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햇볕도 계절마다 강도가 다르다"

<안동대 강연 내용 전문> 정치권의 양극단 배제 중도통합이 절실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6/11/08 [15:44]

고건, "햇볕도 계절마다 강도가 다르다"

<안동대 강연 내용 전문> 정치권의 양극단 배제 중도통합이 절실

뉴민주닷컴 | 입력 : 2006/11/08 [15:44]

고건 전 총리는 8일 오후 3시 안동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연을 했습니다. 아래는 이날 강연내용의 전문입니다.<뉴민주닷컴>
 
 
▲  고건 前 총리   © 뉴민주닷컴

21세기 한국의 선택, 위기를 넘어 미래로- 중도대통합의 길
 

1. 여는 말

 학생여러분, 그리고 동석해주신 교수, 귀빈여러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첫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지나 입동(立冬)을 맞은 추색 짙은 늦은 가을날, 유서 깊은 안동에 오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 같은 젊은이들을 보면 언제나 즐겁습니다. 가능성, 미래, 순수, 열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이들을 만나면 즐거운 만큼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학교 밖 현실이 어둡기 짝이 없는데, 미래전망까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밝은 정치사회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해 안쓰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북핵사태까지 겹쳐 있습니다. 설상가상입니다. 정치혼란, 경제파탄, 사회분열 등 총체적 난국에 안보위기까지 겹친 것입니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에 북한이 보낸 선물이라는 것이 고작 핵실험이었습니다.
 
 북한 핵실험 자체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오락가락하는 무정견과 극단적 국론분열도 그에 못지않은 걱정거리입니다. 참여정부가 조장해온 분열과 갈등이 북핵사태로 또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단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때마다 나라와 국민이 흩어지는 이 분열과 갈등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습니다.
   
 오늘은 국가위기와 중도실용개혁(中道實用改革) 철학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북핵실험으로 가중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재도약시켜 반도강국(半島强國)을 건설하려면 중도실용개혁 철학으로 국민통합과 정치세력의 중도통합(中道統合)을 이루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이 오늘 제 강연의 주제입니다.
 제가 이런 주제로 강연하겠다하니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화끈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위기상황일수록 좌우편향(左右偏向)의 강경론(强硬論)에는 관심을 갖지만 중도통합론(中道統合論)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어려울수록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신념입니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국론의 통합도, 국가의 안보도, 북핵문제의 극복도, 경제의 소생(蘇生)도, 청년실업도 바랄 수 없습니다. 위기상황일수록 국민의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야 이를 돌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저 않고 중도통합의 길에 대해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이 ‘화끈한 만큼’ 지혜롭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도실용주의(中道實用主義)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세 단락으로 나누어 진행하려고 합니다. 우선 당면 북한핵실험 문제에 대한 중도실용개혁 철학의 입장을 이야기하려 하고, 이어서 아시아중심 세계화시대, 반도국가(半島國家)의 국가비전을 중도실용개혁 철학 입장에서 그려본 다음, 마지막으로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중도실용개혁 철학에 입각한 국민통합(國民統合)이 절실함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2. 북한핵실험․안보위기와 국론분열
 
[냉철한 위기의식]

 북한 핵실험사태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우리의 삶의 터전을 뒤흔드는 근본적 위협입니다. 북핵(北核)은 한반도의 평화구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비핵국가(非核國家)는 핵보유국의 엄포에 굴복할 수밖에 없고, 국지전(局地戰)이 발발해도 단호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에 ‘군사적 균형’은 애당초 논할 수 없습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는 이제 평화공존의 길이 더 멀어졌습니다. 
 
