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납치사건'뺀 과거청산은 장난이다

'뜨거운 감자'취급하는 노정권에 분노한 김대중 전대통령 이해한다

김환태 | 기사입력 2007/04/07 [10:28]

'김대중 납치사건'뺀 과거청산은 장난이다

'뜨거운 감자'취급하는 노정권에 분노한 김대중 전대통령 이해한다

김환태 | 입력 : 2007/04/07 [10:28]
무엇이 뜨거운 감자인가

 딸린 입은 많은데 먹거리가 절대 부족하여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던 보릿고개 시절 모내기 무렵 캐내는 감자는 주린배를 채워주는 주식이자 훌륭한 간식거리였으며 입맛을 돋구는 반찬으로도 그만이었다. 소금을 뿌려 적당히 간을 맞추어 삶은 감자를 소쿠리에 담아 마당 한켠에 놓여있는 와상위에 가져다 놓을라치면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기 바빳다.

 감자는 또 농사철 놉 반찬용 갈치찌개에 감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일꾼들이 밥맛을 잃어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반찬거리였다. 요즈음에도 감자는 식탁위의 감초다. 갈치찌개는 몰론이고 김치, 된장, 생선찌개에 감자가 필수이며 돼지 뼈다귀를 넣어 만든 걸쭉한 감자탕은 이름 그대로 감자가 생명이다.

 이처럼 허기를 채워주고 식욕을 돋구어 주는 감자도 처지에 따라서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그림의 떡 취급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썩은 감자와 쉰감자,뜨거운 감자다.썩은감자는 돼지도 손사래를 치므로 거름속으로 던져지는 신세이고 찐득찐득한 가는 줄기가 거미줄처럼 빠지는 쉬어빠진 감자 역시 가축 먹거리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다.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뜨거운 감자는 솥에서 갓 삶아냈거나 불속에 넣어 구워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못먹으면 미쳐버릴 것처럼 입속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감자다. 그러나 뜨겁기 때문에 당장은 먹고 싶어도 식을때까지 참아야 하는 그림의 떡같은 존재가 뜨거운 감자다. 식욕을 참지 못한 나머지 함부로 덥썩 물었다가는 잇몸과 입천장등 입안이 홀라당 익혀져 피부가 문종이처럼 벗겨지고 쓰려서 다른 음식을 먹기가 고약스럽기 때문이다.

 이처럼 먹고 싶어도 먹으려면 참을 수 밖에 없는 속성때문에 뜨거운 감자는 인간 관계와 관련하여 비유의 상징으로 곧잘 인용된다. 잘 관리하면 필요하고 요긴한데 잘못다루면 화근이 되는 사고뭉치가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 또는 인간사가 뜨거운 감자다.

뜨거운 감자취급하는 노정권에 분노한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처럼 인간 사회적 차원의 뜨거운 감자는 개인간,가정,공,사조직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사회상황 전반에 걸쳐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와같이  인간사회의 감초가 되어버릴 만큼 친숙해진 뜨거운 감자가 요즈음 '분노의 감자'로 바뀌는 해괴한 일이 발생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정상적인 뜨거운 감자라면 길어도 20여분 지나면 적당히 식어 먹을 수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문제의 감자는 무려 30년이 넘도록 뜨거운 감자 그대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묵은 문제의 뜨거운 감자는 다름아닌 '김대중 납치사건'이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1973년 8월8일 일본 도쿄에서 당시 야당 지도자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 납치된 사건으로 한.일 간 외교갈등의 핵이었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34년동안 관련 당사자인 한일 양국정부가 솥단지에 삶아 뚜껑을 덮어 놓은채 식을 만하면 계속 불을 때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미제사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러한 한일 양국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분노한 나머지 2007년 3월 9일 자신의 납치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사과를 촉구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하여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마포구 소재 김대중 도서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원 과거사위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났지만 조사대상 7개중 유독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선 조사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기본생각은 사건의 진실규명과 사과"라고 밝히고 김 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이 담긴 2월 15일 <교도통신>인터뷰 비공개 녹취록과 '김대중선생 납치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의 모임'이 1월 29일 과거사위에 보낸 '의견서'를 공개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과거사위에 '당신들이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적당하게 한다면 역사가 반드시 문제삼을 것이다'"고 말했다."조사결과가 늦어지는 이유가 일본 정부와 외교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진상을 그냥 적당하게 발표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참을 수 없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정부를 향해서도 "어떤 의미에서 납치사건은 일본의 주권을 침해한 사건인데도 왜 일본이 진상을 학실히 밝히지 않는지 모르겠으며 일본이 지도국가가 되려면 인권, 주권문제에 대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미 30년 이상 지나서 현재 한국, 일본 정부도 책임이 없는데 진상을 발표하지 않고 숨기려는 태도로 어떻게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저는 복수의 심정이 타오르거나 일본을 욕보이고 싶어하는 의도도 없다. 과거의 잘못을 발표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그만 아닌가" 라며 조속히 진상에 대해 발표하고 사과할 것을 거듭 강조하였음을 밝혔다.

