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한나라당 집권에 도움?

<분석> 국내정치에 이용하다 '역풍' 맞을 가능성 높다

정도원 | 기사입력 2007/08/08 [21:59]

남북정상회담, 한나라당 집권에 도움?

<분석> 국내정치에 이용하다 '역풍' 맞을 가능성 높다

정도원 | 입력 : 2007/08/08 [21:59]
서울의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사진 한방 찍으면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김정일을 만나 사진 한방 찍기 위해서는 엄청난 '알현비용"이 든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던 시절도 존재했다. 구체적인 증거제시는 어렵지만 정설에 가깝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만남 이후 남북관계는 실로 놀랍게 변화했다. 이산가족상봉, 금광산 관광, 남북철도연결, 개성공단 시범사업, 체육문화교류 등 김대중 정부 이전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 임에 틀림없다.
대북햇볕정책이라고 표현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분명 누가뭐라고 해도 새로운 남북협력시대를 연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이 국내정치에서 집권당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던전는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덕본것이 별로 없다.

당시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은 16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전격발표 됐다. 당시 야당은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인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지만 선거 결과는 여당입장에서 신통치 못했다. 물론 당시 집권층은 국내선거를 분명 의식했다. 당시 집권당으로 볼때는 남북정상회담이 총선에서 여당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투표함 속에 나타난 표심은 남북정상회담 특수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노무현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제 2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전격 발표했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두 정상 간의 만남은 일단 좋은 것이다. 그 만큼 긴장이 완화되고 남북협력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월 28일 평양에서 회담을 하게 됐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둔 국내용이라고 예상대로 비판의 강도를 높혔다. 2000년 때와 똑같은 반응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번 회담이 국내정치와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정부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국민들도 별로 없다.

물론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내심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현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 그 결과가 남북관계에 유익하게 작용하고 절대다수 국민들이 그 사실을 인정해 주고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당에게 표를 몰아준다면 좋은 일이다. 민주정치에서 집권기간 동안의 업적을 갖고 그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잘해서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재심을 받는 것처럼 집권당 역시 집권 당시 업적을 많이 만들어 국민들에게 심판받는 것이 민주정치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대선정국에 이용해 먹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억지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몰아부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만남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도나 국민적 지지도가 상승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김정일을 상대로 회담의 의제 등 국민들이 공감하는 문제를 잘 처리해서 '역시 노무현'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매우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국민들이 감동먹고 제대로 평가해 주고 그 댓가로 차기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국민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면 금상첨화다. 한나라당이 배가 아파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국민들이 노무현과 김정일의 만남을 아무런 성과도 없는 '사진찍기 회담' 또는 일방적으로 북한만 도와주는 '퍼주기 회담', 김정일의 기만 살려주는 '굴욕 회담'이라고 평가할 때는 이번 회담이 한나라당 집권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회담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과 김정일의 만남은 8월 28일이고, 한나라당이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날은 8월 19일이다.

한나라당에서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가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당내경선 후 패자의 지지층이 대거 한나라당을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볼 때 당내경선 직후 지지층의 붕괴를 막아야 하는 절대절명 위기의 시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가게 되는 것이다.

박근헤 지지와 이명박 지지로 크게 나눠 죽느냐 사느냐로 치열한 불꽃 경쟁을 벌이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공통점은 "친북 좌파정권 연장저지"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권, 친북정권으로 규정한지 오래다.

한나라당이 당내 경선을 마치고 그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그들이 말하는 친북정권, 좌파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행으로  일순간 봉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표정관리를 한다고 해도 노무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정국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할 수 있는 묘책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고, 한나라당은 친북정권과 김정일의 만남을 비판하면서 경선 후 어수선한 당의 결속을 다지는 절호의 찬스로 활용하고자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불행한 현주소이다.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언론플레이를 하면 할 수록 한나라당은 이것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좌파정권 척결을 앞세워 보수층의 단결을 도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한나라당 집권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청와대와 집권 여당에게 호재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자칫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만 남은 셈이다. 
북한이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한나라당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면 오히려 한나라당의 집권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북한 만 모른다.
 
만약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기 위해 회담 날짜를 한나라당 후보확정 9일 후에 잡았다고 국민들이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믿게 된다면  이것 역시 청와대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더 이상 남북문제를 가지고 국내 정치에 써먹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순진한 의도와 전혀 달리 엉뚱하게 피해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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