다.
    아래 문장은 이상하네요.

    1963년 5월 3일생으로 신일고와 서울대를 나와 박 판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면서 돈 주고 국회의원 배지를 산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어미니 김순애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학원가 관련자의 구속영장은 기각하는 한편 광고불매운동 참여 네티즌이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주저하지 않고 발부했던 김용상 부장판사와 극단적으로 대비되기도 한다.

    김상용 부장 판사는 1963년 5월 3일생으로 신일고와 서울대를 나와 박 판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였다. 그런데 돈 주고 국회의원 배지를 산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어머니 김순애 구속 영장은 기각하였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불법선거자금을 제공한 학원가 관련자 구속 영장도 기각하였다. 그런데 광고불매운동 참여 네티즌이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주저하지 않고 발부했다. 박 판사와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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