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평평하게 만들어 버린 인터넷 문화

<김민석의 퇴수일기 - 즐겨찾기>

김민석 전 국회의원 | 기사입력 2007/04/14 [11:23]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어 버린 인터넷 문화

<김민석의 퇴수일기 - 즐겨찾기>

김민석 전 국회의원 | 입력 : 2007/04/14 [11:23]
1. 세계최고의 갑부이자 컴퓨터의 황제인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10살짜리 딸의 컴퓨터사용시간을 제한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인터넷 과용이나 게임중독을 우려하는 우리네 보통 부모들과 동일한 이유에서이다.

  인간에게 혜택을 준 모든 현대문명의 이기들은 모두 ‘지혜로운 규제’와 ‘합리적인 활용’을 요구한다. 자동차도, TV도, 핵(核)도, 시장경제도, 인터넷도, 세계화도 다 마찬가지다. 그것들을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인간본성의 근본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결국 큰 흐름을 인정하면서, 조절하고 선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들의 인터넷사용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환경과 요구를 존중하면서, 그 최선의 활용방향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마흔이 넘어 다시 시작한 지난 몇 년간의 학생생활동안 나는 수업시간, 그리고 아이들의 재롱을 즐기는 짧은 시간 외에는 거의 대부분 혼자 독서하고 사색하고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 지난 몇 년간 내게 인터넷은 한 베스트셀러의 제목처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세계가 평평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해준, 지식과 정보의 최대 공급원이었다. 단출한 유학생활에 책을 많이 소장하기 어려운 터라 더욱 그랬다.

  게임엔 소질이 없는지라, 결국 나의 인터넷접속시간 대부분은 내 관심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보검색이었는데, 그렇게 몇 해 지나다보니 어느새 내 노트북의 ‘즐겨찾기’에 저장된 사이트가 100여개에 이르렀다. 아마 많은 경우 하루 두세 번,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그 사이트들을 방문하지 않나 싶다. 혹 이 사이트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선 성경읽기 사이트가 있다. 그 중에는 음성낭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불교나 다른 종교의 경전들은 못 찾아봤지만 아마 마찬가지리라. 지난 번 퇴수일기에서 내가 즐겨듣는다고 했던 조엘 오스틴목사(‘긍정의 힘’의 저자)의 설교 사이트 같은 사이트들도 좋다.

  그 다음엔 역시 뉴스 사이트가 많다. 경제정보전문인 블룸버그, 종합뉴스인 CNN(영문과 한글사이트가 다 있다), 영국의 BBC, 이코노미스트, Stratfor (CIA수준의 정보 분석과 제공을 지향하는 민간정보 사이트인데, 이슈해설이 명쾌해서 도움이 많이 된다), 타임, 뉴스위크(역시 영문, 한글판이 다 있다)등이 세상 돌아가는 큰 흐름을 잡기엔 도움이 많이 된다. 야후, 다음, 네이버 등 각종 국내뉴스 사이트는 당연히 챙겨본다.
요새는 경제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훈련을 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국내의 각 경제지나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즈 등의 경제기사를 제목이라도 훑어보려 하고 있다. 미국의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은 시각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특히 C-Span은 미국의 의회청문회를 비롯해서 미국정치현장을 직접 생중계하는 것이 많아서 아주 좋은 정보를 얻을 때가 많다.
NPR과 C-Span, CNN등은 음성이 나오니 당연히 영어청취훈련에도 도움이 된다.(영어청취를 주목적으로 한다면, 미국의 100대 연설을 들을 수 있는 American Rhetoric 등 공짜로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가능하면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의 시각에서 나오는 주요뉴스는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인민일보(중문, 한글판이 다 있다), 중국국제방송(역시 중문, 한글판 다 있음), NHK, 아사히신문, Moscow Times(영문판), GMN (우연히 발견한 한글사이트인데, 선교사들이 현지 활동의 필요에 의해 한글로 번역해서 올리는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및 동구권과 세계각지의 뉴스가 있다.
의외의 도움이 될 때가 있다.)등을 주로 보는데, 중국어나 일어원문이 아닌 한글사이트로라도 자주 접하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일어나 중국어 공부를 겸하고 싶으면 최근 몇몇 국내 일간지에 국내뉴스를 중국어와 일어로 번역한 기사들이 제공되고 있다.
참고로 국내뉴스의 경우 나는 대략 진보-보수-중도의 세 부류로 나누어서 그 중 각각 한두 가지 신문과 뉴스사이트들을 선정해서 본다. 그 외에 미국이나 일본 소식을 훑어볼 때는 미국의 한인유권자센터, 일본의 민단 사이트등도 유용하다.

