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개조 위해 조용한 다수가 나설 때"

고건 전 총리, "선진강국 진입 위해 국민 통합 절실하다"

뉴민주닷컴 | 기사입력 2006/12/07 [05:33]

"정치판 개조 위해 조용한 다수가 나설 때"

고건 전 총리, "선진강국 진입 위해 국민 통합 절실하다"

뉴민주닷컴 | 입력 : 2006/12/07 [05:33]

고건 전 국무총리가 7일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21세기 한국의 선택'이란 주제로 강연을 합니다. 고 전 총리는 강연에 앞서 배포한 강연문에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도대통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자신이 주창한 중도실용개혁 세력의 연대와 통합을 역설했습니다.
 
특히 고 전 총리는 대북정책과 대미외교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현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뉴민주닷컴에서는 고건 전 총리의 강연 원문을 전제합니다. <뉴민주닷컴 편집자주>

 
 21세기 한국의 선택
위기를 넘어 미래로 : 중도대통합의 길

 

▲   고건 전 총리   ©뉴민주닷컴

  학생여러분, 그리고 동석해주신 교수, 귀빈 여러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경희대학교가 자리 잡은 이곳 기흥(器興)은 예로부터 토양이 좋아 좋은 도자기가 많이 나던 곳입니다. 오늘 젊은 대학생 여러분들을 이렇게 마주 대하고  보니 이곳에서 기흥이라는 이름 그대로 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큰 그릇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여러분같은 젊은이들을 보면 언제나 즐겁습니다. 가능성, 미래, 순수, 열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이들을 만나면 즐거운 만큼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학교 밖 현실이 어둡기 짝이 없는데, 미래전망까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에게 밝은 정치사회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해 안쓰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갈수록 심각한 경제난에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북핵사태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독선과 무능에 빠져있고 정치권은 철지난 이념대립에 볼모가 되어 있습니다. 이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지상과제(至上課題)입니다.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정치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저는 직접 경험을 하였습니다.
 
  2년전, 한국헌정사상(韓國憲政史上)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彈劾訴追) 되었을 때 국가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이고 또 돌발적으로 벌어진 사태라서 탄핵의 국내외적 충격파(衝擊波)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국내외 증권시장이 요동쳤고 안보 불안감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대비한 법적 예시나 매뉴얼이나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내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점에 무엇이 중요하고 급한가를 생각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국가안보(國家安保)였습니다. 국방부를 통해 전군지휘경계령(全軍指揮警戒令)을 내리고 N.S.C 비상근무령(非常勤務令)을 비롯한 국가안보, 외교관계, 경제안정, 해외신인도, 치안질서 순으로 위기상황을 진정시켰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을 때 국무총리집무실의 상황은 분초(分秒)를 다툴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안보 다음에는 대외관계였습니다. 그래서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찾았습니다. 외교부장관은 외교사절과 함께 KTX 시승행사 중에 핸드폰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반기문 장관에게, 함께 있는 외교사절들에게 대통령탄핵소추가 의결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정책기조에는 하나도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알리도록 지시했습니다. 또한 전(全) 해외공관에 같은 내용의 훈령을 전달토록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개국은 외교부장관과 직접 통화하도록 하였습니다. 중, 일, 러 3국은 외교부장관끼리 통화가 되었으나 미국은 시간대 차이로 통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무성의 초기 공식반응은 “한국의 대통령탄핵소추사태는 한국의 국내문제이다. 사태 추이를 계속 주시하겠다”는 형식적이고 중립적인 논평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때 월가에서 한국의 외평채에 대한 가산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한․미 외교부장관 간에 통화가 이루어지고, 미국무성은 “한국대통령의 탄핵소추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에 추호도 변화가 없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 외평채 가산금리는 진정되었습니다.
 
