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박상천, 속수무책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세력 틈새보기

조현우 | 기사입력 2007/05/19 [14:48]

거침없는 박상천, 속수무책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세력 틈새보기

조현우 | 입력 : 2007/05/19 [14:48]
 
박상천 민주당 대표  ⓒ 뉴시스
민주당 없인 도로 열린우리당

범여권 통합 움직임이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당 모두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있는 상태인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통합배제 인사를 놓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고, 4월 중순부터 물밑교섭을 통해 협상을 계속해 온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도 삐걱거리고 있다. 가장 먼저 협상을 시작했던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은 당명과 지도체제 문제로 인해 잡음이 일었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협상은 박상천 대표의 통합배제 인사 문제가 ‘살생부’ 파문으로 번져 충돌이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통합문제의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견해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비록 박상천 대표가 통합배제 인사를 거론해가며 무리수를 두고 있긴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또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민주당 없인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박상천, 거침없는 행보

지난 4월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통합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장상 전 대표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당 대표에 오른 박상천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통합 문제에 대해 ‘민주당 중심론’을 내세우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민주당 내 원외인사를 등용하지 않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외치며 사실상 통합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박 대표의 생각은 소통합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100석이 넘는 열린우리당, 20석을 채운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당 대 당 대통합 협상을 벌이면, 원내 교섭단체도 이루지 못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 흡수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소통합 협상을 통해 통합신당을 만들거나, 열린우리당 의원을 영입해 원내 교섭단체를 이룬 뒤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배제 인사 문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정실패 책임자, 좌파성향 인사, 친노세력까지 모두 함께 한다는 것은 자칫 통합신당이 제2의 열린우리당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의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대표부터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민주당 중심론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명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열린우리당 색깔을 최소화해야만 대선, 나아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민주당을 분당시킨 세력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통합배제 인사에 오른 인물은 민주당 분당 주도세력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앞으로 박 대표는 계속해서 통합배제 인사를 거론하며, 민주당 분당 문제까지도 들고 나올 확률이 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 뉴시스
붕괴 직전에 놓인 열린우리당

2.14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에 대한 전권을 4개월간 정세균 지도부에 일임한 열린우리당은 통합협상이 늦어짐에 따라 붕괴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당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인 친노세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창당, 탄핵으로 이어지며 노 대통령과 함께였던 대다수 세력들은 통합협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정치권의 미아가 될 확률이 높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계속해서 민주당 중심론을 외치고, 통합협상이 어려워진다면 열린우리당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탈당 후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중도개혁통합신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기존 열린우리당 색채가 그대로 남아 있어 당장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느긋하게 민주당 중심론을 외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변수는 있다. 민주당 내에서 박상천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대통합을 외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탈당해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과 손을 잡는 것이다. 여기에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장상 전 대표 세력까지 합쳐져 이른바 ‘박상천 배제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여전히 열린우리당의 색깔은 남겨지게 된다. 민주당 내 대통합파, 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범여권 통합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민주당은 민주당 중심론을 계속해서 내세우며 소통합을 통한 대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면 민주당이 중심이 된 거대 중도세력정당이 탄생하게 되고, 실패하고 대통합 찬성파가 탈당을 감행하게 되면 원외인사를 주축으로 한 꼬마 민주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명분을 지킬 수 있다는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가장 큰 힘이다. 민주당 분당, 탄핵 등 상대편을 공격할 카드가 많은 것도 좋은 무기다.

열린우리당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협상 시한에서 당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 모두가 대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민주당 없는 대통합 또한 대선과 총선에서 죽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친노세력이 당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만큼 대거 탈당 후 민주당과 막후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교착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의원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당대회 당시부터 통합의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밝힌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장상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전 의장 등 세를 결집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감행할 공산이 크다.

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 모두 공통적인 부분은 기존 열린우리당 색깔을 벗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손학규 전 지사가 끊임없이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에서 탈당 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손 전 지사와 함께 대통합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총장이 대선 주자에서 이탈한 후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과연 범여권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현우 / 빅뉴스>
[중도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닷컴 http://newminj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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