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대 통일연구소 초청 강연문>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6/10/19 [19:35]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대 통일연구소 초청 강연문>

뉴민주닷컴 | 입력 : 2006/10/19 [19:35]
<북한 핵과 햇볕정책>
 
존경하는 이장무 총장, 박명규 통일연구소 소장,
그리고 교수, 학생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서울대 개교 60주년과 통일연구소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특히, 남북관계가 전례 없이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해있는 이 때 통일연구소가 출범하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이 나라 지성의 전당이자 학문의 중심입니다. 민족의 운명에 대해서 1차적인 책임을 감당해 주어야 할 장소입니다. 이장무 총장께서는 통일연구소의 개소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서울대 내부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분단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미약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가오는 미래의 핵심과제인 통일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통일 없이는 민족의 미래가 없습니다. 21세기 무한경쟁 속에서 활로를 열어갈 수도 없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방대한 시장으로의 접근도 크게 제약을 받습니다. 무엇보다도 당면한 북한 핵문제, 그리고 우리의 염원인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이론과 정책의 수립에 서울대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때마침 북한 핵문제가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통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오늘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지난 10월 9일 북한은 우리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사와 동북아의 안보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핵실험은 1991년 12월에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법적인 권리로서 북한 핵의 폐기를 다시 한 번 단호히 요구합니다. 지난 10월 15일 UN 안전보장이사회는 UN헌장 7장 41조에 의거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결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북한 핵을 철폐시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떠한 수단을 취해야 하겠습니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군사적 수단에 대해서 검토해 봅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군사적 수단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까지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군사적 제재 수단은 한반도를 초토화시키고 7천만 민족을 공멸하게 할 위험이 큽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 군사적 수단에 의한 제재는 결코 지지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UN 안보리의 결의가 7장 42조의 군사적 수단을 포함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그러한 일이 없도록 강력히 다짐하는 바입니다.
 
둘째, 경제적 제재 수단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경제적 제재를 강행했을 때 북한은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다시피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통해서 경제적 시련에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경제에 상당한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란 등 몇몇 나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등은 이미 상당 부분의 경제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제재할 수단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적 제재는 고통은 주겠지만 북한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이나 휴전선에서의 도발 등 반격에 나올 가능성도 큽니다. 그럼, 효과 있는 무슨 대책이 있겠습니까?
 
셋째로 대화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에도 북미 양자 간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게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기회를 주어서 배신할 때는 더한층 철저한 제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핵 문제의 양당사자 간에 대화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2002년 2월에 방한한 부시 대통령에게 당시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화에 대해서 말한 바 있습니다. 대화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나 국가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면 악마하고도 대화해야 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 중에도 북한과 대화해서 1953년 휴전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 협정은 지금도 유효하게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전쟁 범죄자’로 규정된 중국을 방문해서 모택동을 만났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중국의 개혁 개방이 실현되고, 오늘날과 같은 안전하고 개방된 중국이 되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했지만 그 악마의 제국과 대화해서 소련과 동구라파의 민주화를 가져왔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전쟁까지 한 베트남과 국교를 맺음으로써 오늘날 양국은 매우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4명의 대통령 중 클린턴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들입니다. 왜 같은 공화당 출신인 부시 대통령만 북한과 대화를 못 한단 말입니까?
 
2차 대전 이후의 역사는 증명합니다. 공산국가에 대해서 봉쇄와 제재로는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오늘날 쿠바는 바로 미국 눈앞에 있는 조그마한 점에 불과하지만 50년 동안 제재해도 변화를 못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하여 개혁 개방으로 유도해서 성공하지 못한 예가 없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산주의는 억압에는 매우 내성이 강합니다. 그러나 개혁 개방에는 약합니다. 공산주의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대화를 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다음은 햇볕정책에 대해서 몇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북한 핵실험 이후 햇볕정책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북한이 핵을 만들면서 남한에서 햇볕정책을 하니까 핵을 만들었다고 말 한 일이 있습니까? 오히려 그들은 6.15 정상회담 이후를 ‘6.15 시대’라고 부르며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핵무기를 만든 것은 ‘미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못살게 하니까 핵무기를 만들게 됐다’고 되풀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 주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햇볕정책 탓으로 하는 것은 이치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 소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햇볕정책을 통해서 남북이 화해 협력의 길을 열게 됨으로써 남북 간의 긴장이 크게 완화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6.15 정상회담 이전 같았으면 이렇게 북한 핵 실험이 있으면 남한 내에는 일대 공포 분위기가 일어나고 피난 소동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지극히 평온합니다. 햇볕정책을 통한 긴장완화의 덕입니다.
 