 또한 동북아에서 불가피하게 핵군비경쟁(核軍備競爭)이 일어날 조짐이 일고 있고 이로 인해 신(新)냉전구도가 조성될 위험도 보입니다. 일본 외상은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러시아 외상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런 추세가 그대로 가면, 한반도가 역내 핵군비경쟁의 와중에서 동북아의 화약고로 전락할 것입니다. 이러면 우리나라의 군사비는 폭증하며 외국자본은 대거 한국을 떠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경제성장률과 사회복지수준은 급격히 퇴조하고 민생(民生)은 금세 피폐해질 것입니다. 어렵게 이룩한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의 성과도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안보과민(安保過敏)과 안보불감증(安保不感症)]

 일부 보수세력은 소위 ‘안보과민증’에서 핵실험 사태가 터지자 즉각 북한을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적(敵)으로 돌리는 적대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심지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외치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과민반응은 비이성적 과잉대응을 부추겨 오히려 슬기로운 안보정책 수립을 어렵게 만들고 경제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과민 못지않게 이른바 자주파계열 진보세력의 위기불감증도 문제입니다. ‘북한도 우리 민족인데 설마 핵(核)으로 우리를 공격하랴’ 하는 근거 없는 믿음에 기초한 ‘설마’식 불감증, ‘통일이 되면 북핵도 우리 것이 될 텐데’ 하는 ‘우리끼리’식의 무분별한 통일지상주의적(統一至上主義的) 불감증, ‘저들은 늘 그래왔는데 이번이라고 해서 별일이 있을 것인가’라고 하는 일부 대중의 ‘타성적(惰性的)’ 불감증 등, 유형은 다양하지만 대책 없는 불감증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습니다.

 이런 좌편향적(左偏向的) 위기불감증과 타성적 안보불감증은 감각을 마비시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핵은 재래식 무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현실적 위협입니다. 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북한은 동포지만, 멀리는 한국전쟁, 가까이는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을 도발하여 우리 해군을 타격한 군사적 적입니다. ‘우리끼리’를 말할 수 있는 같은 핏줄이지만, 동시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적(敵), ‘적대적 형제(hostile brother)’입니다. 위기상황에서는 위기불감증과 안보과민증 모두 위험천만입니다. 양극단(兩極端)을 모두 배격하고 중도실용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고와 현실적인 감각으로 위기를 판단하고 균형 있게 대처해야 합니다.
 
[엇갈리는 대응]

 지금 북핵사태에 대한 대응은 북핵을 인식하는 시각과 마찬가지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핵용인론(北核容認論)’에서 ‘북한붕괴론’까지 극(極)에서 극(極)으로 국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당리당략적 이해득실(利害得失)까지 겹쳐져 대립각은 날로 날카로워지는 느낌입니다. 정치권은 ‘지역’까지도 이 북핵과 관련된 남남갈등(南南葛藤) 지형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안보에 불감증을 보이는 경직된 ‘유화(宥和)고수론(固守論)’은 핵실험이 미국의 압박으로 강요되었다는 일방적 미국책임론 입장에서 미국의 양보와 타협, 북미 직접대화를 주장하며 일체의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며 경직된 유화정책(宥和政策)을 그대로 고수할 것을 주장합니다.
 
 반대편에 위치한 ‘강력제재론(强力制裁論)’은 정반대로 북한의 핵실험을 10년 가까운 대북포용정책의 ‘실패증거’로 인식하고, 포용정책을 전면 취소하고 북미대화를 포함한 일체의 대화를 배제하며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관광사업․개성공단사업 등 경협도 당장 중단하고 초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유엔의 대북제재결의 이행과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유보 없는 무조건 참여를 주장합니다. 또 일각에서는 무력사용도 불사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북한을 제재하고 차제에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선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 세력도 존재합니다. 심지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두 입장은 모두 중도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냉정한 현실인식이나 합리적 국익타산(國益打算)의 실리(實利)와 거리가 먼 것입니다.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이념대결에 기인하는 대북 호감과 반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정부․여당의 노선혼란]

