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이인제, 정동영을 이길 기적 오나

합당 책임 정동영 세력은 분열, 이인제는 힘 모아

박민철 / 정치평론가 | 기사입력 2007/11/12 [15:17]

1%의 이인제, 정동영을 이길 기적 오나

합당 책임 정동영 세력은 분열, 이인제는 힘 모아

박민철 / 정치평론가 | 입력 : 2007/11/12 [15:17]

극적으로 기회잡은 이인제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소식에, 민주당 지지층은 크게 실망했다. 그 실망의 근간은, 사실 상 민주당과 이인제가 대선후보자리를 정동영에 넘겨주며, 지분이나 챙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의 숙원인 친노 척결을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단행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건 1%의 이인제가 정동영을 잡고 단일후보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한겨레를 비롯한 어용언론들이 합당 소식으로 정동영이 단일후보가 다 된 듯 보도하고 있다. 지금의 지지율로만 보자면, 그렇게 판단내릴 만하다. 그러나 친노세력 심판이라는 큰 흐름과,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정당인 통합민주당의 내부 역학 구도로 보자면, 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선 이인제 후보가 이번 합당을 이끌어내며 얻은 소득이 만만치 않다. 김대중에 주술에 걸렸든, 무조건 호남정권만 연정하겠다는 과욕이든, 어쨌든 호남에서 “이인제는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평가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둘째,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었던 언론의 불공평한 보도의 틀에서 벗어났다. 이제 이인제 후보는 정동영과의 일대 일 TV토론의 기회를 최소 두 번 확보했다. 한겨레 같은 어용언론도 선거법 때문이라도 TV토론 전후의 보도에서, 정동영과 이인제에 공평하게 할애해야 한다.

셋째, 패배주의에 빠져, 관망만 하던, 민주당 내 비이인제 세력에게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주었다. 이인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당내의 친노세력 척결과, 정동영 낙마를 위해 전력을 다 기울여야 되는 것이다.

 

반면, 정동영은 합당 이후 당 내에서 치명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여권신당은 노무현이 만든 정당이다. 그들의 계획이 틀어진 것은, 자신들이 예상한 것보다 반노정서가 워낙 강해, 점찍어놓은 이해찬을 후보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현재 친노들의 당내 세력은 만만치 않다.

 

정동영은 친노 입장에서 볼 때,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의 절반을 팔아먹은 매당노나 다름없다. 통합을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이들의 반발은 최고조로 올라올 테고, 이는 모두 정동영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이인제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정동영을 노무현의 황태자 대접을 받다, 뒤에서 칼 꽂도 도망간 위장 비노로 규정하는 것이다. 즉 이인제가 지금껏 해오던 대로, 정동영을 국정실패세력의 주범으로 몰아붙인다면, 정동영은 그야말로 친노와 민주당 세력 사이에서 고립된다.

현재 여권신당은 4가지의 세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해찬을 비롯한 친노세력, 손학규를 비롯한 신규정치세력, 김근태를 비롯한 시민사회세력, 그리고 정동영을 포함하는 호남충청세력이다.

 

이인제는 우선적으로 손학규 세력과 국정실패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손을 잡을 수 있다. 손학규는 신당에 입당하면서부터 노무현 세력과 척을 지고 있었다. 손학규 입장에서는 민주당 세력의 등장이야말로 회생의 동앗줄을 잡는 것이다.

 

이인제가 당 내에서 손학규 세력과 연대하여, 국정실패 세력을 공격하면, 어정쩡한 정동영은 또 다시 고립된다. 정동영은 노무현 정권의 승계 세력도 아니고 이를 반대하는 세력도 아닌 기회주의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인제가 손학규 등과 함께 정동영을 국정실패세력으로 공격하면, 아마도 어쩔 수 없이 이해찬 등 친노세력 쪽으로 포지션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동영을 어쩔 수 없이 지지하는 호남과 충청 세력이 대거 이인제로 이탈할 수 있다.

 

이인제의 승리는 곧 민주당 세력의 승리

 

이인제는 오늘 합당 선언하자마자 호남을 방문했다. 이인제가 호남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역시 국정실패 세력 척결과 호남배신 세력 응징이다. 정동영은 호남 출신이면서도, 영남세력 친노에 붙어 호남을 배신했다. 이인제는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주당에 입당하여, 봉괴 위기를 막아내는데 기여했다. 이인제가 호남에서 이 부분만 제대로 홍보해도, 정동영의 호남지지율을 반토막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과 게임이라도 해보려면, 노무현 정권과 완전히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는 유권자들의 상식적 판단이다. 전체 어용언론과 방송이 지원해도, 140여석의 원내 제 1당 후보의 지지율이 11%라면, 이미 상품성 검증은 끝난 것이다. 정동영이 후보가 되는 순간, 이는 대권 포기이며, 총선 궤멸이라는 구도가 나오게 된다.

정동영과 이인제 측에서 여론조사의 항문을 어떻게 짜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통합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동영은 통합으로 분열에 시달릴 것이지만, 이인제는 오히려 힘을 모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11%나 1%나, 어차피 대선에서 의미있는 지지율이 아니다. 그럼 새판을 짜야 한다. 그 새판에는 정동영은 전혀 어울리지 않다. 이인제에게 얼마든지 기회가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통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인제가 정동영을 이길 때까지는 응원할 필요가 있다.

 

이인제가 정동영을 이기는 순간, 통합민주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켜온 민주당이자, 친노세력 완전 척결이라는 과업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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