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전쟁 휴전, 민주당 웃을 때가 아니다

<박두성 칼럼> MB악법을 여야가 심의하면 '좋은 법' 될까?

박두성 | 기사입력 2009/01/07 [21:59]

입법전쟁 휴전, 민주당 웃을 때가 아니다

<박두성 칼럼> MB악법을 여야가 심의하면 '좋은 법' 될까?

박두성 | 입력 : 2009/01/07 [21:59]
▲   종전이 아닌 휴전은 시간 벌기 뿐이다. 여야 충돌의 뇌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뉴민주.com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밀어부치려고 했던 법안들 중 소위 쟁점법안들을 'MB악법'으로 규정했다. MB악법이 만들어 지는 것을 민주주의 후퇴라고 주장하면서 온 몸으로 법안상정을 막았다. 민주당의 MB악법 상정 온 몸 저지 와중에 시민단체 등이 민주당에 박수를 보냈다.

국회를 전쟁터로 만들면서 한나라당은 다수당이라는 무기로 무더기 밥안들을 일거에 밀어부치려고 했으나 점점 등돌리는 여론과 민주당의 강력 저지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 결과 여야가 소위 타협점을 찾고 일단 입법전쟁이 휴전상태로 들어 갔다.
휴전협상의 핵심은 쟁점법안에 대해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 또는 합의 상정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협의든 합의 상정이든 노력한다'는 말은 매우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휴전상태로 들어간 이번 입법전쟁이 남긴 결과를 되씹어 보자면 한나라당이 문제의 법안들을 여야 심의없이 무작정 상정할려고 했던 것에서 일단 여야 심의과정을 거치기로 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이번 1차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쟁의 목표는 각 당 마다 다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애착을 갖고 있는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고, 민주당은 스스로 악법으로 규정한 문제의 법안들을 폐기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볼때 악법들을 완벽하게 폐지시켜야 비로서 최후 승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휴전안을 보면 어느 구석도 문제의 법안들을 폐지시킬 수 있는 대목이 없다.
전국언론노조가 민주당의 투쟁기간 중에 대규모 집회를 갖고 MBC등 방송노조들이 파업투쟁을 했던 것은 한나라당이 만들려고 하는 법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재벌들의 방송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들은 만들어져서는 안되는 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투쟁을 지지한 것이다.
 
2월 국회가 열리면 한나라당은 이미 민주당과 휴전협상안 대로 각 상임위 별로 법안을 심의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경우 기존 법안을 다소 손질할 수는 있지만 법안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 역시 법안을 심의하면서 한나라당에게 법안 자체를 백지화 시키자고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법안의 독소조항을 최대한 완화하는데 목소리를 높힐 수는 있지만 법안폐지까지 주장하기는 곤란할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야는 몸싸움은 아니더라도 엄청난 갈등이 예상된다.

결국 이번 휴전안은 시간을 갖고 일방적인 법안상정이 아닌 일차적인 심의과정을 거치게 됐지만 여야충돌의 뇌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2월 국회에서도 국회는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폭력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기 때문에 이제는 섣불리 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의 출입을 사전에 봉쇄하는 회의장 안에서 문 먼저 걸어 잠그기도 시도할 수 없다. 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 이상 해머를 들고 국회 안에서 악을 쓸 수도 없다.
 
여야는 2월 국회에서 상임위 마다 격론의 심의 과정을 거친 후에 결국 다수당의 뜻대로 쟁점법안 역시 표결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석이 부족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표결에 불참하는 정도의 제한적 투쟁 밖에 별 도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게 민주정치에서 소수당의 한계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법안을 직권상정시켜 민주당이 규정한 대로 악법순도 100%의 MB악법이 만들어 지는 것을 악법순도 70% 정도의 '준 MB악법'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악법의 순도가 떨어진다고 해도 악법은 악법인 것이다.

이 경우 시민단체나 지금껏 민주당 투쟁에 응원을 보낸 관련 단체들이 민주당에게 그나마 악법의 순도를 낮게해줘서 수고했다고 평가해 줄 지, 아니면 들러리 악법 제조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몰아부칠지 전망이 매우 조심스럽다.
 
종전이 아닌 입법전쟁 휴전이 갖고 있는 한계이고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한 댓가인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문제의 법안 속에 담겨져 있는 독소조항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적극홍보하는 전략을 짜야 의석수가 아닌 국민여론으로 악법이라고 규정했던 법안들을 백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박두성 / 뉴민주닷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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