  청와대, 국회, 국정원, 미국의 백악관과 상하원, CIA의 사이트를 가끔 들러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이런 것들은 요새 세상에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기초적인 북한정보를 얻는 데는 통일원 사이트가 도움이 된다.
해외에서는 북한발신의 각종 성명서나 노동신문사설 등도 한글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지난 번 잠깐 서울에 들렀을 때 보니 국내에서는 접속이 제한되어 있었다. 주요 이슈들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역시 국내외 각 정당이나 연구소의 사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삼성연구소(한글, 영어), 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금융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 농촌연구원, 국방연구원, 외교연구원, 교육연구원, 헤리티지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AEI(미국기업연구원), 박원순 변호사의 희망제작소 등의 사이트는 참고할 가치가 있다.

  그런가 하면 홀로 지내는 객지생활의 적적함을 달래주는 빼놓을 수 없는 벗들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루브르박물관, MOMA (현대미술박물관)등의 사이트를 통해 접하는 각종 작품과 해설의 맛은 현장의 감동에는 못 미치지만, 인터넷의 도움이 아니곤 도저히 누릴 수 없는 사치이자 혜택이다. 가끔은 좋은 시나 한시를 감상할 수도 있다.(검색창에서 시나 한시를 쳐보시라.). 혼자 있는 동안 악기를 하나 익혀볼까 하고 찾아보다가 인터넷으로 각종 악기교습을 하는 뮤직필드 등 국내 사이트들도 찾게 됐는데, 이런 사이트는 아직 다른 나라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2.지난 몇 년간의 즐겨찾기는 내게 많은 것을 깨우쳐줬다.

첫째, 맘만 먹으면 돈 안 들이고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와 지식의 습득기회는 노력하는 자들 앞에 평등하고 공짜이다. 외국어만 해도 내가 요새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MP3 안에는 몇 가지 음악과 함께,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단어들이 들어 있는데 이 대부분은 다락원 같은 국내의 어학 사이트들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한 것들이다. 특별한 일 없이 길을 걷는 시간 등을 이용한 하루 30분 정도의 어학공부는 큰 부담도 없고, 오래 쌓이면 간단치 않은 도움이 된다.
수업료를 내고 하는 공부에서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가치가 분명히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공부하지 못할 분야 또한 없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부모들의 관심과 협조 속에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향상시키는 ‘생산적 즐겨찾기’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둘째, 역시 대한민국은 인터넷의 강자라는 것이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인터넷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창의성 있는 사이트나 블로그가 많다. 오죽하면 구글이나 야후가 석권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겠는가? 지식욕, 속도, 변화지향, 역동성, 자유분방함, 문화적 소양 등에서 우리는 온 국민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인터넷의 강자가 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학생, 주부, 노인, 사업가, 교사, 교수, 의사, 변호사, 예술가,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나아가 남들이 원할 정보를 창출해내는 것. 그것이 코리안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대한민국의 확실한 블루오션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는 지식정보시대를 제패할 지식유목민족의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남북한을 불문하고 한민족이 갈 길은 소프트파워(군사력 등의 하드파워가 아닌 문화, 가치관 등의 힘)강국이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가무음곡을 즐겨하고, 중국에 문화를 역수출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금 아시아와 미주까지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 민족의 최대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문화적 역량이다.
백범 김구가 문화선진국을 꿈꿨던 이유와 배경도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문화가 힘이고 돈인 문화의 시대이다. 강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의 처지를 극복할 우리의 힘은 근본적으로는 동서양을 퓨전해내는 ‘비빔밥’의 문화적 역량에서 나올 것이며, 남한의 선경(경제우선)주의와 북한의 선군(군사우선)주의는 장차 주문(主文 즉, 문화중심)주의로 발전적 통합의 비전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인터넷의 즐겨찾기를 활용하는 데서 성큼 더 나아가, 어떻게 코리아의 사이트들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로 만들고, 코리아 자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세계인이 가장 즐겨 찾는 매력적인 대상으로 만들 것인가로 시각과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온 국민이 주체가 되는 대대적인 문예부흥, 평화문명지대로서의 한반도의 비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최고의 갑부인 빌게이츠의 유일한 밑천이 결국 지식이고 아이디어였다는 점은, 사람 하나 외에는 재산이 없는 우리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준다.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의 과제는 단순한 개방이 아니라 진출이다.
한민족은 세계로 진출해야 부흥한다. 문제는 그런 진출의 준비와 조건을 얼마나 국가가 잘 갖춰주느냐이다. 나는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이 세계최고 최강의 지식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나의 코리안 드림이다. 오늘도 그 꿈을 꾸면서, 인터넷이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인 MSN 화상대화를 통해 뉴욕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야겠다.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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