 노무현대통령은 핵실험 전에 ‘북핵 일리 있다’는 북핵용인(北核容認) 발언도 불사할 정도로 대북유화정책(對北宥和政策)을 밀어붙였으나, 핵실험 직후에는 국제공조와 유엔결의를 중시한다고 하면서 유화책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공개 표명했습니다. 그러더니 하루밤새 다시 유화정책으로 되돌아가 유엔결의와 PSI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요즘은 아예 “북이 핵실험을 했어도 한반도의 군사균형은 깨지지 않았다”라고 호언(豪言)하며 “안보위협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안이하고 경직된 ‘유화고수론’을 펴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엉거주춤한 채 원칙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정부의 포용정책(包容政策)은 기존의 햇볕정책에 이념편향(理念偏向)을 강하게 가한 경직된 대북유화정책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종종 일방적 ‘퍼주기 정책’으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3. 중도실용적(中道實用的) 위기대처 전략:

   ‘탄력적 햇볕정책’과 ‘가을햇볕전략’
 
 안보에 불감증을 보이는 경직된 ‘유화고수론(宥和固守論)’으로도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를 달성할 수 없고, 일체의 대북협력과 대화를 부정하는 안보민감증적 ‘강력제재론’으로도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이데올로기와 명분론적 감정에 앞서 안보와 실리, 국제규범, 동포적 고려, 한미동맹과 이웃나라들과의 우호선린(友好善隣)의 필수불가결성 등 모든 이해관계에 대한 균형 있는 합리적 타산을 중심에 놓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중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경제협력의 파트너로서 동포이고 동시에 군사적 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은 불확실한 이중적 성격의 정체(政體)입니다. 이러한 불확실한 북한의 핵보유는 용인(容認)될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보유는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입니다. 북핵은 지금까지의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성과를 무산시킬 위험을 초래하고 동아시아에서 핵군비경쟁을 유발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합니다. 북한은 제재와 고립을 자초하여 경제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고, 한국도 군비증가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 지금보다 더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노선으로서 남북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실제로도 긴장완화, 이산가족상봉, 민간교류확대 등 남북관계를 개선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런 성과를 냉철하게 따져보면, 지금처럼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는 남북관계의 수준과 방법에 변화를 가하더라도 대화채널과 소통(疏通)의 끈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대미(對美) 우호동맹관계를 더욱 돈독히 발전시켜 이 점을 미국에게 이해시키고 한국의 대북정책과 미국의 대북정책 간에 이런 점에서 약간의 편차(偏差)가 나더라도 상호이해의 공감대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핵실험이라는 중대한 상황변경에 따라 대북 협력정책의 수준과 방법에 신속하고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북핵사태는 기존 경협의 근본을 흔드는 엄혹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햇볕에도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이 남북협력관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요동치는 변화를 피할 수 없어 사계절의 변화처럼 온열(溫熱)과 양냉(凉冷)의 변동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같이 긴박한 북핵사태 속에서도 아무런 변화 없이 비탄력적(非彈力的)으로 기존 자세와 경협사업을 그대로 고집하는 경직된 유화책은 지혜롭지 못하고 위험합니다. 감상적 유화주의(宥和主義)는 국가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질적으로 달라진 새로운 안보상황을 직시하고 유엔결의와 국제여론에 발맞춰 햇볕정책을 창조적으로 변화시켜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된 안보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그러나 햇볕이 계절마다 강약(强弱) 차이를 보이지만 겨울에도 사라지지 않듯이, 햇볕정책도 상황에 따라 강온(强穩)을 잘 조절하여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천지가 얼어붙는 엄동설한에도 햇볕은 약할지언정 늘 빛나는 법입니다. 우리 정부는 1999년 6월 서해에서 연평해전을 치르면서도 동시에 동해에서는 금강산유람선을 출항시킨 적이 있습니다.
 
