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의 진단은 맞고 처방은 틀렸다

<분석> 전략적 사고 부족으로 통합정국서 왕따 자초할 듯

정도원 | 기사입력 2007/05/26 [13:13]

박상천의 진단은 맞고 처방은 틀렸다

<분석> 전략적 사고 부족으로 통합정국서 왕따 자초할 듯

정도원 | 입력 : 2007/05/26 [13:13]
 김대중 전 대통령이 26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방문을 받고 1시간 가량 정국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언론은 김 전 대통령이 범여권 예비주자들을 릴레이식으로 면담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3일 김혁규 의원이 범여권 예비주자 자격으로 동교동을 방문한 바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의 방문은 3번째에 해당되는 셈이다.

 범여권 통합정국의 중심에 서 있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범여권 예비주자 자격으로 동교동을 방문한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을 민주당과의 통합대상에서 김근태 전 의장과 함께 배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박상천 대표는 노무현 참여정부 실정에 대해 책임있는 인사들이 범여권 통합신당에 참여할 경우 국민들로 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를 '외롭게'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의 만남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상천 대표는 자신이 통합대상에서도 공개적으로 배제시켜 놓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을 김 전 대통령이 동교동 집으로 불러 1시간 넘게 통합정국 전반에 대해 의논했다는 사실에 대해 기분 좋을리 없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박상천 값'과 '정동영의 값' 중 어느 쪽을 더 높게 쳐주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 대표인 박상천의 시각과 전직 대통령 김대중의 시각차이 때문일지 모르지만 최소한 김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민주당 대표인 박상천 못지 않게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역시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정동영을 차기 범여권의 대선 후보감으로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고, 김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범여권 통합 추진에서 정동영의 역할을 민주당 대표인 박상천 못지 않게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은 '박상천의 정동영 베제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지금까지 김 전 대통령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쯤으로 치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을 무시할 수 없는 범여권 예비주자 한 명으로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이같은 추측은 박상천 대표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범여권 통합에 누구보다 더 적극적이다. 언론은 이것을 훈수정치로 규정하고 있다. 동교동은 이같은 언론의 보도에 못마땅해 하지만 훈수는 분명 훈수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훈수가 아닐 수 없다. 범여권 후보군의 훈수인 것이다.
 
 범여권 정치인들이 대부분 김 전 대통령의 훈수와 생각을 이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모두가 김 전 대통령과 동일한 코드임을 자임하면서 유리하게 해석하려들고 있다. 박상천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김 전 대통령의 입장이 분명해지면서 박 대표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대로'라는 단서를 달고 반한나라당 연대나 연합,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 정동영도 포함된다. 이 부분에서 박상천의 주장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이다.
김 전 대통령의 훈수내용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열린당 탈당신당, 그리고 민주당내 대부분의 현역들과 장상 전대표를 중심으로한 비주류 인사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상황에서 박상천 대표만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 마저도 최근 대의와 대세를 논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입장 차이를 줄이고 있는 중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2.14전당대회에서 열린당을 해산하고 대통합 신당을 만들기로 한 것은 올 12월 대선에서 열린당 간판만으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한 것이다.
즉 반한나라당 세력들이 똘똘 뭉쳐야 그나마 한번 해 볼 수 있는 선거가 된다는 분석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천 대표가 열린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한치도 틀림 말이 아니다. 국민들로 부터 사실상 실패한 정치세력으로 심판을 받아버린 열린당이 간판만 바꿔치기해서 민주당과 합당한다고 해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열린당과 당 대당 합당이 아니라고 하지만 열린당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핵심인사들과 민주당이 합쳐서 새로운 당을 만든다고 해도 역시 '유사 열린당'이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박상천 대표의 주장 역시 맞는 말이다.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답답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박상천의 주장은 하나도 틀리지 않다. 그래서 박상천의 진단은 정확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처방이다. 진단을 잘 받고 처방을 잘 못 받아 죽는 환자도 많다.
 
 난 4.3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김경재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조기선출'이라는 '이색적인' 전략적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대선후보를 타당 보다 먼저 선출해야 통합정국과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당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영환 전 의원도 최근 정치웹진 남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만의 대선후보를 빨리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것이 전략이고 처방이다.
박상천 대표는 진단은 정확하고 하고 이에 맞는 처방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12월 대선과 관련해 언론에서 거론되는 예비후보들이 우후죽순 처럼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 민주당 후보는 없다. 그 많은 예비후보 중에 민주당 후보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략상 최대 약점이다.
 
민주당이 지난 4월 초 전당대회 직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준비위원회라도 전략적으로 조기에 구성했다면 문제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당내 대선 후보가 부각된 것과 부각되지 못한 것과는 통합정국을 주도하는데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각되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당이 통합정국을 주도하겠다고 하는 것은 마치 총알도 없는 총을 들고 상대를 협박하는 꼴과 같다. 빈지갑 들고 백화점에 드어가 쇼핑하는 것과 같다.
 
상대편에서는 이미 총알없는 '빈총'인 것을 다 알고 있는데도 정작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들고 있는 총에 총알이 들어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총알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제대로 장전한 다음 그 총으로 상대의 머리를 겨냥하면 상대가 겁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비장한 목소리로 "당신은 2선으로, 당신은 3선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전방에서 전열을 정비해 나를 따르라"고 한다면 먹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빈총들고 설치면 남들이 웃는다.

총알이 없으면 탄피라도 보여줘야 상대가 겁을 먹을 것 아닌가? 말발이 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위라도 급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총알은 바로 민주당 단독 대선 후보라는 것이다.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고, 안 당길 수도 있지만 빈총이 아닌 실탄이 들어있는 진짜 총을 들고 있다면 그 만큼 선택의 폭과 권위가 실린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본선용일수도 있지만 범민주 후보 단일화를 위한 리그전 예비후보도 될 수 있다.

 진단의 결론은 하나이지만 처방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진단의 미학이 아닌 처방의 미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방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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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07/05/27 [00:23] 수정 | 삭제
  • 묻지마식 잡탕식 통합으로는 한나라당에게 완패할 것이다. 열우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을 분당한 후 잡탕 정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책과 이념, 그리고 정체성을 공유한 사람들이 함께 가야한다. 열우당은 이미 국민들이 해산명령을 내렸다. 이제 시간이 별로없다.좌우극단을 제외한 중도개혁정당 건설에 뜻있는 열우당 의원들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다시 눈치나 보면서 소신없이 왔다갔다하고 우물쭈물하다가는 대선은 물건너가고 총선에서도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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