'김대중 납치사건'진상규명 없는 과거청산은 장난이다

  당사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납치사건에 대한 진상을 조속히 규명해 발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였지만 노무현 정부는 20여일이 지나 4월에 들어 섰는데도 여지껏 아무런 반응이 없다.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김대중 전 대통령더러"마음껏 떠드시오.그래봤자 소용없소"하는 식이다.

  김 전 대통령은 한.일 양국정부가 자신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김 전대통령은 4월 2일 방송된 CBS TV와 개국 50주년 기념 인터뷰에에서에 자신의 납치사건과 관련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한 뼘 밖에 안되는 손으로 태양을 가리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공권력이 나를 납치했고,일본은 증거까지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적당히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 정부가 이를 드러내려 해도 일본이 제동을 걸어온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갖고 국민적 감정에 호소해 선동을 했는데 그 선두에 선 것이 현 아베 신조 총리”라며 “지금은 당사자가 총리가 됐으니 이제는 납치문제가 해결 안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식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사 청산을 정권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노무현 정권이 국정원 관련 7대 사건중 유독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서만 진상조사 결과를 미루고 있는 것은 민생정치모임 소속 최재천의원이 3월 12일 "73년 김종필 당시 총리가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총리와 김대중 납치사건을 공식 종결키로 외교적 합의를 하고 한편으로 오히라 외상과 서면으로 '묵계화'라는 명칭으로 비밀각서도 작성했다"며 일본정부는 비공식적으로 납치사건의 진상규명 발표연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의원의 주장처럼 일본정부의 압력때문인지 아니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에 대해 극소수의 관련자들이 입을 열지 않은탓에 완전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해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인지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노무현정부의 발표기피는 용납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정치권과 언론,국민일각의 정권차별화,정치적 목적하의 수박겉핧기식 정략적 기획극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청산 작업을 정권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3월7일 과거사 정리위원장들과 정부 각 기관 관련위원장들을 불러모아 마련한 청와대 오찬에서 '친일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위원회'강만길 위원장이 "과거청산은 참여정부의 공"이라며 자화자찬의 총대를 메고 요란을 떨었다.

 강만길위원장은 한술 더 떠 "김대중 국민의 정부는 구군부 세력과 연합해서 세운 정권이기 때문에 과거청산을 할수 없었다"며 과거사 청산을 할 수 있도록 정권을 창출해준 부모나 다름없는 김대중 정권을 구군부 아류정권으로 폄하하는 배은망덕한 망언으로 차별화를 서슴지 않는 오만방자한 작태를 보였다.
 
강만길 배은망덕 자화자찬쇼가 언론에 보도된지 이틀후인 3월9일 김대중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상규명을 강력히 촉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진상규명을 통해 과거청산을 올바르게 해주리라 믿었던 노무현 정권이 제대로 된 역사청산은 고사하고 정권차별화에 이용한것도 모자라 부모같은 전임정권을 '구군부 정권의 아류'로 능멸하는 배은망덕앞에 어떻게 마냥 힘없음을 한탄하고만 있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 이시점에서 분명히 해야할 점은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납치사건'을 뜨거운 감자로 만들어 계속 진상규명을 덮거나 적당하게 인사치레로 넘기려 한다면 노정권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과거청산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과거청산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진상규명 결과에 대해 설득력과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한다면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히 진상을 조사하여 하루빨리 국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차원의 사과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최소한 4월중에 마무리지어 다시는 반인권적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화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김환태/뉴민주 닷컴 대표
http://newminj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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