 종합하면, 남북관계에서는 전면적 ‘햇볕중단’도, 맹목적 ‘햇볕고수’도 둘 다 극복하고 ‘햇볕을 천시변화(天時變化)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하며 지속하는 실용적 중도노선’이 필수적입니다. 오늘날의 진정한 햇볕정책은 시중(時中)철학에 입각하여 ‘안보’와 ‘포용’의 원칙을 시의에 따라 적절히 배합하는 탄력적 햇볕정책입니다.
 
 북핵실험사태 이후 현재상황은 일대 위기국면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 시간대는, 6자회담 재개 소식이 말해주듯이 아직 엄동설한의 한겨울은 아닙니다. 지금은 바로 오늘 날씨처럼 상강(霜降)과 입동(立冬)을 지나 서리가 비치는 싸늘한 가을철로 판단됩니다. 북한 탓에 이처럼 싸늘해진 남북상황에서는 유화정책(宥和政策)을 실용적(實用的) 중도노선(中道路線)으로 신속히 교정하여 지속적인 동포애와 추상같은 제재를 합리적으로 배합한 이른바 ‘가을햇볕전략(가을볕전략)’으로 변모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탄력적 햇볕정책 원칙을 오늘의 상황에 적용한 것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남북경협을 더 확대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인도적․동포적 지원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은 신축적으로 변화를 주어 계속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북핵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4강 및 유엔안보리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원칙을 구현한 유엔결의에 따라 북핵사태를 적극적 한미공조(韓美共助)와 국제공조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PSI 참여활동은 북한과의 해상무력충돌로 비화(飛火)되지 않을 지혜로운 방식과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좌우편향의 극단론자들도 유엔안보리의 의결과 제재위원회의 제재수준이 결정된 마당에 이제 자신들의 입장을 재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군사제재를 제외한 중도적인 비군사적 제재조치를 결정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존중하고 이에 맞춰 자신들의 말과 행동을 조절하여 국론을 중도통합(中道統合)하는 길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일각에는 북한 핵무기와 핵실험을 미국의 압박에 대한 북측의 ‘불가피한 선택’, 즉 자위적 ‘대응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은 오래 전 수립된 계획과 추진과정을 거쳐 나온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압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강제된 북한의 자위적(自衛的) ‘대응수단’이라거나, 미국으로부터 체제안보 약속을 받으면 포기할 수도 있는 일시적 ‘협상용’으로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릇된 인식입니다. 한마디로 북핵은 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흡수통일 위험에 직면한 북한의 체제수호 논리의 소산인 것입니다.

4. 반도국가(半島國家) 한국의 국가비전과 중도실용적 외교안보철학
 
[아태프런티어 국가와 반도강국의 국가비전]

 분단한국의 미래는 ‘아시아중심 태평양시대’에 반도국가로서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약점을 극복하고 이점(利點)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잠재력을 중도실용개혁 철학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실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금 대아시아가 과거에 누렸던 세계문명의 중심위치로 되돌아오는 ‘아시아중심 태평양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토플러(Alvin Toffler)는 이것을 ‘The Great Cycle(대순환)’라고 불렀습니다. 한국․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인도 등 아시아 6개국의 2005년 GDP는 유럽연합 25개국의 GDP와 맞먹고 미국 GDP에 육박합니다.
 
 아시아․태평양의 요충(要衝)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아태(亞太) 통상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과 물류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4대 경제권과 연계되고, 세 시간 이내 비행거리에 100만 이상 도시 43개를 가지고 있으며, 최첨단 인천공항, 부산항, 고속철 등 육해공(陸海空)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을 관통하여 시베리아와 철도를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한국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의 중심거점에 있게 됩니다.
 