  국가적 위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들이 저를 신뢰하고 적극 협조해 주셨습니다. 국가관리에 있어 국민의 신뢰와 협조가 절대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탄핵사태(彈劾事態)는 해소되었지만 리더십의 위기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널리 퍼져있고, 나라의 현재에 대한 실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투자(低投資), 저성장(低成長), 저고용(低雇傭)이라는 3저(低) 악순환에 빠져, 갈수록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하루살기가 힘들고 아이들 사(私)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어집니다. 아이들은 한참 성장기인데 입시준비로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됩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입학해 졸업을 해도 일자리는 태부족이고 요행히 잡은 일자리도 낮은 월급에 내일이 불안합니다.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해도 내 집 마련은 아득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살림을 맡은 정부는 할 일은 안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남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어느 부분에도 빨간불 켜진 곳은 하나도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파란불 켜진 곳이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더욱이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울 수도 있다는 무책임한 충격발언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권 역시 기둥 썩는 것은 모르고 부질없는 명분싸움으로 갈등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 날 벌어놓은 자산을 까먹으면서 편싸움으로 지새는 사이에 노령화(老齡化) 사회가 눈앞에 다가 오고 있습니다. 4800만 국민이 타고 있는 큰 배가, 대한민국호(大韓民國號)가 나침반과 엔진 모두 고장 난 채 바다 한가운데에서 표류 중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북핵 위기와 가을햇볕전략]

  안보가 흔들리는 나라, 정치가 갈등을 부추기는 나라, 정부가 무능한 나라에서는 경제가 제대로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나라의 기틀을 지키는 외교안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한핵실험(北韓核實驗)에 대해 정부가 갈지(之)자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현실적 위협입니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이중구조, 북한의 이중성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북한은 우리의 동포이지만, 멀리는 한국전쟁 가까이는 서해교전에서 보듯이 군사적 적(敵)입니다. 민족끼리를 말할 수 있는 같은 핏줄이지만, 동시에 ‘서울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적입니다. 적대적 형제인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한쪽만 강조하는 안보불감증(安保不感症)이나, 반대로 적(敵)이라는 다른 한쪽만 강조하는 안보과민증(安保過敏症)이나 둘 다 극복을 하고 양면을 다 보는 중도적 관점에서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북핵사태를 당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과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핵을 반드시 폐기토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하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구냉전(守舊冷戰)세력이 주장하는 제재일변도(制裁一邊倒)의 강풍정책만으로 북핵폐기와 평화를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감상적 민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무조건적인 포용정책만으로도 북핵폐기와 평화를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협상을 통한 북핵해결에는 압력과 대화의 배합이 필요합니다. 대화와 제재를 배합하는 중도․실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 노선으로 남북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북핵실험이라는 중대한 상황변경에 따라 햇볕에도 춘하추동(春夏秋冬) 4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듯이 남북관계도 상황변경에 따라 계절의 변화처럼 온냉(溫冷)의 변화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면적 햇볕중단이나 맹목적 햇볕고수나 모두 극복하는 중도적 실용노선이 현실적입니다. 안보와 포용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탄력적 햇볕정책이 필요합니다.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은 지속돼야 하지만,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의 약속위반에 대한 상응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햇볕과 서리가 공존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입니다. 따뜻한 동포애와 서릿발같은 제재를 합리적으로 배합하는 가을햇볕정책으로 탄력있게 운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핵은 6자회담 당사국과 UN안보리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반도국가(半島國家) 한국의 비전 : 아태프런티어 국가]

  다음은 반도국가 한국의 국가 비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분단한국의 미래는 ‘아시아 중심 태평양시대’에 반도국가로서의 지정학적 약점(弱點)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점(利點)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반도(半島)의 지정학적 잠재력을 중도실용주의(中道實用主義)의 관점에서 실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금 세계는 아시아가 다시 문명의 중심지가 되는 ‘아시아 중심 태평양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 토플러(Alvin Toffler)는 이것을 ‘The Great Cycle(대순환)’이라고 불렀습니다. 한,중,일,싱가폴,대만,인도 6개국의 GDP는 EU 25개국의 GDP와 맞먹고 미국의 GDP에 육박합니다.
 
