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유부남과 바람난 이혼녀의 짝짓기 준비

조강지처 버리고 재혼하는 것에도 합당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정도원 | 기사입력 2007/04/15 [09:17]

가난한 유부남과 바람난 이혼녀의 짝짓기 준비

조강지처 버리고 재혼하는 것에도 합당한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정도원 | 입력 : 2007/04/15 [09:17]
▲  민주당과 열린당 탈당파들의 통합신당 창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뉴민주닷컴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지난 4.3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에게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열린우리당 탈당파들과 5월 초에 통합신당을 창당할 것입니다"라고 목청을 높혔다면 대의원들로 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을까?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면서 박 대표는 "내가 당선되면 열린당 탈당파와 그리고 아직 열린당에 남았는 탈당 가능세력들을 탈당토록 만들어 그들과 함께 통합신당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확고하게 갖고 있었을까? 위 두가지 전제를 놓고 볼때 박 대표는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박상천 대표가 당 대표 선거운동 기간 중에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홍업 신안무안 공천을 절대로 재검토 하지 않을 것이고, 김홍업씨가 민주당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누가 뭐라해도 그의 당선을 위해 당력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목청을 높혔다면 과연 박 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전당대회장에 모인 대의원들로 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전제에도 답은 반드시 그렇다고 확답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 기간 중에 쏟아진 여러가지 말 중에 "민주당 독자생존". "민주당 독자대선 후보" "민주당 자강론", 열린당 =배신자'등이 등장했고, 박 대표가 사용했던 '꽃을 아름답게 가꿔야 벌과 나비가 날아온다'는 말도 민주당을 먼저 재정비한 다음에 통합정국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드려졌다. 장상 후보는 누구 보다 당의 화합과 단결을 주창했다.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당선되자마자  박상천 대표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아무런 조치없이 김홍업 공천을 슬그머니 재확인했고, 그가 주장해온 '중도개혁통합추진'을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으로 밀어부쳤다. 최초로 '신당'이란 단어가 추가된 것이다. '통합'이란 단어 속에 '신당'이란 단어를 슬쩍 숨겨놓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박 대표는 '신당'이란 용어를 전당 대회 이전에 한번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민주당 중심으로 중도개혁세력을 끌어 들어지 않고 열린당 탈당파들과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민주당 자강론' '민주당 독자대선 후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때문에 통합신당을 창당하겠다면서 '민주당의 정통성, 정체성, 역사성' 등등 추상적인 용어사용도 해서는 안된다.
원내의석 11석이 23석의 탈당파와 신당을 만들면서 '민주당 중심 운운'하는 것은 궁색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궁색한 변명을 인정해 줄 국민도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민주당 11석에 탈당파 23석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고정된 민주당 출신 11석에 아직도 열린당을 탈당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있다고 볼 때 23석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23석이 계속 늘어난다면 민주당 고정11석에 탈당파가 40여석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숫자비율을 앞두고 계속해서 민주당 중심이 어떻고, 민주장 정체성이 어떻고 하는 것은 보고 듣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이다.
신당을 할려면 당연히 통합신당에 맞는 정강정책을 택해서 통합신당의 역사를 새로 시작하고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민주당 중심, 민주당 역사성, 민주당 정체성을 고집하려면 끝까지 민주당을 지키고 중도세력들을 민주당으로 입당시키면 되는 것이다.

 박상천 대표는 전당대회 준비기간 동안 누구도 찬성한 바 없는 '열린당과 당 대당 통합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경쟁 후보 중에서 민주당과 열린당을 통합이나 합당시키겠다고 주장한 후보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박 대표는 "나는 열린당과 당 대 당 통합을 반대합니다"라는 것을 강조했을까?
열린당과 당 대 당 통합과 열린당 탈당파와 통합신당을 만드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너랑 결혼식은 할 수 없지만 동거생활은 할 수 있다' 논리와 흡사하다. 이것은 법률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상대는 동일인물이다. 열린당에 남아있으면 국민들로 부터 비판받고, 열린당을 탈당하면 그 순간 비판이 완전면죄된다는 것인가?

 동거는 가능하되 결혼식은 할 수 없는 이유가 열린당과 민주당이 통합이나 합당은 할 수 없어도 열린당을 탈당하고 뛰쳐 나오면 새롭게 함께 손잡고 신당을 만들어 한 식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는 과연 합당한 것일까?
 
마치 자존심 강한 가난한 남자가 부자집 여자애인에게 '결혼해서 부자집 처가에서 사는 처가살이를 하라고 하면 절대로 결혼 안한다. 그러나 너가 친정집에서 뛰쳐나와 나랑 셋방살이라도 할 각오가 있다면 너랑 결혼 할도 수있다"는 것과 같다. 결혼이라는 목적과 셋방살이라는 수단이 거꾸로 된 것이다.

 박상천 대표가 밀어부치고 있는 열린당 탈당파와 민주당의 통합신당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 한번의 공개적인 모임으로 원내 통합교섭단체를 만들고 5월 초 통합신당 창당을 결의했다. 단 한번의 맞선으로 결혼 일정을 잡고 결혼 전에 동거를 약속한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열린당 탈당파 지도부의 통합신당 창당일정 확정으로 통합의 방향은 정해진 셈이다. 절차와 과정이 얼마나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존의 민주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가 통합신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는데도 아직 이 문제를 덮어두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당 탈당파와의 통합신당 창당문제를 현실정치 상황으로 비교한다면 '가난한 유부남과 바람난 부잣집 이혼녀와의 짝짓기'와 같다. 의석수가 민주당의 두 배가 되는 바람난 부잣집 이혼녀는 법적으로 정당 형태를 갖지 못해 행동이 자유로운 독신녀인 셈이고, 이혼녀의 의석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 11석의 민주당은 법적인 정당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강지처와 자식들이 많이 딸린 가난한 유부남인 셈이다.

처자식이 많이 딸린 유부남이 이혼녀와 한 살림차리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거쳐야 할 과정이 이혼녀 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부잣집 이혼녀에게 새 장가 가기위해서 유부남은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조강지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자식들에게는 사전 동의를 어떻게 얻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처자식들이 동의를 안해주면 처자식을 놓고 밤중에 가출해 버릴까 하는 것도 고민 중의 고민일 게다.
처자식들에게 '의석 11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작게는 21석 크게는 40여석을 가진 세력과 큰 새 살림을 차리면  춥고 배고픔이 다 해결될 수 있으니 모두들 이 애비가 하는 일을 보고만 있으라"고 호통을 치다가 그마나 가난한 집 살림이 두 개로 쪼개지지나 않을까도 고민 거리일게다.
 
여기에 훈수를 한다면 부잣집 이혼녀에게 새 장가 갈 일에 흥분만할 게 아니라 우선 가난한 집안을 화목하게 말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춥고 배고픔을 참고 견뎌온 식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진솔함도 가져야 한다. 조강지처 버리고 새 장가가서 잘 사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해산하고 통합신당을 만드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는 것인지, 박상천 대표의 갑작스런 변신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인지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박상천 대표가 열린당 탈당파들과 5월 초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조급하게 밀어부치는 것이 웬지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다. 열린당 탈당파들과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의 민주당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설명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을 철저히 생략하고 혼자서 당의 운명을 결정하려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 취임후 지난 열흘 동안 쏟아낸 박상천 대표의 말들을 재구성해보면 민주당을 사당화 시켰다고 비판받았던 '한화갑 시절' 보다 더 어리둥절하다.
4월 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취임연설의 일성으로 약속했던 "민주적인 당운영"과는 너무나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중도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닷컴 http://newminjoo.com ]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지자체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