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씨는 역시 선비는 선비인가 보다

<네티즌 칼럼> 고건, 끝내 갓을 벗지 못한 연극

법성포 | 기사입력 2007/01/18 [11:53]

고건씨는 역시 선비는 선비인가 보다

<네티즌 칼럼> 고건, 끝내 갓을 벗지 못한 연극

법성포 | 입력 : 2007/01/18 [11:53]

고건 전 총리가 대선출마를 포기하고 퇴장했다. 한 장의 변만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가 가진 이미지 그대로 선비는 저자거리 같은 정치판에서 놀기에는 역부족 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때, 정치적 반사이익이었을지언정 차기를 넘보는 여론수치가 선비를 잠시 혼란케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 혼란 속에서 불안한 국민들의 희망이 잠시 선비고건과 그 주위를 저자거리에 나뒹구는 정치판에 기웃거리게 만들었었고 그를 혼란케 하였음직하다.

 

고건씨는 역시 선비는 선비인가 보다. 바람이불어도 선비는 선비를 벗어나지 못하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선비는 흐트러짐이 없어야 하나보다. 원래 정치판은 똥물 먹물 오물을 헤쳐 승자가 되는 죽기살기식의 난장판이 정치판이다. 때로는 능청맞고 때로는 능구렁이도 되어야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아니 때로는 감언이설성의 사기에 능해야하고 때로는 적군의 심기를 건드려 일전도 불사하는 격투도 해야 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군사적 전투는 적군만 물리치면 끝이지만 정치적 전투는 적군을 물리쳐 민심을 뺏어 와야 하는 골치 아픈 인내와 모략과 술책이 필요하다.

 

고건은, 그것을 감히 선비정신 때문에 감당을 못한 것이다. 때로는 격하고 때로는 치고받는 양수겸장의 전술적 용기가 선비 고건에게 존재할 수 없는 법칙이었는지도 모른다. 장수는 용맹스러운 기지와 지혜와 술책에 능해야 부하를 이끌고 전장에 나설 수 있고 부하는 장수를 믿고 따르는 신의에 대한 충성으로 승리만을 기약하며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전쟁 판 보다 더한 술책과 모략과 잔꾀가 필요한 곳이 정치판이며 모략에서는 해명전술이 필요하고 잔꾀에서는 모략적 지혜가 필요한 곳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며 승리하는 길이다.

 

선비 고건은 그래서 퇴장했다. 선비, 그것이 고건을 틀어쥐고 놔주질 않았던 모양이다. 전쟁은 칼을 차고 하는 법이다. 갓 쓰고 부채 잡고 도포자락을 틀어쥐고 나섰으니 부하가 장수가 미덥고 전쟁에 이길 승산은 뻔한데 군사가 운집할 틈이 없었다. 고건은 밥상만을 기다리는 선비였다. 장수는  때로는 불을 때 밥도 해야 하고 장수는 쌀을 씻어 먹을거리를 장만해야한다.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이 정치판이다. 고건은 수염만 휘날리며 도포자락에 손넣고 정자나무그늘에서 다리만 꼬고 앉아만 있었다. 그런 자세 그런 풍의 이미지로 적장을 물리치는 장수이기를 고대한 것이 고건이 보인 선비 장수풍의 대권 넘보기의 오르지 못한 연극이었다.

 

막은 내렸다. 4막5장중 1막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종막을 고한 고건 풍 연극의 관객은 허탈과 분노 속에 극장을 빠져나와야만 하는 웃지 못 할 시나리오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밥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밥값을 해야 하고 성찬에 맛난 밥을 먹으려거든 밥값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하는 법이다. 아무 노력도 없이 선비정신에 선비 밥상만 기다려 봐야 선비 대접할 밥상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정치판이다. 下人이 선비를 대접하던 시대는 옛날 옛적이다. 정치판에서는 선비가 대접해야하고 선비가 양식을 준비해 배부르게 먹어야할 술책이 필요한 능력이다.

 

고건은 착각했다. 아직도 이조시대의 선비정신의 굴레 속에서 잠이 덜 깬 시간속의 선비였던 셈이다. 어쩌면 고건의 최후의 선택이 4막5장의 피날레를 장식 못하고 1막에서 관객에게 고한 퇴장이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수가 뽑은 칼날이 들녘에 세워진 볏짚 하나도 베어보지 못하고 칼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장수의 모습이다. 고건은 그렇게 지고지순한 선비였을 뿐, 4천8백만 백성을 이끌 장수이기는 역부족이었나 보여 진다. 한때 국민의 희망으로 기웃거리던 선비가 장수가 되어 축배를 드는 광경하나는 이제 사라졌다. 그가 범여권이라는 쓰러져가는 빈대삼간의 초가의 그늘에 잠시 머물렀던 것도 필연적이었던 그의 사주팔자였을 것이다.

 

그를 희망으로 보았던 국민도 필연적으로 겪어야만했던 4막5장의 1막에서 종을 친 연극에 머물렀던 것이다. 정치는 저자거리에 머무르는 난장판이자 개판보다 못한 추잡한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장수로 내세운 임금이 초가삼간의 빈대가운데서 나뒹굴고 있는 현실에서 그가 代打적 양식이기를 고대한 희망하나는 갓을 벗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함이 선비가간  씁쓸한 모습 속에 감춰져 보여 진 것이 고건풍의 연극, 그 종막이었다. 밥상을 기다리던 선비 고건 말이다. 이제 또 등장할 장수를 기다리며 일전을 치르는 대선은 한치 앞을 내다보는 훤한 그림이어서는 희망이 없다.

 

치고받더라도 부끄럽지 않는 역사를 쓸 진정한 장수가 탄생하길 국민이 학수고대하며 목이 빠질 지경이기에 그렇다. 초가삼간에 빈대만 득실거리는 현실에서 보수들의 수염에 손끝이 간질거리면 또 희망이 없다. 그렇다고 양식과 양심을 팔아먹은 좌파들의 왜곡된 정치질서도  희망하지 않는다. 그 난장판에서도 진정한 장수를 뽑아야 미래가 있기에 또 하나의 장수가 누구일지가 기대되는 것은 아닐까?......선비가 가고 난 막 내린 극장을 나서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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