  아시아․태평양의 요충(要衝)에 위치한 우리 한국은 아,태통상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경학적(地經學的) 이점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 중, 일, 러 세계4대 경제권과 연계되고 3시간 이내 비행거리에 100만 이상 도시 43개를 갖고 있습니다. 또 북한을 관통하여 시베리아 철도를 연결시킬 수 있다면, 한국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의 중심 거점(據點)에 있게 됩니다.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A.Giddens)는 “세계화 시대는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가 아니라 국경이 ‘프런티어’로 변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프런티어’는 기존영토를 거점으로 삼아 나라의 역량에 따라 외부세계로 끊임없이 확대되는 유동적인 개척공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세계는 군사․정치․경제에서는 미국의 프런티어이고 원예농업분야에서는 세계는 네덜란드의 프런티어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좁은 반도(半島)에 갇혀 자기 땅만을 파는 내향적(內向的)인 발전을 넘어서야 합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건설로 상징되는 개발단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 광대한 유라시아와 환태평양의 프런티어로 나아가야 합니다.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를 건설할 궁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국토는 좁지만 세계화의 파도를 타고 외향적(外向的) 세계로 진출해야 합니다.
 
  개척자적 마인드가 있는 산업역군들과 지도적 문화창조집단 그리고 해외동포들은, 한국의 IT산업과 IT기반 주력산업 그리고 지식․문화산업을 주축으로 이미 세계적 한류(韓流)․한상(韓商)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철, 그리고 ‘겨울연가’와 ‘대장금’, ‘비’와 ‘보아’, 이승엽과 박찬호, 박지성과 이영표, 미셸위와 최경주, 반기문 사무총장 등은 세계진출의 힘찬 외향적 발전을 상징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태전역을 우리의 경제적․문화적 프런티어로, 한국의 유사영토(類似領土)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저력을 활용해 ‘아․태 프런티어 국가’로 발전해야 합니다.
 
[용미선린(用美善隣)의 전략]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 전역(全域)을 우리의 프론티어로 삼는 반도강국(半島强國)이 되려면, 반도국가의 지정학적 특성에 맞는 외교안보전략이 필요합니다.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각축 속에 끼어 있습니다. 반도국가가 부강하면, 반도는 대륙세력의 남하(南下)와 해양세력의 북상(北上)을 완충하면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천혜(天惠)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국가가 취약하면 완충기능을 잃고 전쟁을 부르는 요충지의 전리품(戰利品)이 되어 양쪽으로부터 침략 당하는 ‘수난의 땅’으로 전락합니다.

  지난 100년 동안 겪은 네 차례 큰 전쟁(청일전쟁, 러․일 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과 일제강점(日帝强占)이 이런 지정학적 법칙을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단된 반도국가로서 대륙과 해양의 갈등을 완충하고 인접대국들과 대등한 선린관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영토적 야심이 없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한․미 동맹을 배경으로, 인접강대국들과 대등한 선린(善隣)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중․일 갈등의 틈에서 한․미 동맹에 편승하여 중국과 일본의 지역패권국가 등장을 동시에 억제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 선택입니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이유로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우리나라가 인접강대국 가운데 일국(一國)을 동맹으로 택한다면, 우리는 그 인접 동맹국에 종속당하고 다른 인접국 관계에서는 선린을 잃는 처지가 될 것입니다. 인접강대국과의 동맹이 가져오는 이런 위험을 구한말 대한제국이 동맹국 일본에 종속되었다가 끝내는 병탄(倂呑)당한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동북공정(東北工程)문제, 고구려사(高句麗史)문제와 관련하여 동맹국 중국에 한마디도 못하는 사실에서 입증됩니다.  반도국가 우리나라의 선린과 평화를 위해서 미국과의 동맹은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런 합리적 전략선택 앞에서, ‘친미(親美)’냐 ‘반미(反美)’냐 하는 명분 싸움은 국론분열만 부추기는 소모적인 갈등입니다. 이 때문에 나는 그 동안 중도실용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국을 활용하는 ‘용미론(用美論)’을 역설해 왔습니다. 중도실용적인 용미론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힘을 적절히 활용해서 우리의 독립과 국익을 지키기 위한 21세기 외세활용론(外勢活用論)이라 할 수 있습니다.
 