햇볕정책은 많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전 50년 동안에 200명밖에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이 이젠 1만3천명이 만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얼마나 큰 인권과 인도주의의 승리입니까?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2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왕래하였습니다. 금강산을 찾은 사람들은 130만명이 넘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남북 양측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받고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서 과거의 오해와 증오의 태도에서 감사와 부러움으로 태도를 변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위시하여 우리는 북한에 거대한 경제적 이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철도, 통신, 도로, 전기, 항만, 관광 등 굵직굵직한 경제적 권리를 30년 내지 50년의 기한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표현을 바꾸면 북한경제 전체를 우리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러한 경제적 진출은 남북이 다 같이 이익을 보는 윈윈의 협력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북측으로 각기 5km, 10km까지 진출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휴전선이 그만큼 북쪽으로 올라간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우리 안보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의 대미를 장식할 것은 우리가 남북 철도를 개통시키면 이 기차는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해서 서구의 파리, 런던까지 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반도국가라고 하지만 남한은 육로로 나가지 못함으로써 반도의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지금 석유, 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엄청난 이권이 널려 있습니다. 우리는 기차로만 이 지역에 갈 수 있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 재임 중 이러한 철도의 연결에 대해서 북한, 러시아, 중국 등과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제 남북 간의 철도만 연결되면 우리는 모스크바, 파리, 런던까지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나는 햇볕정책을 실천할 때 미국과 긴밀히 협력했습니다. 나는 재임 중 클린턴 대통령에게 설명했습니다. ‘햇볕정책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원칙 아래 제1단계 남북연합, 제2단계 남북연방, 제3단계 완전통일의 단계를 추진할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과 같은 무력통일도 바라지 않고 독일과 같은 흡수통일도 바라지 않는다. 평화적으로 같이 살면서 북한의 경제회복을 지원하고 남북 7천만 민족 간의 화해 협력을 이룩해서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이에 대해서 클린턴 대통령은 전적으로 지지하고, 공개적으로 여러 번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미국은 이를 뒤에서 밀어줄 것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북한과의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근자에 나를 만나서 ‘내 임기가 1년만 더 있었어도 당신과 같이 한반도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는 것인데 매우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북한에 갈 때도 미국은 물론, 일본이나 기타 주요 우방국에 나의 여행에 대해서 중요한 내용을 다 알려주고 그들의 협력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시대에 들어와서 사태는 일변했습니다. 공화당 정부는 민주당 정부의 대북한 정책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2002년 2월 부시 대통령과 내가 서울에서 장시간 회담한 결과 우리는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었습니다.
 
그 결과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서 세 가지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공격하지 않겠다. 북한과 대화하겠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했지만 대화했다. 나도 ‘악의 축’인 북한과 대화하겠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식량을 주겠다.’ 그러나 이 중요한 합의는 실천되지 않고 말았습니다. 나와 우리 국민의 실망이 얼마나 컸는가 하는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북한 핵실험은 햇볕정책의 책임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공동책임입니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번번이 6자회담의 참가를 거부함으로써 일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태도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북한의 강경정책을 구실로 사태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 주었습니다.
 
