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정국을 앞두고 할 일 많은 민주당은 대법원에 발목이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말은 한화갑 대표에 대한 대법원 공판일정이 불투명 한 가운데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이 쏟아내는 말이다. 지난 2월 2심공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에 2년, 추징금 10억을 선고받고 있는 한화갑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형확정판결이 언제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민주당 주변에선 최대의 관심사다.
민주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전당대회 이전까지 한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늦춰질 것인지 아니면 그 이전에 형확장판결이 날것인지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이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당 안팎으로부터 독선적인 당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한 대표는 대법원 형확정 판결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숨가쁘게 민주당을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 중심의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을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선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명분으로 정계개편 문제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면서 '민주당 독자생존론'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지역운영위원장 인선과정에서 친한화갑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반대로 한화갑 체제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배제했다. 전북 지역의 경우 고건 전 총리와 가까운 정균환 전 의원과 오홍근 김제완주지역 운영위원장을 뒤로 밀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홍근 위원장은 고건 성향의 모임인 전북희망포럼을 이끌고 있다. 통합신당파와 친노직계로 나눠져 열린당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한 대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역운영위원장과 중앙위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연찬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대토론회 형식의 연찬회의는 사실상 미니 전당대회 성격이 짙다. 한 대표가 숨가쁘게 몰고 가는 민주당은 연찬회의를 통해 민주당 독자생존론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독자생존론 핵심은 정계개편 시기를 내년 대선직전까지 미루고 대신 민주당 독자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한화갑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이 골자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당 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기로 연찬회의에서 결의할 경우 한 대표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대신 그 동안 당내 비주류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집단지도 체제를 전격 수용하는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민주당의 대의원 성향의 분포로 볼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를 제압할 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한 대표의 공판이다. 전당대회 이전, 즉 한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이전에 대법원이 한 대표에게 유죄를 확정하면 만사가 허사가 된다. 만약 대법원이 한 대표에게 2심에서 확정된 의원상실형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한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정치자급법에 의해 의원직은 물론이고 평당원 자격도 상실되기 때문에 대권후보도 될 수 없다. 당내에서 한 대표를 지지하는 그룹들은 한 대표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권후보로 선출되면 대법원이 대선 이전에 한 대표에게 유죄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공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거나 원심 파기환송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당내 절대 다수 여론은 한 대표의 막판정치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 분위기다. 대법원이 한 대표 공판을 정치적 흥정꺼리로 간주 할 수 없을 것이란 뜻이다. 한 대표는 지난 2월 8일 고등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지 10개월이 지났다. 대법원은 정치인들의 사건에 대해 가능성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아직까지 원칙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2심 이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대법원 공판을 미루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형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신계륜, 이호웅, 이정일, 안병엽, 김정부 의원의 케이스를 분석해 보면 2심선고와 대법원의 판결 기간이 들쑥날쑥이다. 일정기간을 기준으로 삼는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알선수재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당한 김홍일 의원은 2심선고에서 대법원 형확장 판결까지 11개월이 소요된 적이 있다.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한 대표의 대법원 공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한다. 또 일부에서는 대법원 인맥과 한 대표 사이에 모종의 빅딜이 오간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여론도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 고위층과 한 대표가 잘 아는 지인사이라고 주장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을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과거와 달리 사법부가 정치적인 입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법률이 정한 대법원의 재판 시한은 선거사건(선거법)이 3개월, 다른 사건(형사소송법)은 4개월이다. 강제규정이 아닌 ‘가급적 따르라’는 훈시 규정이기 때문에 일률적이지가 않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위 확보를 위해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는 한 대표는 지금 대법원에 쫒기는 신세다. 대법원으로 부터 출두명령서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막판정치를 하고 있다. 만약 전당대회가 공고된 이후에 대법원 일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뤄야 할지도 모른다. 한 대표의 2선 퇴진을 주장하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한 대표가 민주당 운명을 갖고 개인적인 도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표가 대선 후보를 무기로 대법원을 압박하려고 무모한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반면에 친 한화갑 인사들은 한 대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카드라고 동정론을 편다. 한 대표가 아니면 17대 총선 이후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을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 대표가 구상하는 민주당 독자생존론이 현 단계에서 민주당을 지키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변호한다. 한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뭉쳐야 한다는 한 대표 중심론이다. 결국 민주당의 운명은 대법원이 통째로 쥐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뉴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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