[G10 선진강국의 길 : 중도대통합]

  다음은 국난타개(國難打開)와 G10 선진강국 도약을 위한 중도대통합(中道大統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지난 세기, 일본은 시대흐름을 제대로 포착하고 국론(國論)을 통합해 근대화를 앞서 이룩했고, 한국은 그러지 못해 나라가 망하는 국난(國難)을 겪었습니다. 19세기 한국의 실패원인은 결국 중도통합, 국민통합을 이루지 못했던데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내부투쟁에 몰두하다가 국론이 극도로 갈리어 안으로 국가역량을 모으지 못했고 밖으로는 외세활용에도 실패했던 것입니다. 21세기 한반도의 지상과제는 19세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반도가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외세의 활용과 국내역량의 결집이 필요조건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4대 국난(國難)의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저투자 ․ 저성장 ․ 저고용의 3저(低) 악순환에 빠져 악화되는 경제난(經濟難)을 겪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동맹관계 이완 ․ 선린관계 냉각 ․ 북핵실험으로 중첩된 외교안보난(外交安保難) 그리고 안으로는 이념대결 ․ 국론분열 ․ 국정실패로 인한 극심한 정치혼란(政治混亂), 빈부양극화 ․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혼란(社會混亂) 등 4대 국난(國難)에 처해 발전동력을 잃고 표류 중에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세계 최고속도로 저출산(低出産)․고령화(高齡化)가 진행되어 10년 후에는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10년이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루빨리 성장동력을 재구축해 10년 동안에 1인당 소득 3만5천달러를 넘어서야 하고 세계10대 선진국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G10 세계정상회의(世界頂上會議)가 열릴 때 우리 한국의 정상이 당당하게 참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정상이 G10 정상회의에 멤버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중국, 일본과 동등하게 국제적 발언권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한국이 어떻게 G10 안에 들어갈 것인가?

2005년 한국의 GDP는 7,876억달러인데 브라질에 추월당해 지금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갈 경우 한국은 러시아한테도 추월당해 13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이 G10안에 들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6%대 위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과거사 정리와 같은 이념형 개혁보다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규제개혁, 실용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치가 리더십을 발휘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전략과 21C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여기에 결집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이 역사적인 리더십 역할을 방기(放棄)한지 오래입니다. 좌우(左右) 이념대립에 사로잡힌 정치리더십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 동안 정치권은 친미와 반미, 친북과 반북, 종속과 자주, 세계화와 반세계화, 성장과 분배처럼 이분법 논리에 매달려 대립해 왔습니다. 이같은 이데올로기적 이분법은 이제 청산되어야 할 냉전 시대의 유물입니다.
 
  21세기 개혁의 최우선순위는 이분법적 편가르기의 극복입니다. 20세기적 편가르기를 하루빨리 졸업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적 갈등에서 벗어나 중도적이고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중도(中道), 실용(實用), 개혁(改革) 철학의 길은 이념적 독선에 매이지 않고 국민과 나라에 실익이 되는 정책을 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길입니다. 중도, 실용, 개혁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목표는 G10의 일원이 되는 세계10대 선진강국, 선진반도강국의 건설입니다.
 
  최근의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정치개혁 없이는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무릇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는 후진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입니다.
 
