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는다

<퇴수일기> 승자의 조건- 시대정신과 내공

김민석 전 의원 | 기사입력 2007/02/21 [09:39]

2007년,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는다

<퇴수일기> 승자의 조건- 시대정신과 내공

김민석 전 의원 | 입력 : 2007/02/21 [09:39]
‘2007년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인 중앙일보 전영기 정치부장에 대한 개인적 친분이 있던 터라 더 흥미로웠다. 깔끔한 문장, 예리한 관찰력, 창의적 발상, 이론적 구성력이  돋보였다.
국제정세에 대한 견해 등 몇 가지 점에서 내 생각과 다르지만, 현실한국정치의 역동적 메카니즘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능력에서 걸출하다고 생각된다.
몇 해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신앙이 깊어지는 등, 자기성찰의 시간이 되었을 그간의 개인적 여백이 그의 글에서 발견되는 통찰력의 원천일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성장, 통합, 소통’이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이며, 결국 이 시대정신을 가장 잘 구현해내는 후보가 승리자가 될 것이라 진단한다.

 권력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과 내공이다. 권력의 지향이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권력의 지혜와 능력 즉 내공이 시대정신을 감당할 수준이 될 때, 그 권력은 성공하고 국운은 융성한다.
반대로 권력의 지향이 시대정신에 역행하거나 내공이 부족하면, 그만큼 권력도 국가도 국민도 고생한다. 머리와 입으로는 시대정신을 표방하지만 실제 내공이 못 미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가 바로 그렇다.

1. 2002.
지난 2002년 한국의 불운은 시대정신과 내공이 어우러진 후보를 갖지 못한 것이었다. 3김 시대 이후 첫 대선이던 2002년의 시대정신은 ‘새정치’였다. 이회창 후보는 시대정신이 아니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 대한 발상에서 시대의 흐름을 쫒지 못했고, 차떼기 대선자금으로 드러났듯 행태 또한 구정치의 답습이었다. 국민은 시대정신을 맨 먼저 본다. 3김 이후 시대를 여는 2002년엔 특히 시대정신이 중요했다. 이회창 후보는 내공의 테스트 이전에 시대정신의 벽에서 걸렸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두 사람은 이회창 후보보다는 ‘새정치’라는 시대정신에 보다 가까웠다. 그것이 배경이 다른 두 후보의 단일화를 이룬 바탕이었고, 국민이 결국 이회창대세론을 깨고 단일후보 노무현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이유였다. 그러나 노와 정, 두 사람 모두 그 내공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준에 못 미쳤다는 것이 문제였다. 선택의 최종무대에 그 세 사람의 최고지도자 후보군밖에 없었다는 것이 당시 우리의 국운이었던 것을 어쩌랴. 지도자운은 가장 중요한 국운 중 하나이다.

 나는 정몽준 후보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선택했었다. 이회창 후보는 시대정신이 아니었고, 가까이서 관찰해온 노무현 후보는 국가경영자로서는 너무 불안했다. 앞날이 선명히 예견되었다.
정몽준 후보는 개인적으로 잘 몰랐지만, 남북관계와 경제 두 가지는 웬만큼 하리라 기대했고, 어쨌든 단일화를 위해 반드시 함께 해야 할 상대였다.
노와 정, 누가 됐든 단일화가 우선이었고 나아가 노 후보와 새천년민주당-정몽준 후보-개혁당을 포함한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로선 엄청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국민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죄송스러운 결심이었고, 국민의 단일화 요구는 읽었지만 방법론에 나의 독단이 있었다.
게다가 단일화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막판 지지철회의 혼란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지지철회는, 투표일 바로 전날 신사협정을 깨 정몽준 후보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노무현 후보, 국가의 중대사 앞에서 자존심과 감정의 벽을 넘지 못한 정몽준 후보, 그리고 선공후사의 절제력을 잃은 정동영의원 등 몇몇 차세대정치인들의 경솔함이 합작하여 빚어낸 대혼란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좌절했고 정치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깊은 환멸을 느꼈다. 국민이 그 혼란을 극복하고 노대통령에게 시대정신을 실현할 기회를 줬지만, 결국 우리는 지난 4년간 지도자에게 시대정신 이상으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내공이며, 지도자의 무능과 불안정이 수구보다 나쁜 독선과 사회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학습해야 했다.  

2. 2007.
5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고 있다. 시대정신뿐 아니라 내공을 보고 있고, 말의 능력과 함께 일의 능력을 따지고 있다. 그 국민적 탐색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승리할 것이다.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나는 ‘합리적인 미래’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남북화해, 주체적 세계화, 이런 국민공통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것 말이다. 국민은 무능한 개혁구호에 지쳤지만 보수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또 여전히 미래지향적 가치를 선호하지만 무능하고 경직된 세력에게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누가 2007의 시대정신과 내공, 즉 미래지향적 가치와 합리적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합리적인 미래에 가장 근접한가?

 이명박 후보인가? 최근까진 가장 많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해온 듯하다. 그러나 최근의 검증논란과는 별도로, 그는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인식과 경제관에서 자신이 정말 미래한국의 시대정신에 맞는 인물인지를 명료히 입증해 보여야 한다. 그가 그 답을 제시할 것인지 나는 아직 회의적이다. 박근혜 후보는 시대정신이라는 1차 관문을 넘을 수 있는가? 인혁당 무죄판결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답답한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한 박근혜 후보는 미래의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 그럼 열린우리당 출신의 현 여권주자들은 어떤가? 그들은 현정부 실정의 공동책임자이며, 무엇보다 합리적 미래를 일굴 내공을 못 갖추고 있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합리적 미래라는 시대정신에 자신이 부합함을 입증하던가, 아니면 열린 우리당 밖에서 시대정신과 내공을 갖춘 다른 지도력이 부상해야 한다. 그 둘 중 하나가 2007 대선의 답이 될 것이다.

