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논의보다는 당내 대선후보 선출이 급선무

<네티즌 칼럼> 박상천 대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정인대 | 기사입력 2007/05/14 [13:01]

통합논의보다는 당내 대선후보 선출이 급선무

<네티즌 칼럼> 박상천 대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정인대 | 입력 : 2007/05/14 [13:01]
 
▲ 4.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박상천 대표 
민주당은 지난 4월 3일 제5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박상천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박상천 대표는 “중도세력을 규합해서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해 대선 승리의 길로 나가겠다”라며 “12월에 이르러서는 단호히 배척했던 열린우리당과도 후보 단일화를 거쳐 반드시 정권 재창출의 쾌거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천, '선(先)중도정당 건설, 후보 단일화후(後) 대선승리'

당 지도부의 성격에 따라 당의 정책과 전략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새로이 선출된 박상천 대표 체제의 민주당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박상천 체제의 민주당은 범여권의 통합논의를 무분별하게 진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대표 취임후 원내세력들의 압력과 각본에 따라 진행되었던 통합 과정은 박상천 대표가 보여 준 현실적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취임이후 곧 김효석과 이낙연 등 일부 의원의 압력에 따라 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당 해체까지 합의하면서 제3지대에서의 통합신당을 추진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까지 거론되는 일종의 정치적 야합을 시도했으나 결국은 통합신당의 과도한 야욕에 따라 회담이 결렬되었다. 이는 통합논의를 반대할 경우 박 대표의 행동이 구시대적 발상으로 매도당할 수 있음을 우려한 사항이라 하겠다.

빈약한 당 대표의 위상과 원내 의원들의 압력으로 인해 박 대표는 취임이후 본의 아니게 헷갈리는 행보를 시작했다. 민주당내 각종 회의에서 박 대표 발언은, 선거기간 그토록 강조하고 주장했던 '민주당 독자생존론'이 사라지면서 '통합 신당'이라는 단어가 부상하였다. 회의때마다 달라지는 박상천 대표의 발언에서 민주당이 통합이라는 급물살에 휩쓸리고 있음을 차츰 알 수 있게 되었다.

박 대표는 "중도개혁주의 통합신당은 지역적 기반과 정통성이 있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 진행될 것"이라며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하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대선을 치를 수 없고 내년 총선에서 양대 정당으로 도약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통합 작업에 사실상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박상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주장하였던 민주당 선 자강론이 민주당 현실 정치에 참여하면서 어긋나게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DJ가 원하는 대선의 과정은 '선(先) 후보 단일화, 대선승리후(後) 단일신당'

민주당의 진로나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DJ가 노골적으로 민주당의 당내 정치에 입김을 넣고 있다. DJ가 주장하는 내용은 박상천 대표와 일정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당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원들 역시 혼란이 예상된다. 양측의 주장에서 '후보 단일화' 라는 부분이 합치하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박상천 대표는 지난 4월 4일,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내의 강한 반발과 분당의 앙금 때문에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문제는 어려우며 후에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DJ는 국민들이 원하는 양당 체제의 선거가 바람직하지만 안되면 단일 연립후보를 내세워 선거를 치르고 승리를 하면 단일정당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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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4일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한 박상천 대표 
DJ는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군부 독재에 항거하면서 민주화 과정속에 수많은 당을 창당하고 탈당을 번복하면서 정치의 질곡을 경험했다. 그에게 있어서 정당이란 집권을 위한 정치적 수단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당은 항상 새롭게 만들어 질 수 있다는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라 할 수 있으나 이는 민주당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정통성을 망각하는 사고라 하겠다.

이러한 DJ의 사고에 힘입은 원내의 허무맹랑한 세력들은 민주당의 선 자강론을 주장하는 박 대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4.3 전당대회에서 노골적으로 장상 전 대표를 지지하는 행동을 과감없이 보였으니 속내를 숨길 필요도 없었다. DJ의 내락을 받은 상태에서 당내에 무서울 것 없다는 안하무인의 자세로 박 대표를 압박하면서 통합을 위한 독자적인 모임과 회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효석과 이낙연의 행동은 당원들을 욕보이는 짓거리라 할 수 있다.

