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행 門보다 마음門을 먼저 열어라'

청와대 문은 열리고 있지만 노대통령 귀는 점점 닫혀간다

조영환 | 기사입력 2006/09/30 [14:15]

'청와대행 門보다 마음門을 먼저 열어라'

청와대 문은 열리고 있지만 노대통령 귀는 점점 닫혀간다

조영환 | 입력 : 2006/09/30 [14:15]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神武門) 개방행사에 참석하여 어린이 청중들을 모아놓고 "권력을 가진 자와 국민이 소통이 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도 늘 그랬듯이 말 뿐이지, 그의 옹졸한 처세는 그의 시원한 말을 배반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또 "과거에는 제도적으로 이 (권력자와 국민 간의) 소통을 막아놓았고, 지금은 법적으로는 소통이 잘 되게 해두었으나, 그래도 거리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잘 살겠지만 일반 국민은 살기가 어려워진다."고도 말했다. 애들 앞에서 행해진 이번 발언은 말이야 청산유수인데, 현실은 국민들과 의사소통은커녕 국민들과 벽을 쌓고 있다.
 
경복궁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 하나가 안보 상 막혔다가 98년도부터 작업에 들어가서 이제 개방된다고, '현 정권은 국민들과 의사소통이 더 잘 되는 정권'이라고 자랑하는 노 대통령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통신이 발달된 시대에, 청와대 가는 교통이 막혀서 노 대통령은 국민들과 의사소통이 이렇게 나빴는가? 청와대 정문과 마주하는 신무문은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 이후 폐쇄되었는데, 몇년 전부터 준비하여 9월 29일 45년 만에 문을 다시 열렸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하나 더 생겼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여기 와서 청와대 한번 보고 대통령 일 잘하나 한번 쳐다보고 해라"며 "이렇게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국민 사이에 길이 열린 게 참 의미가 있다. 기분이 좋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물론 길이 열린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겠지만, 참 단순하고 철없는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민들 중에 청와대 가는 길 하나 더 생기는 것을 보고, 노 대통령이 국민의사를 잘 반영하고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평가할 사람들이 누가 있는가? 오히려 정상적인 판단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이렇게 국가안보가 약화되는 혼란기에 청와대로 직통하는 길을 보안상 더 통제해야 국정운영을 잘 하는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 아닌가? 멀쩡한 경찰복과 경찰차를 밤에 잘 보이게 흰색으로 바꾸고, 창이 있는 군인모를 창이 없는 베레모로 바꾸는 것은 경찰과 군인들의 안전을 더 고려한 국정운영인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미사일을 쏘면서 남한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미군을 휴전선에서 빨리 빼라는 국방정책을 펴는 노무현은 국가안보에 유익한 판단을 내리는 대통령인가? 국정운영의 평가기준이 겨우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은 청와대 가는 길을 개방하는 것이란 말인가?
 