 영국의 정치사회학자 기든스(Anthony Giddens)는 흔히 무국경시대(無國境時代)로 얘기되는 세계화시대는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가 아니라 실은 ‘국경’이 ‘프런티어’로 변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프런티어’는 기존 영토를 거점으로 삼아 나라의 역량에 따라 외부세계로 끊임없이 확대되는 유동적인 개척공간을 말합니다. 가령 세계는 군사․정치와 경제에서는 미국의 프런티어이고, 농업․원예분야에서 세계는 네덜란드의 프런티어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좁은 반도에 갇혀 자기 땅만을 파는 ‘내향적(內向的)인’ 발전을 넘어서야 합니다. 산업화 목록에 속한 건설로 상징되는 개발단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 과감하게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유라시아와 환태평양의 프런티어로 나아가야 합니다. 탄력적 햇볕정책의 끈기 있는 추진으로 남북협력을 발전시켜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를 건설할 궁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반도를 거점으로 세계화의 파도를 타고넘어 ‘외향적(外向的)’ 세계진출을 이룩해야 합니다.
 
 개척자적 마인드가 있는 산업역군들과 지도적 문화창조 집단, 그리고 해외동포들은 지금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지닌 한국의 IT산업과 IT기반 철강․조선․자동차․장치산업 및 지식․문화․관광산업을 주축으로 세계적 한류(韓流)․한상(韓商)네트워크를 확장,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반도체,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7대 조선업체(현대․현대삼호․삼성․한진중공업 + 현대미포․대우․STX조선), KORINDO(인도네시아 한국인소유 대기업그룹), ‘겨울연가’와 ‘대장금’, 비와 보아, 이승엽과 박찬호, 박지성과 이영표, 미셸위와 최경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은 대한민국의 힘찬 외향적 발전을 상징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태전역을 우리의 ‘경제․문화적’ 프런티어로, 대한민국의 ‘유사(類似)영토’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저력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태프런티어 국가’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 길만이 선진적 반도강국을 건설하는 길입니다.
 
[반도국가(半島國家)의 지정학적 특성과 중도실용적 외교전략]

 우리나라가 아태전역을 우리의 ‘유사영토’로 삼아 도약하는 선진적 반도강국이 되려면 우선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반도국가의 특성에 맞는 외교안보철학을 갖추어야 합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 속에 끼어있는 반도국가는 늘 상반된 가능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반도국가가 부강하면 반도는 대륙세력의 남하와 해양세력의 북상을 완충하여 역내평화를 조성하고 대륙과 해양의 양방향으로 뻗어나가 반도강국으로서 대번영을 구가하는 ‘천혜(天惠)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국가가 취약하면 평화조성의 완충기능을 잃고 전쟁을 부르는 요충지(要衝地)의 전리품이 되어 양쪽으로부터 번갈아 침략당하는 ‘수난의 땅’으로 전락합니다. 지난 100년간 겪은 네 차례 큰 전쟁(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태평양전쟁, 한국전쟁), 일제강점, 반세기 분단과 남북대치는 이러한 지정학적 법칙을 웅변으로 증명해 줍니다.
 
 인접강대국들보다 훨씬 작고 또 분단된 반도국가인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의 갈등을 완충하고 인접국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여 선린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영토를 탐(眈)할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이 지금까지 맹방으로서 우리의 정치군사적 배경으로 버티고 있어온 덕에, 우리나라는 인접국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선린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인접국과의 성공적인 선린외교(善隣外交)는 ‘용미(用美)’를 전제로 한다는 인식은 부동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우리나라가 인접강대국과 선린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가운데 일국을 동맹국으로 택한다면, 우리나라는 이 인접동맹국에 종속당하고 다른 인접국들과는 더 이상 선린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인접국과의 동맹이 불러들이는 이런 위험은 대한제국이 동맹국 일본에 종속되었다가 끝내 병탄(倂呑) 당했고, 북한이 영토문제 및 고구려사문제와 관련하여 동맹국 중국에 일언반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서 입증됩니다.
 