  중도통합의 생산적 정치패러다임을 갖춘 나라는 국난에 초당적(超黨的)으로 대처하고 국민을 통합하여 선진국 도약에 성공했습니다. 아일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싱가폴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렇지 못한 나라들, 그리스, 아르헨티나는 2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거나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05년에 16,290달러입니다. 정치가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켜야만 국난을 타개하고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정치는 소모적 이념대결(理念對決)과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사로잡혀 오히려 나라를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도 4대 국난의 타개와 선진강국의 진입을 위해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적인 정치로 개혁을 단행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로 국난을 타개하고 나라의 발전동력을 되살리고 선진강국, 반도강국을 이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전동력이 복원되기 위해서는 서로 갈등하고 있는 사회경제 주체들이 대타협을 이루어 중도대통합을 달성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극좌(極左)세력과 수구냉전(守舊冷戰)세력 등 좌우극단세력을 제외하고 합리적 진보세력에서 개혁적 보수세력까지 중도, 실용,개혁의 정치철학을 중심으로 연대, 통합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가적 아젠다를 해결하는데 협력하는 것입니다.
 
  중도(中道),실용(實用),개혁(改革)의 정치철학, 즉 중도실용주의는 획일주의와 흑백논리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소통(疏通)과 연대(連帶)를 통해 사회통합을 지향합니다. 중도실용주의는 중산층을 육성,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양극화를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튼튼히 하자는 것입니다.
 
  통합을 가져다주는 중도실용주의는 쿨하면서도 따뜻하고 강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도실용주의에 입각한 중도통합을 주장해 왔습니다. 좌우(左右) 양극단을 뺀, 개혁적 보수세력과 합리적 진보세력이 중도, 실용의 정치노선을 중심으로 연대, 통합해서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철지난 이념대립에 빠진 이 정치판을 개조하지 않고는 국민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없습니다.
 
  중도실용주의(中道實用主義)는 실천 지향적이며 미래 지향적입니다. 명분보다 실익을, 이념보다 실천을 앞세워 창조적으로 미래를 개척합니다. 새가 좌우 두 날개로 날지만 날아가는 방향은 좌(左)도 우(右)도 아니고 늘 똑바로 중앙방향으로 날듯이 중도실용주의는 늘 미래로 똑바로 전진합니다.
 
  저는 주장합니다. 친미(親美)냐 반미(反美)냐, 성장(成長)이냐 분배(分配)냐, 허공에 뜬 논쟁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도 이제 접어야 합니다. 진보(進步)냐 수구(守舊)냐의 공리공론도, 무책임한 정책실험도 이제 그만둬야 합니다. 이제는 팔을 걷어부치고 민생과 나라 살리는 현실과제로 돌아와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노령사회가 되기 전에 빨리 나라를 재도약시켜야 합니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것은, 탈(脫)압축성장시대, 세계화시대를 맞아 새로운 번영의 길로 나라를 이끌어 달라는 엄숙한 요청이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참여정부는 독선과 무능으로 많은 국민들을 적대시함으로써 국민들의 여망을 저버렸습니다.
 
  참여정부의 탄생을 이끈 국민 대다수가 이제 등을 돌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구보수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초 참여정부에 기대했던 시대적 과제에 대한 국민의 소망마저 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시계가 거꾸로 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꾸준히 실용적인 개혁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전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권의 대전환(大轉換) 없이는 전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 뼈아프게 알게 되었을 따름입니다. 정말 대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의 위기입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중도통합(中道統合), 국민통합(國民統合)을 이루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의 발전동력을 되살려 선진강국으로 재도약시키는 것입니다.  앞으로 10년이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성장동력을 재구축해서 10년내에 국민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불을 뛰어 넘어야하고 세계 10대 선진강국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도(中道), 실용(實用), 개혁(改革)에 뜻을 같이 하는 양심적 인사들이 연대(連帶)․통합(統合)해서 새로운 발전전략과 비전을 세워서 국민의 에너지를 여기에 결집시켜 나가야 합니다.

  이제 중도, 실용, 개혁의 뜻을 같이 하는 조용한 다수가 나서야 합니다. 정치권은 목전(目前)의 이해관계 때문에 패러다임 전환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철지난 이념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이 중도, 실용, 개혁의 길을 걸을 때, 선진강국(先進强國)의 길이 활짝 열리리라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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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계화 2007/01/27 [15:21] 수정 | 삭제
  • 용미야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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