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보이는 MB 방문 어쩌나?

손학규 고심…허용, 李 FTA 비준 '명분 쌓기' vs 반대, 대통령 무시하는 꼴

박용두 기자 | 기사입력 2011/11/14 [17:28]

속내 보이는 MB 방문 어쩌나?

손학규 고심…허용, 李 FTA 비준 '명분 쌓기' vs 반대, 대통령 무시하는 꼴

박용두 기자 | 입력 : 2011/11/14 [17:28]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이 대통령 측에선 이번 방문을 통해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FTA 비준의 해결책을 마련해보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측에선 별로 건질게 없기 때문이다.
 
APEC회담을 앞둔 지난 11일 이 대통령이 모든 일정을 미뤄두고 국회를 찾겠다고 했을 때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제1야당 대표가 무조건적으로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
 
더구나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앞서 청와대 측에서 손 대표에게 사전 면담을 제안해 임태희 비서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을 먼저 만났다. 청와대 측의 이번 사전 면담은 최대한 야당대표에 대해 예를 갖추며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느닷없는’ 행동이 아님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속내야 뻔히 들여다보이지만, 공식적으론 한미 FTA 비준을 놓고 야당과도 허물없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보자고 덤비니 무작정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 대표로서는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허락하자니 실리가 없고, 반대하자니 명분이 약해 이도저도 결정내리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손 대표가 만약 국회 방문을 허용한다면, 그동안 이 대통령이 주장해 온 한미 FTA 비준 논리에 되레 ‘명분’만 보태주고, 나아가 야당 측의 반대가 장기화될 경우 ‘강행처리 하겠다’고 공언해 온 여당에 추진력을 달아주는 최악의 경우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방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조건적 반대’한다는 입장과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쪽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14일 회의에서 “만약 이 대통령이 (APEC회담에서) 빈손으로 귀국해 내일 국회에 온다면 한미 FTA 강행처리 위한 ‘명분 쌓기’ 밖에 안 된다”고 절대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같은 날 정동영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이 강행처리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국회 오시는 걸 환영한다. 하지만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를 위해 온다면 반대”라며 여당 측의 강행처리 방침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반면 당 안팎에선 드러내 놓고 따지지는 못하지만,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에 불만들이 많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 없이 당리당략만을 위한 면담거부”라는 식의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1야당이 대화를 거부하고, 대통령을 무시하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에 손 대표는 현재 임 실장과의 면담 이후 일부 측근들과 함께 이 대통령과의 면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을 위해 3년 만에 국회방문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상황에서도 여야가 마땅한 해법 없이 대립각만 세운다면 결국 오는 2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FTA 강행처리의 D-데이가 될 수 있다. 손 대표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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