 우리나라의 선린과 평화를 위해서 미국과의 결맹(結盟)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런 합리적 이해타산 앞에서, ‘친미(親美)’니 ‘반미(反美)’니 하는 명분싸움은 국론분열만 부추겨 실리와 국력을 좀먹는 소모적인 갈등일 뿐입니다. 이 때문에 나는 중도실용적(中道實用的)인 관점에서 ‘용미론(用美論)’을 역설해 왔습니다. ‘친미’, ‘반미’를 넘어 냉철한 실리타산에 기초한 중도실용적 ‘용미론’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여 우리의 독립과 국익을 지키기 위한 21세기 외세활용론(外勢活用論)입니다.
 
 미국은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비중이 커질수록 강화되는 우리와의 공동이익 속에서 영토욕심 없이 우리나라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군사적 초강대국입니다. 미국은 그간 인접한 강대국들의 패권주의적 각축을 실효적으로 조정하고 주변관계를 안정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독립을 공고히 해주는 동북아의 ‘역내균형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양과 대륙의 주변강대국에 낀 작은 반도국가의 독립과 평화, 선린과 번영의 조건인 한미동맹이 그간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북핵실험 위기를 둘러싸고 한미공조(韓美共助)를 다시 강화함으로써 이 동맹을 정상화(正常化)하는 것이 지금 국가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의 다른 중요한 외교목표는 국경을 맞댄 인접국가들과의 선린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해(利害)가 얽히고설킨 인방(隣邦)과 사이좋게 지내면 원방(遠邦)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얻고, 반대로 인방과 불화하면 원방과 불화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손해를 입습니다. 인방관계(隣邦關係)의 이런 특성 때문에 ‘선린’은 특별한 외교적 과업입니다.
 
 그런데 인방과의 관계는 여러 가지 갈등요인들의 역사적 누적으로 원방과의 관계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나라들이 그 근접성 때문에 천적(天敵)이 되는 것은 일종의 정치공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반도국가의 선린외교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반도를 둘러싸고 각축하는 까닭에 더욱 어렵습니다. 선린의 어려움은 현재 한중일(韓中日) 삼국간의 고질적인 영토분쟁과 과거사문제, 역사왜곡과 무역분쟁 등에서 입증됩니다. 이 어려움은 반도국가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분열되어 있을 때 가장 커집니다. 이런 지정학적인 이유에서 우리나라는 오늘날 중국, 러시아, 일본 등과의 선린외교(善隣外交)에 각별히 노력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선린의 지혜를 짜내야 할 것입니다. 선린외교에서 지혜와 분별은 약(藥)이고, 포퓰리즘과 감정은 독(毒)입니다.
 
 결국 용미선린(用美善隣)의 외교안보철학은 다음 두 가지 명제로 요약됩니다. 첫째, 독립과 평화, 안정과 번영을 다 얻으려면,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세계최강국인 미국과는 동맹하고 이를 배경으로 인접강대국들과는 선린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인접강대국들과 무분별한 감정충돌을 일삼거나 반미의식(反美意識)에서 한미동맹을 해소하고 인접강대국과 동맹한다면, 이는 독립과 선린, 평화와 번영을 다 잃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5. 국난타개와 반도강국(半島强國) 도약을 위한 한국의 선택:

   중도실용개혁철학과 중도대통합
 
 지난 세기, 일본은 시대흐름을 제대로 포착하고 국론을 통합해 근대화를 앞서 이룩했고 한국은 그러지 못해 국망(國亡)에 이르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19세기 한국의 실패 원인은 결국 중도실용개혁철학에 입각한 국민통합(國民統合)을 이루지 못했던 데에 있습니다. 양극단의 명분론에 매여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외교안보철학과 국가모델을 둘러싸고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다가 국론이 극단으로 갈리어 국가역량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고 외세활용에도 실패했던 것입니다.
 
 21세기 한국의 지상과제(至上課題)는 19세기의 역사적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이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외세의 지혜로운 활용과 국내역량의 결집이 필요조건입니다.
 