한편 미국은 핵문제의 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사자 간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목표가 핵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북한의 체제를 바꾸는데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부의 지도자조차 나와서 북한의 경각심을 극도로 자극하고 핵의 제조까지 강행하는 빌미를 주었습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책은 보기에 따라서 매우 간단합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 체제에 동참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그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제재를 해제하고 국교를 열어야 합니다. 이것은 북한과 미국이 정말로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무릎 맞대고 같이 대좌한다면 능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다음은 통일의 문제에 대해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우리는 1300년 동안 통일한 단일민족으로, 단일문화를 가진 세계에서 보기 드문 민족입니다. 우리의 분단은 우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2차 대전의 전후 처리에 있어서 미소 양국이 자기들 멋대로 38°선으로 갈라놓은 결과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국가의 역사로 보나, 분단의 원인으로 보나 다시 재통일을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재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야 합니다. 남도 좋고 북도 좋은 공동승리의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젊은이들이 다시는 총을 들고 조국 방위라는 이름 아래 동족상잔의 전쟁에 나서지 않는 그러한 통일을 해야 합니다. 북한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이름으로 종래에 주장하던 연방제를 완전히 포기한 이상 일종의 독립국가연합과 같은 제1단계의 ‘남북연합’은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남북연합’ 체제는 1민족 2독립정부제도입니다. 남북은 남북정상회담, 남북장관급회담, 남북국회회담 등을 가질 수 있으며,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함으로써 남북 어느 쪽도 불안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남북연합’을 10년이고 20년 한 후에 남북연방제나 완전통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통일에의 희망을 간직합시다.
조상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통일시킨 이 민족을 다시 하나로 연결시킵시다. 남도 이기고 북도 이기는 공동승리의 통일을 추진합시다. 21세기는 지식기반경제의 시대입니다. 지적전통과 교육이 널리 보급된 한민족은 때를 만난 것입니다.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통일만 한다면 우리는 세계 속에서 우뚝 솟은 큰 봉우리가 될 것입니다. ‘철의 실크로드’가 부산항에서 파리, 런던까지 연결되도록 합시다. ‘압록강의 기적’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합시다. 서울대학교의 교수와 학생 여러분은 민족통일의 선봉이 되고 민족번영의 중추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다음에는 학생 여러분에게 인생을 사는 데 참고가 될 몇 마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행동하는 양심’이 되십시오. 우리의 마음속에는 남을 나와 똑같이 사랑하는 천사가 있고, 나만 생각하며 남을 해코지하고자 하는 악마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천사가 이기기도 하고 악마가 이기기도 합니다. 천사가 이기게 하기 위해서는 내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부모, 형제, 아내, 자식, 친구, 사회, 국민들을 사랑하는 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웃 사랑에 치중하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랐든 오르지 못했든, 부자가 되었든 못되었든, 오래 살았든 못살았든, 인생의 삶에 성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둘째,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간직하십시오. ‘무엇이 옳으냐. 무엇을 해야 하느냐’하는 원리 원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하되,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서는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이 능숙한 실천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길입니다.
 
셋째, 모든 일을 결정할 때는 세 번 생각하십시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직장에 취직할 때 먼저 어느 직장이 좋은지 선택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거기에 문제점이 없는가, 내게 정말로 적합한가 하는 것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작은 문제점이 있다하더라도 그 직장을 택하겠다고 하든가, 문제점이 너무 크니까 포기하겠다든가,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렇게 논리학의 변증법의 정반합과 같이 세 번 생각하게 되면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는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외교하는 국민이 되십시오. 한국은 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서 외교가 생명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외교에 관심이 너무 적습니다. 성질이 급해서 외교를 그릇 칠 수도 있습니다. 외교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우리 주위에 있는 외국인부터 사귀기 시작하십시오. 가능한 한 세계 여러 나라를 자주 다니십시오.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하는 벗들이 많이 생기도록 4천 7백만 전 국민이 외교하는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19세기와 20세기는 민족주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세계주의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가 세계인이 되어야 합니다.
 
미일중러 4대국 외교는 우리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그러한 영향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확고한 자주독립 의식을 견지하면서 정교한 강대국 외교를 실천하는 외교의 천재가 되는 국민이 되십시오.
다시 한 번 오늘의 모임을 만들어주신 서울대학교에 감사하며 한국일류의 서울대가 세계일류의 서울대로 도약할 것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0월 19일
< 자료: 김대중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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