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침묵을 계속하는 편이 좋겠소"

<네티즌 펀치> 고건 前 총리의 대선 행보에 대한 정치적 훈수

노루목 | 기사입력 2007/01/14 [18:53]

"차라리 침묵을 계속하는 편이 좋겠소"

<네티즌 펀치> 고건 前 총리의 대선 행보에 대한 정치적 훈수

노루목 | 입력 : 2007/01/14 [18:53]
 고건 전 총리의 침묵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름 가까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항간에 뜬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고 전 총리 측근들은 '정국 구상 중'이라고 하지만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와병설'에다가 '대권도전 포기설'까지 나왔다. 왜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례적인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추측컨데 '정국구상'이 아닌 '고민 중'일 확률이 높다.

 지난 해 5. 31 지방선거 이후 고 전 총리의 주가는 하락의 길을 걸었다 5. 31 선거 전에는 여기 저기서 도움요청이 쇄도했지만 5. 31 선거 이후 부터는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 됐다. 5.31 이후 부터는 고 전 총리가 여기 저기 도움을 요청하는 신세가 됐다는 뜻이다.
5.31 선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고 전 총리에게 강력하게 주문했었던 고 전 총리 주변의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고 전 총리의 정치감각이 수준이하라고 평한다. 5. 31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실책이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가 구상하는 새정치 패러다임과 현실 정치판의 정서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최근 고 전 총리가 사석에서 '국회의원 들에게 실망했다'는 의미의 짧은 발언을 했었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그 동안 직간접으로 접촉했었던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는 의미다.

 고 전 총리의 1차적인 목표는 대권이다. 국회의원들의 1차적인 목표는 18대 총선이다. 국회의원들이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에 동참한다는 것은 고 전 총리의 대권행보 동참이 자신들의 18대 총선 준비에 도움이 될 때 가능해 진다.
고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자신들도 18대 총선에서 쉽게 재선되는 구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만약 고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 자신들의 18대 총선 당선확률 낮아짐과 동일시 될때 국회의원들의 선택은 자명해 진다. 고 전 총리를 멀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 정치판 정서다. 고 전 총리는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고 전 총리 주변의 정치인들은 12월 대선에서 고 전 총리가 고배를 마셨을 경우 그 후 '정치인 고건'은 야당 정치인으로 정계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건 전 총리의 정치 일정표가 2007년 12월 대선까지만 예정되어있다고 믿는 정치인들은 고 전 총리 곁에 설리가 없다.

 고 전 총리가 새해 정국구상을 마치고 어떤 각오로 정치권에 들어올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제대로 한판' 하고자 한다면 현실 정치판 생리에 맞게 확실한 전략구상을 마쳐야 한다. 추천 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현역 정치인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독자적인 신당창당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신당 창당 작업에 주도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고 새롭게 만들어 지는 '고건신당'은 설사 올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새로운 정치문화를 위해 떳떳하게 야당 할 각오를 천명해야 한다.
어정쩡하게 둥근탁자를 마련해 놓고 순진하게 마냥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은 정치판 생리상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종교인들을 모아 원탁회의를 할 수는 있어도 정치인들을 둥근테이블에 모아 놓고 제대로된 회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둥근 테이블 보다는 일자 테이블에 익숙하다.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일정은 원탁회의 논의하는 것보다 일자 테이블에서 논의해야만 힘이 솟구치는 생리를 갖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은 일자테이블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정당창당은 자금과 조직을 수반하게 되고 자금과 조직은 일자테이블에서만 가능하다. 고 전 총리가 일자 테이블 상석에 앉을 자심감이 없다면 고건신당 창당은 어렵다. 

 적극적으로 독자신당 창당을 할 자심감이 없다면 고 전 총리에게 권하고 싶은 두 번째 전략은 침묵이다. 침묵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스스로 판을 벌릴 자신이 없을 때 침묵전략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스카웃 제의를 기다리는 것도 스스로 힘들게 판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원탁회의를 위한 둥근테이블도 치워버리고 느긋한 자세로 정치권의 삼고초려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물론 불러주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현재 야당도 아니고 여당도 아닌 어정쩡한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다. 스스로 지지율 하락 원인을 범여권이 아닌데 언론이 범여권이라고 분류하기 때문에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자신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몇 차례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이다. 지난 2년 간 고건 전 총리의 여론지지도는 1등을 유지했다. 그 때도 고 전 총리는 사실상 범여권의 고건이었다. 스스로 범여권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결단력 부족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칼라가 분명해야 한다.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어설픈 상황에서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중도를 주장하고 있으니 분명한 색깔을 선호하는 현실 정치판에서 제대로 먹힐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선 일정이 가까워지면서 현실 정치판은 더욱 더 분명한 색깔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 중도도 분명한 색깔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강력한 정치적 동력을 갖지 못할 때 중도는 회색이 되고 만다.
 
 고 전 총리에게 욕심을 버린 텅 빈 마음으로 기다리라는 침묵전략을 추천하는 이유는 고 전 총리가 강조하는 실용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12월 대선과 관련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 전 총리가 신당을 만들지 않아도, 고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를 포기하더라도 대선구도는 한나라당 후보대 비한나라당 후보가 된다. 비한나라당 정치세력들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수 있는 후보를 찾아내는데 심혈을 쓸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재편될 수 밖에 없다.

 고건 전 총리가 둥근 테이블을 걷어 차 버리더라도 고 전 총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치권은 자연스럽게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으로 크게 나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한나라당 정치세력은 한나라당 후보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경쟁력있는 후보감을 찾아내야 한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비한나라당 정치세력들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나 박원순 변호사를 대안인물로 거론하고 나섰다. 본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그들을 스카웃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때문에 고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정치판을 새로 짤 추진력을 보이기 어렵다면 고 전 총리도 정운찬 전 총장과 나란히 서라는 것이다. 이것이 침묵전략의 본질이다. 스스로의 내공을 가다듬고 때를 기다리는 것도 것도 분명 전략이다.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면 지난해 5.31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어낸 오세훈 전략을 연구해보라는 것이다.

 비한나라당 정치세력들이 조직도 만들어 놓고 자금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한나라당 후보 찾기에 나설 때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손들고 나와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방식이 고건 전 총리에게 가장 어울릴지도 모른다. 
 
 고 전 총리는 원탁회의를 통해 '국민통합신당'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완전한 정치권에서 고 전 총리을 따라나설 국회의원 찾기는 결코 쉽지가 않다. 고 전 총리의 목표는 대선이고 현역국회의원들의 목표는 18대 총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지러운 정치판 중심에 서서 온갖 풍파를 다 맞아가면서 정당을 새로 만들고, 스스로 예선전을 만들어 출전한 후 그 정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본선에 진출하는 것 보다는 "대통령 안해도 무방하다. 한나라당 후보와 맞설 수 있는 능력있는 대안후보를 찾아내서 제대로 붙어보라, 나는 이제 뒤에서 지켜보겠다"라고 일성을 한 후 정운찬 전 총장이나 박원순 변호사 등과 함께 나란히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뛸 선수가 마땅치 않다면 불러줄 때까지,
이것이 고건 전 총리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훈수다. 와병설에 대권포기설 루머까지 나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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