[국난타개와 반도강국의 길]

 대한민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각축(角逐)하는 반도에 위치하고 무국경(無國境)의 세계화시대인 아시아중심 태평양시대의 한 가운데서 ‘적대적 형제’인 전체주의 북한과 함께 살아가야 할 분단국가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의 창조적 타개와 비전 개척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중도실용개혁철학의 기치 아래 국가역량의 대통합을 요구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투자(低投資)․저성장(低成長)․저고용(低雇傭)의 3저(低) 악순환에 빠져 점점 악화되는 경제난, 동맹이완․선린냉각․북핵실험으로 중첩된 외교안보난, 이념대결․정치분열․국정실패로 인한 극심한 정치혼란, 빈부양극화․노사갈등으로 심화되는 사회혼란 등 4대 국난(國難)에 처해 발전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또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기술경쟁력에 협공(挾攻)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低出産)․고령화(高齡化)가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어 10년 후에는 생산연령인구가 비생산연령인구보다 적어지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10년이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루 빨리 성장동력을 재구축해 10년 동안에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을 넘어서고 세계 10대 강국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G10 정상회의가 세계경영을 논하는 자리에 한국의 정상(頂上)이 당당하게 참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정상이 G10 정상회의 참석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과 대등한 국제적인 발언권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2005년 한국의 GDP는 7876억 달러로 브라질에 추월당해 1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갈 경우 앞으로 2015년경 한국은 러시아나 인도한테도 추월당해 13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5년경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잠재 성장률을 6%대 위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정치가 리더십을 발휘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전략과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여기에 결집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이 역사적인 리더십 역할을 방기(放棄)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좌(左)와 우(右)의 이념대립에 사로잡힌 정치리더십은 우리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합니다. 그간 ‘보수(保守)와 진보(進步)’, ‘좌와 우’의 두 노선은 친미와 반미, 친북(親北)과 반북(反北), 종속과 자주, 세계화와 반세계화, 성장제일주의와 분배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와 반(反)시장적 국가간섭주의 등 이분법(二分法) 논리에 매달려 대립해 왔습니다. 이 같은 이데올로기적 세계관은 이제 청산되어야 할 냉전적 세계관입니다.
 
 이 두 극단의 길은 관념상의 길이지,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인 현실의 길이 아닙니다. 현실의 길은 중도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중도실용개혁철학의 길은 이념적 독선에 매이지 않고 국민과 나라에 실익이 되는 정책을 구하는 실사구시의 길입니다. 중도실용개혁철학이 추구하는 목표는 G10의 일원이 되는 선진적 반도강국의 건설입니다.
 
 최근의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무릇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는 후진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입니다. 국난에 초당적(超黨的)으로 대처하는 중도통합의 생산적 정치패러다임을 갖춘 나라는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여 선진국 도약에 성공한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다 2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거나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국민통합에 실패하여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예들입니다.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1250달러를 달성한 그리스는 좌익과 우익의 이념대립(理念對立)이 계속되면서 아직도 10년이 지난 2005년 현재 1만 9500달러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1998년에 1인당 국민소득 8280달러에 도달한 이후 극심한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오히려 2005년 현재 4600달러 대로 추락했습니다. 이미 2001년 1만3000달러 대에 도달한 대만도 정권교체 이후 정치혼란이 지속되면서 2005년에 겨우 1만5000달러 대에 이르러 소득증가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을 이루어 선진국대열에 진입한 경우입니다. 아일랜드는 국민통합의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1987년 이후 5회에 걸친 노사정(勞使政) 협약과 초당적 여야협력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여 1996년 2만 달러 벽을 돌파하여 2005년 현재 4만7524달러 달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덴마크․룩셈부르크․싱가포르도 각각 1970년 말과 1990년대 초의 위기를 극복하고 유사한 행로로 선진국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한 결과, 노르웨이는 2005년 현재 6만4000달러, 덴마크는 5만1000달러, 룩셈부르크는 8만1000달러, 싱가포르는 2만6000달러 대를 달성했습니다.   
 
