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여권 '웃고' 한나라당 '울까?'

<전망> 12월 대선정국 최대변수 등장...정치권 공방 불가피

김성곤 | 기사입력 2007/08/08 [23:16]

정상회담, 여권 '웃고' 한나라당 '울까?'

<전망> 12월 대선정국 최대변수 등장...정치권 공방 불가피

김성곤 | 입력 : 2007/08/08 [23:16]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7년여 만에 남북 양측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12월 대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향후 대선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다.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공방은 물론 한나라당 압도적 우위의 대선구도에서 크고작은 균열이 불가피하다.
 
이른바 ‘빵의 문제’ 즉 경제에 매몰된 차기 대선의 이슈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이라는 보다 큰 차원의 문제로 전환하게 되면 대선구도 전체는 급격하게 요동친다.
 
아울러 현재 여야 주요 정당은 물론 대선주자간 지지율 역시 상당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범여권은 북핵 문제의 해결과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정상회담을 꾸준히 거론해왔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특히 8일 오전 주요 매체들이 남북정상회담을 긴급 뉴스로 앞다퉈 보도하자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시각을 노출했다.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한나라당만이 유일하게 반대를 부르짖었다.
 
그동안 정치권은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이나 반대를 경계해왔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초대형 정치이슈인 만큼 외견상으로는 ‘반(反)한나라당 포위전선’이 구축된 모습이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예측 불가능의 변수가 대선구도 한가운데 자리잡으면서 차기 대선을 둘러싼 향후 여야 정당은 물론 대선주자간 역학관계가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 
 
범여권, 대통합 흐름 가속화 속 대역전극 발판 마련할까?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가장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는 것은 이른바 범여권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은 이른바 대통합을 둘러싼 이견으로 연일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소식에는 한목소리로 환영의사를 밝혔다.
 
범여권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통해 당장 정치적 수세국면을 벗어나리라는 전망은 없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감안하면 이명박·박근혜로 고착화된 대선구도가 허물어지고 10% 미만의 범여권 차기주자들도 약진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가능하다.
 
남북정상회담은 연초 ‘개헌’ ‘정계개편’ ‘한미 FTA’ 등과 함께 연말 대선을 뒤흔들 4대 변수로 지목돼왔다. 이 가운데 개헌과 정계개편,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희박했던 범여권이 불리한 대선전을 뒤흔들어 역전 가능한 구도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개헌은 한나라당과 여론의 반대 속에 물거품이 됐다. 또한 이른바 ‘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반한나라당 전선의 형성 역시 대통합의 주체, 시기, 방법을 둘러싼 논란과 내년 총선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남북정상회담뿐이었다. 이와관련 복수의 범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정치와는 크게 관계없다면서도 이른바 평화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한 반한나라당 전선의 확대 등 분위기는 다소 반전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등 범여권 대선주자 대부분이 환영 논평을 낸 것과 무관치 않다. 정상회담의 성과물에 따라 한나라당의 일방 독주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국민적 여론도 정상회담 성과를 계승할 범여권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는 친노, 반노, 비노 등으로 나눠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명분을 부정할 범여권 차기주자가 없는 만큼 남북정상회담과 그 성과물이 대통합 과정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예상대로 반대입장 밝힌 한나라당, 속내는 복잡미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표면상으로 정상회담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기, 절차, 방법의 적절성 등을 문제삼아 수세에 빠진 범여권이 대선용으로 악용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열흘 안팎으로 다가온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주자간 당내 경선은 물론 전반적인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는 2000년 4·13 총선을 사흘 앞두고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소식으로 여론의 역풍이 불었다는 점을 거론하는 인사도 있지만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사생결단식의 진흙탕 경선을 펼쳐온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은 남북정상회담 카드의 경선 유불리를 따지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으로 경선 흥행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경선전이 정책대결과 검증공방보다는 조직선거 양상으로 흘러 일부 이견에도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경우 주도권을 범여권에 내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 의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전체제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문제나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가시적 성과물이 나올 경우 그동안 강경일변도와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고집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 있다.
 
강경보수로 손꼽히던 정형근 의원이 신(新)대북정책을 내놓으며 전향적 변화를 예고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원이 이로 인해 보수단체로부터 계란세례를 받은 것처럼  한나라당은 당 외곽의 보수세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울러 당내 경선구도 속에서 보수층을 껴안기 위한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경우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함께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범여권의 필승카드로 본다면 이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지난 2002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이른바 4년 11개월을 집권 야당총재로 지낼 만큼 대세론을 누리다 마지막 1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고 노무현 후보에게 역전패를 허용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이런저런 네거티브 공세에 뭇매를 맞은 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고건 전 총리의 낙마 이후 여권과는 경쟁과 안될 정도로 대세론을 유지해온 한나라당의 상황은 2002년과 비슷하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는 당내 경선이 본선이라는 믿음으로 거친 공방을 수개월째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부패’, ‘낙후된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씻기 힘든 내상을 힘었다.
 
상처뿐인 영광 속에서 본선에 나선다고 해도 아직 범여권의 검증공방이 남아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에 따라 범여권이 회심의 결정타를 날릴 경우 지난 대선과 같이 유사한 길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이슈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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