 역사는 수많은 지도자를 배출하고 또 파멸시켰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 이고, 누가 될 것인가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누가 잘할 것인가이다. 힘들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도 후대에 오명으로 기억되는 지도자들이 역사에는 얼마나 많은가?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에는 좋은 지도자를 갖는 국운, 즉 지도자운이 필요하다.

3. 386의 합리적 미래
민주세력의 위기, 개혁의 위기와 함께 386의 실패가 거론된다. 386세대가 민주화와 개혁의 최대동력이었고, 노대통령이 정신적 386을 자처하며, 노사모가 386의 동의어처럼 되어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현 정부의 실패는 숙성되지 않은 내공, 편가르기식 분열주의, 과격한 언사와 정서불안정의 3대 특성으로 집약되는 ‘노무현-유시민 식 정치’의 실패이며, 386세대 전체의 실패가 아니라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일부 친노 386정치세력의 실패일 뿐이다.

 전영기부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지적하듯, 386세대는 여전히 우리사회 최대의 세대집단이며, 이제는 사회 각 분야의 중추를 담당하는 40대 중반에 이르고 있다. 386에 대한 국민의 비판의 촛점은 ‘학생운동과 정치 외에는 현실을 모르는 무경험’, ‘전문성과 능력이 없는 아마추어 정치’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개혁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이듯, 386세대는 여전히 2007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인 합리적 미래를 실현하는 주요한 동력이다. 

 미국의 첫 전후세대 대통령과 부통령이 된 클린턴과 앨 고어는, 카터의 무능으로 정권을 잃고 낡은 노선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던 민주당에 중도개혁의 ‘New Democrat(신 민주파)’의 정책과 노선을 제기하며 결국 10년 침체의 민주당 재집권을 이룩하였으며, 반월남전 세대의 이상과 가치를 미국정치에 접목시켰다. 지금은 우리 386세대에도 이런 ‘뉴 386’의 기치 아래 합리적이고 유능한 미래를 향한 자기혁신이 요구된다.

 유시민류의 친노 386이나 열린우리당의 386정치세력이 386세대를 대표할 수 없듯, 혼란한 역사의식과 지나친 냉전적 사고를 보이고 있는 일부 운동권 출신 뉴라이트 그룹 또한 386의 대변자가 될 수 없다.
합리적 미래라는 시대정신의 요구는 온 국민과 함께 386세대에도 새로운 선택과 변화의 화두가 될 것이다. 우리의 386세대가 국운을 걸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의 386세대와 본격적인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것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미래지향의 가치를 걸고 합리적인 좌우를 통합해가는 유능한 386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시 일어나,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기관차가 되길 기대한다.

 4.
오랜만에 정치 얘기를 본격적으로 했나보다. 한 2년 만에 한 달 정도 서울구경을 한 뒤라 그런 것 같다. 이젠 새 학기가 시작이니 다시 공부에 전념할 때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사람이 그립고, 가슴이 뻐근한 쉽지 않은 시간들을 책상에 앉아 잘 견뎌낸 것 같다. 내년 봄이면 공부도 마치니 한결 여유롭기도 하다. 다음 퇴수일기에는 북경생활소식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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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근황을 궁금해 하는 분도 계시겠네요. 저는 미국 뉴저지 럿거스 주립대학 로스쿨(J.D. 법무박사)과 중국청화대학 로스쿨(LL.M. 중국법석사)에서 복수학위과정을 공부중입니다.
2008년 봄에 다 마치는데, 국제법과 한중일관계가 주관심사지요. 미국에 쭉 있다가 지난 1월 서울에 한 달 정도 들러 맛있는 것 많이 먹었고, 올 한 해는 북경에 있게 됩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지금 학생이니 정치활동은 안 하고 있구요. ‘단일화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대로 2002년 대선 후 민주당으로 복귀했었지요. 이 글 ‘퇴수일기’는 2006년 여름, DJ를 뵈었을 때 “지금 퇴수(조용히 물러나 내공을 닦음)하기를 참 잘했다”는 격려를 듣고 착안해서 제목을 지은 거지요.
한 달에 한두 번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할 겸 쓰고 있답니다. 지난 몇 해 사이, 가장 큰 변화라면........역시 늦둥이 아들 희단이가 생긴 것이겠네요. 그 외에는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합니다.

[중도개혁 통합의 힘 뉴민주닷컴  http://newminjo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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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6 2007/04/02 [22:31] 수정 | 삭제
  • 재목도 잘붙이다
    386이 나라 망친 아이들 아닌가
    이제 궁민이 궁색하게 386인가 똥 팔륙인가 를 믿지를안어
    끝난 아이들의 자기 우상화에 불과한 짓거리다
    대갈 빼기가 썩었문드러진 아이들의 우상 이라고 본다
  • 안타깝다 2007/03/31 [00:49] 수정 | 삭제
  • 386이나 열린우리당의 386정치세력이 386세대를 대표할 수 없듯, 혼란한 역사의식과 지나친 냉전적 사고를 보이고 있는 일부 운동권 출신 뉴라이트 그룹 또한 386의 대변자가 될 수 없다.

    김민석... 너는 역시 정치꾼이구나.!

    마음으로 봐라.
    권력을 잡으려 생각치 말고 마음으로...

    안타깝다 김민석....

    니 이름 남길려 생각하지 말아라.

    안타깝다..

    너같은 머리 좋은 아이가
    눈은 있으되 뜨거움도 있으되
    가슴이 없다는 것이...

    딴 나라에 태어 났더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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