 우리나라의 2005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6290달러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아니 발휘해야만 2만 달러 벽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여 국난타개와 반도강국(半島强國) 도약의 국가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제1조건은 정치질서를 개편하여 ‘통합(統合)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는 지금 소모적 이념대결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오히려 나라를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도 4대 국난의 타개와 선진국 도약의 선결과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적 정치’로 거듭나는 일대 정치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로 나라의 발전동력을 되살리고 선진적 반도강국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줄곧 정파(政派)를 초월한 중도대통합을 주창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극좌(極左)세력과 수구냉전(守舊冷戰)세력 등 좌우극단세력을 제외하고 합리적 진보세력에서 개혁적 보수세력까지 중도실용개혁철학에 뜻을 같이 하는 세력이 연대, 통합하는 것입니다. 중도실용개혁철학은 이 정치적 중도대통합(中道大統合)을 바탕으로 중산층을 육성․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튼튼한 사회통합을 달성하여 국민화합 속에서 날로 번영하는 반도강국을 건설하려는 정치철학입니다.
 
 중도(中道)․실용(實用)․개혁(改革)의 정치철학 즉, 중도실용주의는 획일주의와 흑백논리를 거부하고 소통(疏通)과 연대(連帶)를 통해 사회통합을 지향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전동력이 복원되기 위해서는 서로 갈등하고 있는 사회경제주체들이 대타협을 이루어 중도대통합을 달성해야 합니다.
 
 통합을 가져다 주는 중도실용주의는 쿨하면서도 따뜻하고 강합니다. 중도실용주의는 실천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입니다. 명분보다 실익을, 관념보다 실천을 앞세워 창조적으로 미래를 개척합니다. 중도실용주의는 창조적 실용주의입니다. 새가 좌우 두 날개로 날지만 날아가는 방향은 좌(左)도 우(右)도 아니고 늘 똑바로 중앙 방향이듯이 중도실용주의는 늘 미래로 전진합니다.
 
 이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요구합니다. 중도대통합의 정치를 필요로 합니다. 이제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소모적 이념논쟁을 일삼는 정치, 비생산적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은 국민을 통합하여 국난(國難)을 타개하고 국가를 반도강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입니다. 중도대통합의 길로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요구이고 시대적 요청입니다.

6. 맺는 말
 
 북한 핵실험은 우리 안보와 동북아의 평화질서에 중대위협을 초래한 불행한 사태입니다.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다시 확인하지만, 한반도비핵화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북핵을 폐기하기 위해 한국은 동맹국과 함께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수행해야 합니다. 동시에 남북교류협력은 수준과 방법을 바꿔가며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북핵사태는 우리의 자화상(自畵像)을 똑바로 보게 합니다. 북핵사태에 대한 인식과 대처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념갈등의 현주소를 극명(克明)하게 표출시켰고, 동시에 그러한 이념대립의 무용성(無用性)과 소모성, 명분외교의 허황됨을 여실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자기반성을 통해 기왕 닥친 북핵사태로 인한 국가위기를 국가발전의 기회로 반전시켜야 합니다. 환부가 드러나면 고치기가 쉬워지는 법입니다. 이념과잉의 현실과 그 폐해가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이 상황을 바꾸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국민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중도실용개혁 철학을 기치로 ‘조용한 다수’가 나서야 합니다. 정치권은 목전의 이해관계(利害關係) 때문에, 그리고 사고(思考)의 관성 때문에 쉽게 중도실용개혁 철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래를 살아갈 여러분 같은 ‘조용한 다수’가 희망입니다. 철지난 소모적 이념논쟁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청년학도(靑年學徒)들이 중도실용개혁 철학의 길을 걸을 때 북핵해결의 길과 반도강국 창조의 길이 활짝 열리리라고 확신합니다. ♠
 
11월 8일
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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