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는 이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실용주의 신당을 창당해야

정인대 | 기사입력 2006/10/20 [18:16]

고건 전 총리는 이제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실용주의 신당을 창당해야

정인대 | 입력 : 2006/10/20 [18:16]
 
▲ 고건 전 총리 
최근들어 대선후보 지지도에 있어서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의 입장에서는 다시 옛 영광을 누릴 기회는 없는가. 그리고 현재 이명박 전 시장이 압도적으로 지지율에서 1위를 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있어서 이러한 구도가 계속 유지 발전될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노 대통령의 탄핵심판 절차에 의한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동안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아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펼쳐 보였던 고건 전 총리는 퇴임후 금년 봄까지 지지율 1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3위로 굳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10%대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말이다.

고건 전 총리가 2년동안 누렸던 지지율 1위는 과연 거품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 1위는 실제로 자신이 이룩한 업적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노무현 대통령 개인이 망가뜨린 국정을 총리로서, 나아가 직무대행으로서 수습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에 대한 결과, 반사이익으로 얻어진 불노소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불노소득의 약발이 다해가는 듯 하다. 그렇다면 천혜(天惠)로 주어진 지지율 1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3위로 내려앉은 고건 전 총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은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절차 없이 평범하게 주어진 총리 소임을 마치고 퇴임하였다면 과연 국민적 지지율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을까 하는 점도 생각하게 된다.

그랬다면 고건 전 총리가 과연 대통령에 대한 꿈을 펼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점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손학규 전 지사 등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의지가 보다 확고해 보인다. 한나라당 빅3 주자들은 대선에 대한 강한 의욕을 이미 표출하였고 대선 조직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준비된 그리고 강력한 이미지의 예비 대통령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고건 전 총리의 이미지는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기회주의, 애매모호, 우유부단, 좌고우면 이라는 단어들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핵 실험과 연계하여 국민이 느끼는 안보 불안을 최소화 시키며 안심을 시킬 수 있는 위기관리에 적합한 인물로 이명박 전 시장이 부각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마냥 상승세에 있다.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라 하겠다.

이제 고건 전 총리의 입장에서는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권도전에 대한 선언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고건 전 총리가 이제까지 이명박 전 시장을 위시한 한나라당 빅3와 같이 무엇인가 이룩해 놓은 정치적, 행정적 치적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31 지방선거를 외면하며 정치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였음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고건 전 총리를 지지하였던 호남인들 조차 이제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최근에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호남에서 두자리수에 도달했다고 한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빠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 전 총리가 정치권에서의 일정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기대했던 다수의 염원을 거부하면서 경계의 언저리에서 안주하려고 했던 자세는 기회주의로 비판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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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 전 총리 
이 시점에 고건 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엇이고 권토중래(捲土重來)할 기회는 없다는 말인가. 고건 전 총리는 대선까지의 1년여 기간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 기간을 허송세월로 실기한다면 그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킹 메이커 역할도 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 빅3의 과감한 자세에 비하여 고건 전 총리가 마냥 넋을 놓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자세는 절대로 불리하며 대선에 도움이 안된다.

고건 전 총리는 그동안 정치적인 행보를 하면서도 정치 입문에 대한 선언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여 기간을 좌고우면하면서 지내왔다. 금년들어 정치적 행보를 일견 비치기도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런 자세와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이 모든 구태의 모습을 떨쳐야 한다. 그리고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 신당을 만들어 그가 주장하는 중도개혁 실용주의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창조해야 한다.

지금 정치판은 정계개편이라는 단어에 목말라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조차 탈당의 러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만약에 고 전 총리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열린우리당은 더욱 쉽게 그리고 빠르게 붕괴될 것이다. 난파선에서 이리저리 살길을 찾는 사람들은 험한 파도 일렁이는 바다에 떠있는 고무보트를 보게 될 것이고 옮겨 타기위해 난리 법석을 치르게 된다.

열린우리당의 인간들을 줏어 담기 위한 신당은 의미가 없다. 고건 전 총리의 측근인 김용정 다산연구소 대표는 최근 그의 글에서 "곪을대로 곪아터진 현 정당제도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해내야 한다"라며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해 "엄청난 사회적 불만이 팽배해 있지만 정상적인 제도와 절차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에 뭔가 강렬한 변화를 바라는 사회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정당들은 오래전부터 '정치계급', 그들만의 살롱(salon)으로 전락해 버렸고 정당 간 경쟁이란 것도 이해관계를 같이한 정치세력, 그리고 소수 정치엘리트들의 단기적 정치목표를 둘러싼 이전투구식 정치싸움일 뿐이었다"면서 "시민사회의 변화와 다양한 요구, 그리고 국민적 열망과 기대를 담아내지 못한 채 여전히 기득 이익의 안정적 유지와 권력 투쟁에만 매달려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김용정 대표는 "정계개편 문제를 지금의 정당과 정치엘리트들의 자의적 결정에 맡겨둘 수는 없다"면서 "무엇보다 시대정신을 꿰뚫고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국민주권 차원의 대중적 압력이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 말은 고건 발 신당과 같은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내용이다.

그동안 고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했고, 나아가 독자 신당도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발언들은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이 이명박 전 시장 및 박근혜 전 대표와 박빙을 유지할 때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제 정치적 상황은 변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율 역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큰 폭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고건 전 총리는 이제 국민의 선택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을 기다리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한다. 능동적으로 정계의 변화를 가속화 시키며 개편을 주도하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정치적 실험을 찾아 나서야 하며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실용주의 신당을 창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당이라는 그릇에 훌륭한 인재를 담아야 한다. 그래야 고건 전 총리는 대권 도전을 선언할 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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