미군이 전방에서 빠져나간다고 남한의 자주가 확보된다고 주장하는 유치한지 혹은 교활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를 한국인들은 기다리고 있다. 일반회사에서 저 정도의 판단과 주장을 하는 사원은 벌써 해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을 중간에 탄핵하기도 힘들다. 아니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적인 양심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을 지금이라도 지킬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직 사임하겠다는 말도 막상 필요할 시기에는 다 헛소리였다. 휴전 상태의 국가에서 청와대의 안전에 치명적인 정면도로를 무장해제 시켰다고 희희낙락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은 도무지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누구에게 사로잡혀서 그런 괴상한 발상을 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6.29선언 후 20년 동안 정치의식이 발달되지 못하고 수구적 향수에 젖은 386운동권세대의 고착된 정치의식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다고 여기는 것들은 많은 경우에 국가 조직과 기강의 해체를 뜻한다. 노무현 정권은 과잉민주주의를 인권과 자유 신장의 기준으로 삼아서 국가를 해체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권이다. 권위주의(authoritarianism)가 해체되는 것은 옳지만, 국가조직과 공권력의 정상적인 권위(authority)가 해체되는 것은 과잉민주화가 진행된 사회에서 심각한 정치-사회적 문제이다. 아직도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시대를 상정하여, 정책과 운영의 성패를 판단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동과 정책은 극도로 수구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군사독재시절이 아니라 과잉민주주의(over-democracy)로 약화된 국가의 공권력과 해체된 국가조직을 어떻게 다시 재정립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후기현대사회이다. 이미 사라진 군사독재의 잔영과 외로이 싸우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맹목적 의지와 판단은 풍차와 싸우고 있는 돈키호테의 무모한 만용과 유사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성패를 청와대로 향하는 문을 열고 닫는 것에 의거하지 말아야 한다. 그의 국정운영 성패는 국리민복의 구체적 향상이어야 한다. 추락하는 경제사정 속에 서민들의 생계를 제대로 살피는지, 불안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하려고 노력하는지, 국제사회의 여론과 충고를 무시하여 국제적 고립을 자차하는 외교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지, 후손들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제대로 투자하고 있는지, 자생력이 없는 청소년과 노인들을 위하여 국가세금을 낭비 없이 사용하고 있는지, 국가안보에 관하여 비판세력과 편견 없이 의논하고 있는지 등으로 국정운영의 성패가 판단되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 안전권, 자유권, 행복권에 대한 국민여론과 세계여론을 국내외 정책들에 제대로 반영하는가의 여부가 국정운영의 성패를 가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들의 생계, 국가의 안보, 국민의 복리, 국제적 여론, 미래의 설계, 자립불능 국민의 생존 등에 소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박아 인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노 대통령은 국가조직 해체, 사회질서 문란, 공권력 약화. 국가안보 경시 등 정치적 실책을 자신의 정치적 실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한 문제만 잘 되면 다른 모든 것은 깽판쳐도 된다는 괴상한 국정운영 기준으로,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남한과 같은 정상적 파트너로 착각하는 데에서 노무현 정권의 모든 국정난맥은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회복되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무상하다는 점을 경시하는 것 같다. 그리고 편향적이고 분파적인 노 대통령의 심성구조도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된다. 남한의 국민이나 야당과도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노 대통령은 국익을 챙기면서 북한과 정상적인 대화를 하지 못할 것이다.
 
청와대로 가는 문이 군사정권에 막혔다가 문민정권에 열렸다고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더 잘되고 자유가 신장되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그런 물리적 장벽에 방해받지 않는다. 마음이 공평무사하지 못하고 편견적이면, 곁에 있는 부부나 형제들과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 일체 유심론으로도 설명될 수 있는 인간끼리의 관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매사에 편이나 가르고 자기 패거리만 챙기는 한, 국민들이나 상대세력과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할 것이다.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냉전수구세력의 딴지걸기로 매도하는 심보로는 국민들과 의사소통하지 못한다. 파벌적이고 폐쇄적인 인간의 마음은 죽기 전에 신도 바꾸기 힘들다. 교조적 정치이념이나 맹신적 종교교리로 한번 파벌적이거나 편향적이 된 인간은 평생 공정하게 회복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적 결정, 애국적 판단, 개방적 국정을 위하여 청와대의 문을 열 것이 아니라, 분파주의에 의해 닫힌 의식구조의 철문을 먼저 열어야 할 것이다. 나의 시각과 의견만 맞다는 외골수적 세계관은 가장 개조하기 힘든 고질적 자폐증상이다. 민족자주나 역사청산의 이름으로 국제사회에의 개방과 미래지향적 계획에 마음의 철문을 닫은 상태에서는 진정한 대화나 발전적 소통은 불가능하다. 좌파사상의 모진 폐쇄성은 부모형제를 몰라보는 맹목적인 것이 아닌가. ‘우리끼리’의 구호를 외치면서도 국민들의 요구나 비판을 '너희끼리'의 비난으로 단정하여 듣지 못하는 노 대통령은 의사소통의 기본조건인 귀가 막힌 청각불구자이다. 국가안전에 문제될 수 있는 청와대행 신무문을 애들을 모아놓고 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마음문을 국민들에게 열어 국민과의 성숙한 의사소통을 노 대통령도 즐기기 바란다.
 
조영환 / 올인코리아 편집인 http://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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