현재 정계는 그야말로 어수선하다. 자칫하면 중국에서 군웅이 할거하던 춘추전국시대를 능가할 정도로 복잡다단한 정치판도가 구성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적 지지율 1, 2위를 자랑하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선 룰 채택에 따른 시비로 인해 일방의 탈당과 당의 분열이라는 수순마저 예상되고 있다. 과거 97년도 대선의 양상이 재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야말로 더 한심한 정당이 되었다. 2004년 총선이후 수많은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물론 지난 4.25 재보선에서는 후보마저 제대로 배출하지 못할 정도로 당은 망가져 버렸다. 갈수록 목불인견의 당내 이전투구가 계속되면서 열린우리당의 미래는 두가지 방향으로 예상된다. 당의 인위적 해체내지는 노무현 친위세력에 의한 영남신당으로 거듭 나는 것이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 출마하는 후보는 그 숫자가 예측 불허라 하겠다. 일단 한나라당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는 두명 다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당내 경선이 깨질 것을 전제로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친노와 비노 혹은 반노로 분열되면서 최소한 2~3명의 후보는 나올 것이다. 여기에 손학규 전 지사의 변수가 예상되면서 민주당의 당내 대선 후보가 선출된다면 합류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중 1명이 결정되어 출마할 것이며, 국민중심당은 심대평 의원의 출마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다음달 창당 예정인 강운태 전 장관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후보들이 이미 예비 후보 등록과 함께 출마 태세를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이 12월 대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두고 정계는 대략적인 출마 후보들의 진용이 어느정도 예상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4.3 전당대회 이후 한달이 지났건만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대선 준비는커녕 대선 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 일정에 대한 발언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오직 통합논리에 빠져서 하루빨리 민주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통합하여 정치적 생명을 구걸하기 위한 모습만 추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허기야 이들은 대선 후보와 거리가 먼 인사들이니까 자기의 분수를 알아서 처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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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지사와 민주당에 복당한 이인제 의원 
DJ와 박상천 대표,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DJ는 먼저 범여권에서 단일후보를 결정하고 대선 승리후에 신당을 창당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에 박 대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정당을 건설하고 범여권의 후보를 단일화해서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서 박 대표가 주장하는 중도개혁 정당의 건설은 민주당의 선 자강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박 대표의 자강론이 전대에서 대의원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강론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당내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을 멋있게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표는 자강론에 대한 개념을 민주당 원내 의원수의 인위적 부풀리기로 생각하고 있다. 원내 의원수는 물거품에 불과한 숫자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원내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의 당적을 이미 마음속으로 떠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내 대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의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면 당내 후보는 물론 당밖의 인사들도 민주당에 입당하여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이인제 의원이 국민중심당을 떠나서 민주당에 복당하였다. 이인제 의원의 복당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은 당내 대선후보의 잠재적 인물로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는 흥행의 성공

또한 민주당이 대선 후보 선정을 위한 경선이 시급한 이유는 정치도 흥행을 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다툼은 매일 기사화 되면서 모든 언론과 방송은 한나라당의 선전 도구가 되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해체될 정당으로 기정사실화 되면서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당내 대선 후보들의 경선을 잔치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당내 경선 과정이 드라마였던 기억은 지울 수 없다. 따라서 민주당도 대선후보를 만드는 과정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차별화되면서 살아있는 정당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당 지도부만 살아서 움직이는 정당일 뿐이다. 그러기때문에 더욱 국민에게 민주당의 생동감을 알려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출은 정당의 당연한 업무이자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는 많은 인재가 있다. 4.3 전당대회에서 일찌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영환 전 장관과 조순형 의원 그리고 최근에 복당한 이인제 의원 등이 일차 대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탈당하지 않은 추미애 전 의원과 다음달 자격정지가 해제되는 김민석 전 의원, 권토중래의 꿈을 가지고 있는 장상 전 대표가 추가 고려할 인사들이다. 여기에 갈곳 없이 헤매는 손학규 전 지사의 입당으로 당내 경선이 실시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경선 잔치를 벌인다면 민주당의 독자생존은 물론 향후 민주당이 정계개편을 주도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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